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신 의회에서 1인 시위, 우주 쓰레기 추적 프로그램 개발도…K팝 팬 연대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 주목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환경 오염에 시달리는 ‘지구 살리기’에 Z세대가 움직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 Z세대는 환경과 인권, 디지털 프라이버시 등 사회적 이슈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세대다. 이들은 특히 환경 분야에서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가게 될 지구의 위기를 걱정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면서 진정성 어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경오염때문에 야기된 기후 위기에 대해 기성세대를 향한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10대와 20대 환경운동 활동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서울환경연합 유튜브
그레타 툰베리, 청소년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

청소년 환경 운동을 세계적으로 알린 그레타 툰베리는 15세였던 2018년 8월 기후변화 문제 제기를 위해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다. 툰베리는 당시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진행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시위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현재까지 133개국 160만명이 동참했다.

이어 2019년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기후 문제와 관련해 세계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라고 언급했고 그 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툰베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 의견을 보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MSN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툰베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A+는 아니다”라고 답하며 “그(바이든)의 정책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맞춰 가고 있는지, 섭씨 1.5도나 2도 아래로 유지하려고 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국이 합의한 협약이다.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할 때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美 앰버 양, 우주 쓰레기 추적 소프트웨어로 98% 정확도 기록

과학 기술을 활용해 우주 환경 문제 대처에 나선 인물도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재학중인 앰버 양(21)은 18세이던 2018년 계속 늘어나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그는 우주 쓰레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공전 궤도를 바꾸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을 만들어 우주선과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98%의 정확도로 우주 쓰레기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개발하려고 노력했던 기술로 NASA의 자체모델보다 더 정교한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업적으로 그는 2017년 인텔 파운데이션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정부 상대로 기후 소송 벌이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나연양. 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정부 상대로 기후 소송 중인 국내 청소년기후행동

국내에서도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청년 활동가를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를 상대로 기후 소송 중인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가인 김나연(15)양은 SNS를 적극 활용해 기후 문제를 알리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청소년 단체다.

김양이 속한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해 3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법령은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 제25조 제1항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청구에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는 만 13∼19세 청소년 19명이 참여했다.

김양은 “우리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기후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를 그대로 겪어야 하는 세대”라며 “우리는 기후로 인해 고통받는 미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안전하고 평범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사회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십대들은 이 문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특히 케이(K)팝 팬들 가운데 십대가 많은 만큼, 머지 않은 미래에 팬덤이 가진 적극성이 기후행동에서도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양은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온라인 액션의 참여율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파리협약 5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지구 온도 상승 억제 이행을 위해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시작하기도 했다.

K팝 팬덤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플랫폼이 오픈됐다. 사진=케이팝포플래닛 제공.
K팝 팬들 주도하는 기후 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

K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 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을 만들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 인물도 있다. K팝 팬으로서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도네시아의 대학생 누룰 사리파(21)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까지 전세계 팬들과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누룰 사리파는 “화석 연료의 사용과 삼림 벌채와 같은 파괴적인 인간 활동이 기후 위기를 야기시켰다”라며 “대부분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인 K팝 팬들 역시 기후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K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을 운영중인 인도네시아 출신 대학생 누룰 샤리파. 사진=본인 제공
때문에 기후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전세계 많은 팬들이 이 운동에 지지를 표하며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케이팝포플래닛은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오는 다양한 팬덤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인종·신념·성별·민족 등이 모두 다르지만 K팝을 즐기고 기후 정의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