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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병옥 前환경부 차관 “환경·경제 아우르는 ‘그랜드 디자인’ 필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효과…국제사회 온실가스 감축 및 국내 정치과잉 등 과제 많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가 매년 한반도를 뒤덮는다. 태풍과 가뭄 등 극단적 자연현상의 출현도 빈번해졌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발현해 경제는 물론 시민 일상도 마비됐다. 전부 한반도의 최근 상황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비단 한국뿐일까. 전 세계가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린뉴딜’과 같은 대응책들이 여럿 나왔어도 우려는 끝이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지속가능한 사회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주간한국>은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환경과 경제를 포괄하는 사회적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제사회, 한국에 보다 과감한 정책 주문”

  •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근황이 궁금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비상근직인데 거의 매일 출근한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숙의를 거쳐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개선책을 고안한다. 정책제안도 한다. 남은 과제들이 많지만 성과도 있었다. 작년의 경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정책으로 도입됐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잦은 12~3월에 석탄발전소 및 차량 운용 등을 일정 수준 통제하는 식의 대책이다.

완벽하진 못해도 강도 측면에서 기존보다 훨씬 센 수준의 규제다. 일부 정부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를 우려했었는데, 다행히도 대부분이 수용됐다. 관련 논의에 함께 해주신 501명의 시민 분들을 비롯한 모두에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공장가동과 차량 운행 등이 감소, 미세먼지가 개선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코로나19가 미세먼지 감축에 도움이 된 측면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연관성이 ‘없지 않은’ 수준으로 본다. 교통량이 평년 대비 약 10% 줄어든 게 미세먼지 감소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줬겠나. 산업 활동이 위축됐다고는 하나, 사실 코로나19 최대 피해자는 중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은 미세먼지 배출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아니다.

사실 올해 미세먼지 감축은 기상조건 영향도 있었다. 태풍 발생이 잦았다. 비가 자주 오면 미세먼지가 일부 씻긴다. 또 동풍(東風) 영향에 국외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 차단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계절관리제 등의 정책효과다. 이 제도가 비교적 잘 작동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노력한 결과가 최소한 3분의 1 이상은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노력한 결과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떻든 코로나19도 미세먼지 감축에 일부 도움(?)을 준 셈인데, 공교롭게도 이 감염병 때문에 플라스틱 문제는 더욱 커진 듯하다. 배달이 증가, 카페 내 일회용컵 사용이 늘지 않았나.

“그렇다. 코로나19로 포장재 등 플라스틱 사용이 늘었을 요인이 크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를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사실 온라인 배달로 포장재 사용량이 증가하는 식의 경향 자체는 이전부터 실재해 왔다. 코로나19는 여기에 속도를 더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시점을 앞당긴 셈이다.

첨언하자면 이런 현상들은 실은 여러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탄소를 배출하며,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사는 행위와 온라인 구매로 다량의 포장재를 소비하는 행위 중 어떤 게 환경에 더 안 좋을까. 다양한 이견이 있겠지만 생각해 볼만한 점이다.

앞서 말했듯 코로나19로 인한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는 결국 언젠가 마주해야 할 미래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물건 배달 자체를 억제할 수는 없으니, 제품의 생산과 유통 각 단계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지금도 포장재 제작 시 규격이란 게 존재는 하지만, 플라스틱 계열에 집중된 측면이 크다. 종이나 골판지 등 재생이 쉬운 재질을 활성화 할 방법도 고민이 따라야 한다. 재활용 기업 및 환경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도 두말할 나위 없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참여단이 작년 8월 제안한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이 현실화한 것도 성과일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축사에도 나섰는데, 당시 코로나19와 잦은 태풍 등을 거론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악당, 2016년에 그런 평가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4년여 흐른 지금도 국제사회가 이전과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 거다. 사실 2016년은 특수한 해였다. 1년 전인 2015년 파리협정이 타결됐다. 당시 세계 각국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공약’(INDC)를 UN에 제출했다.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그때 한국의 목표는 부실했다. 2009년 제시했었던 2020년 목표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목표를 제출했다. 2020년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와 커다란 괴리를 띤 현 성적표를 갖고 2030년 목표라고 제시했으니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하지만 그 후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예컨대 현 정부는 30년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과거 정부와의 정책기조와 비교해 완전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이명박정부 때만 보더라도 ‘녹색성장’을 표방했지만, 실은 상당수의 석탄발전소의 신규설립을 허가했다. 이런 배경들을 고려해 국제사회도 이제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부족한 부분이라면?

“지금 석탄발전소가 국내에 60기 있다. 현 정부가 석탄발전 관련 방향전환은 했으나, 그 속도가 국제사회에서 기대하는 것 만큼에는 못 미친다. 더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를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때문에 더 전향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외국 석탄발전소 신규건설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일부 공기업이 나서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가 한국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국제사회는 중단을 요구 중이다.

물론 정부도 어려운 점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해당 공기업들의 입장을 들어봐도 일면 일리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중단해서 전 세계가 다 손을 떼면 좋겠지만, 현실은 중국 등 또 다른 쪽에서 그 수요를 파고든다. 그렇다 보니 결국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큰 변화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그럼에도 석탄발전의 경제성은 빠르게 떨어질 것이란 게 다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 또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더 빠른 속도의 방향전환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이 또한 환경 문제에 관한 현 정부의 방향전환 일환 같다. 그런데 여기에도 비판이 없지 않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구체적 목표가 부재했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지적인데 이해는 된다. 합리적 비판이다. 어떤 정책이든 우리가 가고자 하는 게 어디인지,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야 할지가 명확히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분명해야만 사회구성원들이 달려갈 수 있으니까.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올해 말까지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마련해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파리협정에 따른 것인데 권고 사항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에 견줘 권고를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가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어떻게 얼마나 줄이겠다는 것인지 전략을 잘 담아서 제출해야 하는데, 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가 지속 중인 것으로 안다.

그게 마무리가 안 됐다 보니 그린뉴딜 발표에서는 제시하기 힘든,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은 잠시 유보된 것으로 보고, 올해 말쯤이면 전향적인 목표가 재차 나오지 않을까 싶다.

“환경·경제, 종합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한국이 해외에 비해 기후위기 대응이 구조적으로 더 어려운 나라는 아닐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주력 산업 분야가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소위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그런 측면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도 해당 산업계가 절대적으로 크다. 그러니 가계보다는 산업계가 줄여나가야만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이 효과를 보는 구조다.

그렇지만 여건이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 최근에 보니 철강 부분은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기술 등을 개발하기도 했더라. 당장은 소위 기술 분야의 ‘Break Through’(돌파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좋다.

물론 정책 측면에서도 챙겨야 할 게 많다. 산업, 기후, 에너지 정책을 제각각 설계해 개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문제해결은 안 되고 되레 기업들에 가격 부담만 더할 수도 있다. 심할 경우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책은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테면 ‘갈색부문’에는 더 많은 세부담을 물리되, ‘녹색부문’에는 혜택을 주는 식이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등을 줄여줘서 여러 측면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한 쪽 주머니에서 빼앗아 가면, 한쪽 주머니에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우리의 노동활동과 기업활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전부 좋은 일이다. 이 같이 전제한 뒤에 환경과 경제 산업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지켜야 하는 걸 강력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담은 줄여주며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원칙에서다. 기업들을 쥐어짜기만 하면 한계를 마주하기 마련이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러면 기업이 알아서 변할 수도 있으니까. 환경교육 의무화를 통해 사회적, 개인적 ‘환경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환경교육 확대는 차츰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님도 환경교육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계신다. 올해 초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면담해 관련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생태종합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정말 많은 고민 속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졌다. 환경교육 의무화 방안은 곳곳에서 적극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서 저 또한 환경교육 의무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단 교과과정 개편 등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리는 문제 같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코딩 교육은 의무화됐다. 환경부가 소위 ‘끗발’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웃음)환경부가 아무래도 좀 외롭다. 환경 문제라는 게 사실 환경부가 다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 책임지려고 해서도 안 된다. 환경부는 소위 말해서 간사 역할을 하는 것이지 “우리가 다 하겠다” 말할 수가 없다. 농업부문 환경문제는 농식품부가, 주택부문 환경문제는 국토부가, 에너지는 산업부가 해야 한다. 모든 정부부처가 기후위기 문제에 앞장서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건 맞지만, 여러 부처들이 ‘에코마인드’(eco mind)를 갖고, 생태적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곧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는 미래라고 본다.”

▶유럽 일부 국가는 환경교육이 의무화 돼 있다. 이밖에도 통상 환경 문제를 거론할 때 유럽은 사회 측면이든 개인 측면이든 보다 선진국처럼 묘사된다. 한국과 유럽, 무슨 차이일까.

“환경교육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 교육에 기인한 지식 및 정보의 습득 수준에서 차이점을 바라볼 수는 없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유무형의 인프라 속에서 환경의 가치를 느끼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게 환경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일부 낳았다고 본다.

유럽 사람들은 왜 잘 사는데도 전기를 철저하게 절약할까. 이는 그 사람들의 환경의식을 떠나,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서부터 원가 이상의 책정을 고려한다.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은 전기절약이 곧 돈을 버는 것으로 계산한다.

오래 전에 독일 녹색당이 내건 유명 슬로건 중 하나가 ‘가격은 시장의 생태적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에는 환경 비용을 비롯한 사회적 비용이 반영돼야 하는데, 물가상승을 억제하다 보니 국내 일각에서는 가격왜곡 현상이 빚어진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시민들에 “아낍시다” 말해봐야 효용성은 작다. 인프라 구조가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도록 돼 있으면 백약이 무효다. 환경교육뿐만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의 변화도 같이 가야하는 이유다.

하지만 유럽을 너무 동경할 필요도 없다. 사실 오늘날 환경이 직면한 문제에서 유럽의 책임은 꽤 클 수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들이 중국 등 아시아에 위치하긴 했으나, 그곳서 생산돼 유럽으로 수출되는 양이 결코 작지 않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만들어진 제품 상당량의 수요가 유럽에 있다는 뜻이다. 유럽 내 관련 제조시설이 덜할 뿐이지, 소비량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지구온난화 등 문제에 유럽도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과잉’도 문제 같다. 4대강 사업의 실효성, 국내 미세먼지 기여도 등 여러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꼭 진보·보수로 갈려 진행된다. 환경문제는 과학으로 풀 사안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소위 ‘진보’ 쪽이 환경과 기후위기 등에 대한 적극 대응을 주문한다.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유궈자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한편 경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한다. 미국과 유럽이 다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환경 문제에 관한 정치화, 정쟁화의 정도가 굉장히 높다. 그것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용인될 수 있는 수준 벗어났다는 것은 사실관계 확인을 중심으로 한 ‘팩트 중심’ 논쟁 대신 사실을 외면한 ‘소모적인’ 논쟁이 주를 이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4대강을 보자. 지난번 홍수 때 보를 열었기 때문에 홍수문제가 개선됐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해당 보가 홍수 저감에 기여하는 바는 전혀 없는 게 사실이다. 가뭄에 기여하는 거면 몰라도 홍수라니. 이는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진작 밝혀진 사항이다. 그런데도 또 동일한 사안을 논쟁에 동반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이슈도 그렇다. 중금속이 엄청나게 나왔다고, 호수에 설치하면 물이 오염될 것이라는 등의 가짜뉴스가 많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팩트체크를 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통적 에너지는 자리를 조금씩 내어줄 수밖에 없으므로 그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있을 수 있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침소봉대는 곤란하다. 균형 잡힌 논의. 생산적인 결론에 가까이 갈 수 있는 토론이 우선이다. 환경 문제를 둘러싼 상호비방, 아니면 말고 식의 문제 폭로가 난무하는 데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물론 유권자들의 생각이나 정치적 성향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보수든 진보든 환경 문제는 특정집단이 독식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유럽 보수정당도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지만 요즘에는 달라졌다. 환경문제를 열심히 고민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과학이 능사 아니야…환경당국, 대원칙 갖고 사안 접근해야”

  •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환경부 차관 재직 때 바라본 관료들의 모습은 어땠나. 긍정, 부정 평가가 궁금하다.

“제가 기업에 몸담지는 않았으나, 시민단체(NGO)에 오래 있었다. 차관 재직 당시 다행히도(?) 공직사회가 다른 분야보다 앞선 부분이 분명 있다고 느꼈다. 그런 덕분에 국가 유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닐까. 특정 사안에 대한 구체 사항 및 문제의식 등을 정리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들이 잘 돼 있었다.

반면 아쉬운 점은 소통능력을 꼽고 싶다. 수립된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은 조금 미흡해 보였다. 이런 부분은 NGO쪽이 훨씬 잘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보면 소통능력, 그러니까 정책의 취지와 기대효과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책임을 져줘야 할 부분들을 설명하는 방식이 서툴다고나 할까.”

▶환경부가 핵심이 돼 맡은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피해자 인정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잇따랐다. 전북 익산에서는 장점마을 사건이 있었는데, 이 역시 환경부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 같은 환경갈등을 풀 때에 환경부는 과학적 입증을 통해 논란을 일단락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과학이라는 게 그렇다. 연구 성과를 바탕에 두고 그 위에서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가습기의 특정 살균 목적으로 사용했던 제품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어느 정도 농도에서 어떤 증상을 보이도록 작용하는가….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이 고통과 죽음을 겪고서야 과학적 사실 관계가 확인이 된 셈이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장점마을 사건은 제가 환경부 차관 시절 현장에 직접 갔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당시 주민 분들과 대화를 나눈 다음 본격 조사가 시작됐다. 장점마을과 유사한 일이 인천 사월마을 등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들어선 게 공통된 문제의 원인인데, 이는 도시계획의 난맥상으로서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심각성이 크다.

역학조사 등을 통해 완벽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을 시,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이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철학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때문에 개연성 가치에 보다 무게를 두고, 환경당국이 마땅한 대원칙을 갖고 시민에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최대 관심사가 있나. 앞으로 계획은?

“환경과 관련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관심사다. 에너지, 기후, 수질 등 가리지 않고 관심이 크다. 단 여건이 된다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환경에 관심 갖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 물론 현재 기업들이 환경에 관심을 더해가고는 있지만, 비단 기업 구성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환경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다.

기업들을 보면 각종 교육훈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나. 공직도 가서 보니까 어느 정도 직급이 되면 인력개발원 등을 통해 갖은 연수기회가 있더라. 체계적 과정을 거쳐 각 구성원들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NGO 활동가들에도 그런 기회가 열려 있었으면 좋겠다. 기후위기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면, 그에 걸맞은 교육이 이뤄지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때문에 그와 관련한 아카데미를 만들어 보고 싶다. 작지만 유익한 아카데미 형태로나마 교육을 제공해 친환경 사회 조성에 노력해보고 싶다. 일종의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사관학교라고나 할까. 여러 사람들과 같이 논의하고 준비한다면 뜻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소개>안병옥 ▲전남 순천 출생 ▲순천고 졸업 ▲서울대학교 해양학 학사o석사 ▲독일 뒤스부루크-에센대학교 응용생태학 박사 ▲유엔환경계획 에코피스리더십센터 평화협력분과 분과장(2006~201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2009~)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2017~) ▲환경부 차관(2017~2018)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2019~)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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