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회에서 갈고 닦은 경륜과 패기로 출사표 던진 당료들

[4·15 총선 카운트 다운] '혁명' 기치 올린 바람의 파이터
정당·의회에서 갈고 닦은 경륜과 패기로 출사표 던진 당료들

왼쪽부터 이정현, 이원기, 송태영, 김기운, 김선문

4.15 총선에 정당과 의회에서 수년간 경륜을 쌓은 당료들이 대거 출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의원급’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능력과 자질을 겸비하고 있는 인사도 있어 총선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물갈이’ 태풍이 한창인 한나라당에서는 당료 10여명이 ‘제1당’ 사수와 당 쇄신의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무늬만 386이거나 줄타기·지역성에 터잡은 인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 실무경험과 정책전문가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광주 서구에 공천신청을 한 이정현(45) 정책기획팀장은 한나라당의 사지(死地)인 호남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팀장은 이회창 후보 전략기획단장, 2000년 총선 미디어기획단장, 당 정세분석팀장, 국회정책연구위원(2급) 등을 거친 전략기획통. 그는 “호남에서의 선거혁명을 통해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며 “호남발전을 위해서는 제1당인 한나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실용 정치론’을 펴고 있다.

"지역구도 타파", "새 바람" 야심

이원기(40) 건설교통위 전문위원은 경북 영덕ㆍ청송ㆍ영양에 공천을 신청했다. “TK 지역에 40대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가 예사롭지않다. 일찌감치 청주 흥덕을 점찍은 송태영(43)부대변인은 이미 표밭을 꽤 많이 누빈 상태. 이경직(39) 직능부국장은 정책부국장, 대표 최고위원 보좌역, 국회정책연구위원(2급) 등을 역임했으며 경기 김포에 출마할 예정이다. 96년 신한국당 시절 공채로 들어온 가장 젊은 당료 서용교(37) 원내총무실 부장은 당의 핵심 부서를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 남구에 도전했다.

이밖에 안홍(44) 예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서갑에, 김주철(49) 전문위원은 서울 노원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남성(39) 중앙연수원 교수는 경기 의정부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고, 최병렬 대표 보좌역 출신의 조정현(43)씨는 경기 용인을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젊은피’김재두(39) 부대변인이 광주 북갑에 출마, 같은 당 김상현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새정치국민회의의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몸을 담은 뒤 원내총무실 부장, 국회 정책연구위원,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쳤다. 민영삼(44) 부대변인은 1984년부터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를 보좌했는데 분당시 민주당에 남았다. 경기 안산을에서 목포고 선배인 천정배 의원과 맞붙는다.

이밖에 김기운(43) 민원국장은 국제협력국장, 정책전문위원 등을 거쳤으며 서울 강서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선문(43) 부대변인은 경기 군포에, 양윤녕(42) 홍보국장은 남제주, 정창교(42) 정세분석국장은 인천 계양, 양원동(42) 특위국장은 경기 고양 덕양갑에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당료 출신 출마자가 많지 않은데 이평수 공보실장 출마(전남 여수)가 눈에 띈다. 한국일보 기자출신으로 민주당 정책위 재정분과위원, 부대변인을 역임했으며 경제통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정책위 상임부의장은 88년 평민당에 입당해 정당에 첫발을 내디딘 뒤 조직국장, 96년 총선기획단 부단장,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정상황실장,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 동작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국민회의 여성국장을 지낸 유승희 총괄조직실장은 경기 광명에 출마,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의 성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윤선희 청년위원장은 서울 동작갑에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서용교 한나라당 원내총무실 부장(부산 남구 출마 예정)

“이회창 전 총재를 통해 배운‘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총선에 나섰다.”서용교 한나라당 원내총무실 부장은 2000 총선 선대위원장 차장, 2002 대선 이회창 후보 비서실 차장을 역임, ‘국민 심판’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정치’가 무엇인가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정치권 충원이 이익집단의 대표, 대중적 유명인사, 재야운동권 등에서 주로 이뤄진 탓에 이해 관계의 대립, 정치에 대한 몰이해, 이념적 편향성 등으로 갈등이 심화했다는 게 그의 진단. 그는 “당료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이해관계와 이념적 편향성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치’에 성실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 나이와 관련해서는 “10년 가까이 실무 경험을 했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 총선과 대선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정치적 나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광주 북갑 출마 예정)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김재두 부대변인과 민주당 지역구 최다선(6선)인 거물 정치인 김상현 의원과의 공천 대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김 부대변인의 정치 경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과 청와대를 오가며 10년 가량 정당 경험, 입법 경험과 국정 경험을 쌓았다. 이 기간동안 무려 5명의 원내총무를 보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치를 익혔다.

김 부대변인은 정당개혁을 통한 정당 민주화, 통일에 대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21세기에 걸맞은 새 인물을 선택해 새 정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 분당 사태 때 대변인단 중 열린우리당의 부도덕성을 정면으로 공격한 장본인인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짓밟힌 자존심을 되찾고, 새로운 희망을 심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서울 동작갑 출마 예정)

개혁 지향 마인드도 386세대에 못지않고 (세대간) ‘’” 전병헌(45)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386세대의 장점인 패기와 열정에 경험과 경륜을 더한 ‘475세대’.

지난 9월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DJ노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지만 민주당은 답습하고 있다”며 “‘국민의 정부’ 업적은 참여정부가 성공해야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타민 같은 정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지금까지의 정치는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피곤하게 한 ‘구시대 낡은 정치’다. 국민에 꼭 필요한 제대로 된 정치를 한번 해 보겠다”는 뜻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1-15 14:5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