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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2020년, ‘추-윤’갈등부터 ‘문재인 사과’까지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연합
2020년 한국 정치·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둘로 분열돼 대립했다. 국민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야의 협력을 기대했지만 해묵은 정쟁으로 점점 간극만 벌어졌다. 법조계도 시끄러웠다. 검찰 개혁, 검찰 인사 학살, 대국민사과 등의 단어가 뉴스를 장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치·사회 이슈를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

‘추-윤’ 갈등의 시작과 끝
1월에는 ‘검찰 인사 학살’이 단연 이슈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닷새 만에 대검 검사장급 32명의 인사를 단행하자 절차의 공정성과 인사의 중립성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인사를 통해 대검 참모진을 대거 교체했다. 한직으로 쫓겨난 윤 총장 측근들은 반발했고 검찰 내부는 술렁거렸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겨냥한 ‘인사 학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1월이 되자 ‘추-윤’ 대립은 본격화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배제 조치를 취했고, 윤 총장은 즉각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서 직무에 복귀했다. 이후 12월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등의 조치가 부적정하다고 권고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법무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했다. 이에 반발한 윤 총장은 재차 법원에 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총장은 직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법무부와 대검를 가로막고 있는 우면산 전투에서 윤 총장이 2승을 거머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나게 됐다.

김종인의 사과 vs 문재인의 사과
2020년에는 8월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와 12월에 발표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비교되기도 했다. 지난 8월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 대표 최초로 5·18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게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무릎을 꿇은 김 위원장의 사과는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광주에 동행한 의원들과 같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공감의 리더십을 보였어야 한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12월에는 추-윤 갈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나왔다. 윤 총장이 법원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자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임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사과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 개혁이니 성찰이니 운운하며 대변인을 통해 전한 대통령의 반쪽짜리 사과"라며 "뼈저린 반성과 진정 어린 사죄가 담기지 않은 사과는 국정 혼란의 책임을 슬쩍 벗어내기 위한 아무 의미 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총선 승리 위한 꼼수들
2월에는 두 차례의 3당 합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출범시켰다. 진보진영에서도 3당 합당이 있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민생당으로 거듭났다. 통합당과 민생당은 총선을 위해 보여주기식 통합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4월에 치러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슈퍼 거대여당이 탄생한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궤멸적 참패로 요약된다. 4월 15일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총 180석을 얻었다. 전체 의석의 60%가 여권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반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보다 3석 많은 103석을 가까스로 확보했다.

5월에는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민당은 민주당으로, 한국당은 통합당으로 흡수됐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첫 선거였지만 위성 정당의 출현으로 취지가 퇴색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대형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불리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부렸다.

남북화해 아이콘 김여정의 돌변
3월에는 남북관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첫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이례적인 독설을 퍼부었다.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며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 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고 비난했다.

이후 6월이 되자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북한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며 다시 남한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김 제1부부장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마디 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 나오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남북화해의 아이콘이었던 북한의 2인자 김여정이 남한 공세의 선봉장으로 돌변한 셈이다.

與, 유력 대권주자들의 행보
4ㆍ15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황교안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당선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후보의 총선 승리는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원 판결로 기사회생한 데 반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문 사건에 휩쓸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시장은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한편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로 보고, 상고 기각했다. 이로써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해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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