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vs 권영길 (경남 창원을)진보정당 원내진입 여부가 최대 관심사

[2004 총선 열전지대] 보수와 진보의 얼굴, 대격돌
이주영 vs 권영길 (경남 창원을)
진보정당 원내진입 여부가 최대 관심사


4ㆍ15 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노동계를 주축으로 한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여부다. 대선자금 불법모금 및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으로 인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진보세력의 국회 진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한나라당 이주영(53)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64) 대표가 일합(一合)을 벌이게 될 경남 창원 을 지역구가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웅을 겨뤘던 두 사람은 이번에 양보할 수 없는 재대결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당시 이 의원은 4만1,729표를, 권 대표는 3만6,579표를 각각 얻어 권 대표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호각지세의 싸움이 예상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권 대표와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도 “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 위상이 한껏 높아진 권 대표와의 재대결에 내심 부담을 느끼고 있는 눈치다. 이 의원은 그러나 “지역구를 다녀보면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권 대표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4년간의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의원이 여유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당내에서 ‘일 잘 하는 의원’ 그룹에 속한다. 초선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장, 제1정조위원장, 비상대책위원 등 굵직한 감투를 여럿 달았던 그는 당내에서 여권을 공격하기 위한 각종 특위가 발족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름 석자를 올렸다. 특히 판사 출신답게 차분하고 논리적인 ‘대여 공격수’로도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지역구 관리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중앙당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도 거의 매주 지역구로 달려와 유권자의 표심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특히 지난 9월 태풍 ‘매미’가 덮칠 때에는 지구당사에 아예 ‘캠프’를 차리고 수해 복구지원활동에 비지땀을 흘렸다. 최근에는 올 정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 예결위 위원으로 참여, 창원 근로복지회관 신축관련 예산을 따내는 데 심혈을 쏟는 등 지역 민원 해결에도 앞장섰다.

이 의원에게 두 번째 도전장을 던진 권 대표의 행보는 더욱 뜨겁다. 지난해 9월 이후 전국에서 펼쳐진 각종 집회와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창원에서 보내며 유권자 표심 낚기에 열심이다. 지난 대선 때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인지도가 한결 높아진 만큼, 표밭을 누비는 발걸음도 가볍다.

지난해 8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나선 권 대표는 “16대 총선에서는 지역주의로 인해 아깝게 패배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당선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창원에서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수많은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 눈물로 일궈온 창원은 민노당의 집권이 유력하고, 또 반드시 집권해야 할 지역”이라며 “나와 우리 당의 4ㆍ15총선 투쟁은 지난 수십 년간 진보정당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인 만큼 혼신의 노력을 다해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


입력시간 : 2004-01-08 17:11


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