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자료 뒤집혀도 조치 강행…시민단체 입김 탓?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영풍이 운영하는 ‘세계 4위’ 규모의 아연공장 가 오는 4월부터 두 달간 셔터를 내릴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공장의 환경법 위반 등을 들어 4개월 조업정치 처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뢰한 탓이다. 이는 행정조정 등을 거쳐 2개월 정지로 최종 결정됐다.

영풍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경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감염병 리스크가 한창인 가운데 이번 조치는 지역 경제는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사항을 놓고 위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법원도 자료 오류 인정했지만…

석포제련소
영풍은 지난 4일 물환경보존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오는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1개월 30일간 의 조업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아연 등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액의 42.16%를 차지한다.

영풍 에 대한 셧다운 조치가 내려진 배경을 알려면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는 가 오염방지시설을 안 거치고 폐수를 배출했다는 등의 사유로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방지시설에 유입된 폐수를 최종 방류구 통과 전에 배출했다는 등의 사항을 적발했다. 이는 조업정지 10일에 해당한다. 단 는 제련소의 환경법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반복된 점을 주목했다. 따라서 가중처벌 차원에서 조업정지 4개월을 경북도에 의뢰했다.

하지만 제련소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경북도는 처분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폐수가 공공수역으로 배출되지 않았고, 전량이 생산 공정에 재사용됐으므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이 사안은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까지 넘어갔고 조정 결과 2개월 조업정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조업정지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영풍의 생산 손실 규모는 약 1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와 거래 중인 기업들 역시 일부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지역 사회 피해도 마찬가지다. 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 주민의 약 30%가 이 공장 직원들이어서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적법성 논란 불가피할 듯

경북도청
영풍이 제련소 가동을 실제 멈출지는 미지수다. 2018년 조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했던 소송이 진행 중인 까닭이다. 영풍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와의 소송전이 재차 벌어질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정부 처분의 적법성을 두고도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2개월 조업정지 명령의 근거가 된 2018년 행정처분이 오류에 기반한 자료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대구고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찬돈)에서는 영풍이 경북도를 상대로 낸 '2018년 의 제련소에 대한 조업정지처분 취소 소송' 심리가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경북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이 작성한 ‘ 방류수 불소항목 시험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이 사실상 인정됐다. 이 시험성적서는 제련소 조업정지 20일 처분의 근거가 된 자료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원은 2018년 2월 24일 오후 12시 35분쯤 제련소 인근 낙동강에 방류된 방류수를 봉화군으로부터 전달받았다. 봉화군은 시료를 ‘1회’ 채취해 수질 검사를 의뢰했는데, 연구원은 검사 결과 불소 농도가 29.2㎎/ℓ로 나왔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정상 수질의 기준치(3㎎/ℓ)보다 약 10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제련소 조업 정지 처분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5시30분쯤 대구환경청이 ‘2회’로 나눠서 시료를 채취한 결과보고서는 달랐다. 이에 따르면 낙동강 방류수의 불소 검출량은 단 1.88㎎/ℓ에 불과했다. 기준치 이내인 동시에 연구원 시험 결과의 약 15분의 1정도 낮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판이한 조사 결과를 살펴본 재판부는 대구환경청 자료가 보다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원이 훗날 경북도측에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오염 판정이 이루어졌다”는 공문을 전달한 사실이 이날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북도도 이를 반영해 연구원에 대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의 바탕이 된 연구원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시민단체 밀월관계가 영향 미쳤나

환경부
세간에서는 가 무리수를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제련소로 인한 낙동강 일대의 환경오염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론’을 전제로 한 조치가 이어졌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는 “제련소 일대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장 외부 하천에 카드뮴 약 22kg가 하루에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장에 지하오염 방지시설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도 와 제련소 측에서 팩트 논쟁이 벌어졌다. 그만한 카드뮴이 강으로 유출됐다면, 강물에서 카드뮴수치가 정상 대비 20배 이상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수질측정망에도 포착됐어야 마땅하지만 관련 징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영풍의 제련소는 2014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거론된 이후 지난 7년 간 지속적으로 환경오염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다수의 환경 시민단체가 낙동강 상류 안동댐의 왜가리 집단폐사와 토양오염 및 수질 내 중금속 검출 등이 제련소 때문이라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다. 다만 이 가운데 왜가리 집단폐사의 경우 중대백로와의 먹이 경쟁 때문으로 지난 2019년 밝혀졌다. 토양오염과 수질 내 중금속 검출 등은 기원 논쟁이 한창이다. 제련소와 인근 폐광산 혹은 자연적 요인 중 무엇이 오염원인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련소를 오염원으로 사실상 ‘낙인’ 찍은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는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용역' 중간보고에서 를 ‘대규모 환경오염원’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 환경단체 출신 장관 2명이 연달아 취임하면서,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고 전했다.

전직 고위 관료는 “가 NGO 등 여론을 의식해 제재를 가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청와대가 나서서 방향을 잡지 않는 이상 부처와 시민단체 및 기업 간 다툼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의 조업정지 등 거취사항은 환경과 산업, 기업과 노동 및 지역경제 문제가 전부 얽혀 있는 까닭에 다루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털어놨다.

한편 는 ‘낙동강(영풍제련소∼안동댐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련소의 낙동간 인근 환경오염 기여도를 상세히 알아보고 있다. 조사 결과는 원래 2020년 말 나올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관계자는 “지난해 잦은 태풍 등 변수가 많아 조사가 지연됐다”며 “현재 초안까지는 나왔고 최종 결과는 올해 2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제련소 인근 환경오염의 기원을 두고 논란이 지속됐던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곧 나올 최종 보고서에는 일부 사항에 대한 오염원이 제련소임을 확인할 요소가 담겨 있다”고 귀띔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