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vs 유종필 (서울 관악을)본가와 분가의 혈투, '배신자' 논쟁 기싸움 예고

[2004 총선 열전지대] 총부리 겨눈 '어제의 동지'
이해찬 vs 유종필 (서울 관악을)
본가와 분가의 혈투, '배신자' 논쟁 기싸움 예고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왼쪽), 민주당 유종필 의원

4개월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에서는 ‘본가’(민주당)와 ‘분가’(열린우리당)의 후보가 양보할 수 없는 혈투를 벌이는 지역구가 많다.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과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 서울 관악 을도 예외가 아니다. 두 사람의 정치적 무게는 다르지만,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같은 배를 타고 온 정치적 동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당시 이 의원은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유 대변인은 방송특보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작업을 함께 했다. 이전에는 서울시 부시장과 시의원(관악)으로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선 이후 서로 다른 말을 탔다. 이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활약한 반면, 대선후보 국민경선 때 노무현 후보의 ‘입’ 역할을 맡았던 유 대변인은 민주당에 잔류, 노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심지어 그는 특유의 입담과 독설로 노 대통령과 친노 그룹 공격의 선봉장으로 나서 여권의 경계대상 1호로 꼽힐 정도다.

“정치판에 영원한 동지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양측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뜨겁다. 지난해 10월 유 대변인이 “청와대 참모들이 돈벼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정도”라는 내용의 ‘돈벼락’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해, 이 의원이 “(비판하더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도리를 지켜가면서 해야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비판하면) 그 다음에 대화가 되겠나”라고 점잖게 ‘충고’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양측은 또 지역구에서 ‘배신자’ 논쟁을 벌이며 치열한 기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측은 민주당에 잔류한 유 대변인에 대해 ‘기회주의자’라고 몰아세우고 있으며, 유 대변인 진영은 열린우리당으로 옮긴 이 장관에 대해 ‘배신자’로 비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의원 측은 유 대변인의 거침없는 도전에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측근은 “지역여론을 종합해 볼 때 이 의원의 인지도가 일방적이다”면서 “외부에서는 접전지역 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측은 “유 대변인이 분당과 관련해 배신ㆍ분열 공세를 펴게 되면 곤혹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유행가는 흘러간 선거 캠페인으로 유 대변인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책위의장과 교육부 장관 등 핵심요직을 거친 데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관록이 결코 녹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유 대변인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쇄신과 물갈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할 때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유 대변인은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95년 서울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 대통령 정무비서관,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

그는 이 의원과의 대결에 대해 “새 인물과 구 인물,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 미래의 인물과 과거의 인물로 대립 각을 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이 지역 유권자의 35%를 차지하는 호남 표심의 향배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성동(49) 지구당위원장과 김철수(60) 양지병원장이 ‘본가와 분가와의 싸움’에 어부지리를 노리며 공천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내부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성호기자


입력시간 : 2004-01-08 17:18


김성호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