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온라인화·기업은 스마트워크화·제조공장은 자동화

코로나19가 일상에 가져온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이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비대면 경제 표준 오픈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성장만 보고 달려오던 인류는 코로나19로 거의 1년을 심각한 정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도 기어코 성장을 이뤄내는 ‘능력자’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숨고르기를 하거나 오히려 후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공존시대’ 등을 언급하며 이제 인류가 달라진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비일상’이 돼 버린 시대에 ‘세계 경제생활’도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보여 각별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사피엔스’로 거듭나는 인류

코로나19가 일상에 가져온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이다. 이는 제조 중심의 ‘전통적 경제’에서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던 상황에 가속페달을 밟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경제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고 인터넷 기업들이 경제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됐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류가 큰 거부감 없이 이 상황을 납득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지금 우리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류인 ‘코로나 사피엔스’로 거듭나고 있다”며 “코로나 사피엔스가 달라진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형성된 트렌드는 ‘생존 디지털’로, 일상의 공간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아날로그 플랫폼이 더욱 촘촘하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뀌게 됐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문 선임연구원은 특히 “오래 전부터 미국과 중국은 자국경제의 성장 해법을 인터넷 산업에서 찾았고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력한 국가전략을 통해 디지털 경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미국은 2009·2015년 미국 혁신전략을 발판으로 지속적인 민관 협동형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고, 중국은 신형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향후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 발전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에서 시작했고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이다. 이미 수년간 계속되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 코로나19로 더욱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경제에서도 디지털 경제를 향후 경제발전의 중심축으로 삼고 디지털 기술의 독자적인 개발과 공격적인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위험할 정도로 경쟁적인 구도를 보이고 있다.

좋았던 시절 다시 오지 않을까

코로나 공존시대의 경제생활 변화는 크게 가계와 회사, 제조공장으로 구분돼 각각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남중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가계 입장에서는 ‘온라인화’, 회사 입장에서는 ‘스마트 워크화’, 제조공장 입장에서는 ‘무인화·자동화’ 확대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가 일상생활에 접목됐을 때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되는 주요 변화다.

가계에서는 쇼핑, 교육, 건강 서비스까지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기업에서는 회사라는 공간적 제약과 출퇴근 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근무하는 스마트 워크 도입이 활발해진다. 또 제조공장에서는 로봇과 기계 위주 무인화와 자동화가 더욱 확대된다. 사실 이미 수년 전부터 서서히 변해가던 경제생활 행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속도가 더 붙었을 뿐이다.

문 선임연구원은 “비대면 접촉의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 업체가 누리던 기존 주도권은 점차 온라인 업체로 옮겨가고 있다”며 “온라인 업체 성장으로 오프라인 업체의 출점 감소,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의 자연스러운 증가와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 치중했던 자영업자 활동무대도 젊은 창업가들 중심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오래 전부터 경제성장 해법을 인터넷 산업에서 찾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력한 국가전략을 통해 디지털 경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 디지털 경제 규모(2017년)는 GDP의 4.5~15.5% 수준이지만 미국(6.9~21.6%)과 중국(6.0~30.0%)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디지털 경제 하에서 각국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디지털 경제 하에서는 누구나 강대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기존 선진국이라고 분류됐던 서구 주요 국가들의 민낯이 확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광역 전염병으로 이제 어떤 국가든 새로운 위기에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도약할 수 있는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를 맞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코로나 공존시대에는 5세대(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비대면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려는 경향으로 비대면화가 과거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급격한 네트워크 발달로 기업 생존 여부도 빠르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기업이 내수 시장만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수 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 모습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자유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 시대(wall city)가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 모습과 다르다는 것이 분명 ‘좋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새로운 진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기에 ‘우리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 사는 신인류가 될 수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