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열정을 이기지 못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사회 변화에 적극적이다. 문제적 현상에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MZ세대의 활동을 축소시켰다. 각국의 봉쇄 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MZ세대의 행동 반경은 줄어들었다. 그러자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그들의 열정 또한 식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딜로이트 글로벌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코로나19 팬데믹, 급격한 기후 변화, 불안정한 사회정치적 분위기가 오히려 MZ세대의 열정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의 진정한 변화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MZ세대는 오랫동안 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왔지만 현 시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들은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환경보호에 관심, 디지털 네이티브 영향력 확대
딜로이트 글로벌은 지난 16일 ’2021 밀레니얼과 Z세대 설문조사'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세계 45개국 1만4655명의 밀레니얼 세대와 8273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지난 1월 8일부터 한달간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1983년 1월과 1994년 12월 사이에 출생한 세대와 1995년 1월과 2003년 12월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각각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규정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MZ세대의 등장과 특징,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등을 살폈다.

MZ세대는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등장했다. IT 기술에 힘입어 MZ세대는 전세계인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사회 문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로써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는 한편 각종 사회적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MZ세대는 키보드와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세대들보다 더 집요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현상을 뒤엎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조사한 MZ세대의 특징은 크게 6개의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정신 건강 문제 △스트레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 △부와 소득의 불평등 △인종차별 등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10년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삶은 변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함이 없었다”며 “그들은 이상주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 그리고 기업이 사회를 돕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믿음을 지속해 왔다"고 총평을 남겼다.

밀레니얼 세대 44%와 Z세대 43%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체의 약 40%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및 기후 문제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활용품 사용, 대중교통 이용 증가, 식습관 및 쇼핑 습관 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MZ세대는 가치 소비를 통해 기업의 친환경 경영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제품·서비스 구매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에 불고 있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사내에 ESG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ESG 경영 대열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이유는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 짓는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목표 수정…미래 불안감 커져
전체 응답자 중 약 3분의 1(밀레니얼 세대 중 31%, Z세대 중 35%)이 유행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 때문에 휴가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반 가까이는 고용주에게 결근 사유를 다른 이유로 제시했다. 직장에서 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해 고충을 토로할 경우 문제가 있다는 주홍글씨가 따라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밀레니얼 세대 중 38%와 Z세대 중 35%만이 상관들에게 스트레스와 관련해 터놓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스트레스, 불안, 기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업장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주는 직원들의 정신건강과 복지를 지원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41%와 Z세대 46%가 전부 혹은 대부분의 시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가족의 안녕’과 ‘장기적인 재정상 미래’가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Z세대에게는 ‘직업/경력 전망’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MZ세대의 개인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는 자신들의 전반적 재정 상황에 대해 종종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팬데믹 영향으로 재정 목표를 재평가하고 상황에 맞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밀레니얼 세대 36%와 Z세대 40%는 향후 12개월 동안 개인 재정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각 그룹의 약 20%는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긍정 평가 큰 폭 하락
밀레니얼 세대 47%와 Z세대의 48%는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2017년 이후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고 지속가능한 기후 및 환경 변화에 자기 주장을 강조하는 MZ세대가 기업의 책임감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ㅣ.

직업의존도 또한 감소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36%와 Z세대 53%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2년 내에 현재 고용주를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34%와 Z세대 21%는 최소한 5년은 현 직장에 머물 계획이라고 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가치 중심적이고 행동 지향적”이라며 “기업들은 비전을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들이 MZ세대를 잡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지난 5월 기업 271개사를 대상으로 'MZ세대 인재 유입과 장기 근속을 위한 노력 여부'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 49.1%가 ‘별도로 노력하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MZ세대 인재 유입과 장기 근속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이전 세대와 사고, 행동 양식 차이가 커서'(41.4%, 복수응답)가 1위였다. 다음으로 'MZ세대가 회사를 이끄는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어서'(37.6%), 'MZ세대 직원이 많이 필요한 업직종이어서'(27.1%), 'MZ세대의 지원율이 낮고, 퇴사율이 높아서'(23.3%), '채용, 업무 방식이 낡아 개선이 필요해서'(12%) 등의 순이었다.

이들 기업이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으로는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의 근무 환경 조성'(51.9%,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근소한 차이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업무 방식'(48.9%)이 뒤를 이었다. 계속해서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형성'(39.8%), '시차출퇴근/유연근무제 도입'(28.6%), 'MZ세대 눈높이 맞춘 복리후생'(23.3%),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 평가와 보상'(22.6%), '개인 역량 및 커리어 개발 적극 지원'(18%) 등을 꼽았다.


“정부가 개입해 부의 불평등 해소하라”
설문조사에 응한 밀레니얼 세대의 69%와 Z세대의 66%는 부와 소득이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MZ세대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빈부 격차를 상당히 좁힐 것으로 보고 있다. 약 3분의1에 달하는 응답자가 소득 불평등 감소를 주장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임직원 급여와 최고 급여를 받는 경영진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법안 △부유층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여하는 법안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안 △저소득층에 직업 훈련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정책 △최저생계소득 보장 정책 등에 대해 과반이 넘는 비율로 동의했다.

한국의 경우 부의 불평등을 주장하는 MZ세대 비율은 글로벌 수치를 크게 상회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73%, Z세대의 76%가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부의 불평등 원인으로 부유층에 호의적인 법·규제·정책을 꼽았다.

약 60%에 달하는 MZ세대들은 인종차별이 사회에 상당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그들의 배경적 측면 때문에 항상 또는 자주 차별을 느낀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구 세대가 진보의 방해가 된다고 봤다.

한편 한국 MZ세대와 글로벌 MZ세대는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놨다. 한국 MZ세대는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한국 밀레니얼 세대는 지난해 43%였으나 올해 40%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 Z세대의 45%도 갈수록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올해에는 38%만이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글로벌 밀레니얼은 경제 상황 악화를 예상한 비율이 지난해 33%에서 올해 43%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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