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규모 정부합동조사단 출범해 신도시 6곳 전체 전수조사
들끓는 부동산 민심 “3기 신도시만 바라봤는데…허탈”

청년진보당원들이 5일 청와대 앞에서 LH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청와대 해결 촉구 기자회견 중 '땅 투기'라고 적힌 종이판을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사전 땅 투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주도로 진행중인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땅 투기 의혹은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 시절 벌어진 일이라 파장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대규모 정부합동조사단을 지난 4일 출범시키고 총리실 주도로 3기 신도시 6곳 전체에 대한 투기의혹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 대상도 LH 직원 뿐 아니라 국토부와 관련 산하기관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공직자 투기행위에 대한 신고도 접수받는다.

정부의 발빠른 조치는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들끓는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LH발 땅 투기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자 민심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듯이 확산됐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라는 비난이 정부를 향해 빗발치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 이 파장을 조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이후 부동산 대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 전·현직 직원 10여명과 가족이 58억원의 대규모 대출을 받아 신도시 발표 전에 해당 지구의 토지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된 이들은 현재 LH 근무자 13명과 퇴직자 2명 등 총 15명이다. 이들 직원 상당수가 수도권 본부 토지보상 업무 부서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로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LH발 투기 의혹으로 부동산 대책 암초 만났나

정부는 이번 주까지 기초조사를 완료하고,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수사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고강도 대응책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추진은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됐다.

부동산 민심은 이미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LH 임직원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요청’ 청원이 올라와 하루만에 청원 1만3000건을 돌파했다. 이 청원인은 “3기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 한두 푼도 아니고 ‘10여명이 100억원’이란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정의와 공정이란 말이 씁쓸하다”고 강조하면서 가감없는 조사와 국정감사를 요청했다.

LH는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변 장관도 입장을 밝혔다. 변 장관이 바로 지난해 말까지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직원들의 토지 구입 시기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이고 변 장관의 사장 재직 시기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로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직전에 해당기관을 경영한 기관장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변 장관에 대한 해임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변 장관 주도한 2·4 공급대책 후속조치 늦어질 듯

이에 따라 LH 사태로 변 장관이 주도한 2·4 공급대책의 후속조치가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오는 4월 신규 공급 택지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전수 조사에 시일이 걸리면서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전수 조사를 통해 이번 광명·시흥 건과 유사한 다른 투기 사례가 나오면 일정은 더 늦춰져 전체 공급 대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떨어진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예견된 결과’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LH의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2025년까지 용지 확보를 발표한 전국 83만6000가구 중 약 71%를 LH 등 공공 기관이 주도한다. 이에 따라 LH는 특히 도심 정비 사업에서 분양, 일반 분양가 책정, 감정평가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 같은 사업에 이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지할 관리 감독 체계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LH직원들은 매입 대금 100억원 중 58억원을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시세 차익을 노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신도시 지정 이후에는 보상액을 추가로 받기 위해 묘목을 심는 등 전문 투기꾼처럼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아니면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추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H발 투기 의혹이 부동산 대책의 뿌리까지 흔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분석된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