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비판으로 경제 견인"가문의 영광 이어간 금융행정 전문가, 민생경제 살리기에 의욕

[이사람을 주목한다] 한나라당 이종구 당선자 <서울 강남갑>
"건강한 비판으로 경제 견인"
가문의 영광 이어간 금융행정 전문가, 민생경제 살리기에 의욕


“열린우리당에 ‘채수찬’이 있다면 한나라당에는 ‘이종구’가 있다.”

17대 총선 공천 막바지인 지난 3월4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신(新) 정치 1번지’로 최병렬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 갑의 출마 후보를 확정했을 때 모든 당직자들은 “아, 그 사람이야”라며 무릎을 쳤다.

- 이헌재 사단 핵심멤버

이종구(54) 전 금융감독원 감사. 평생 야당 외길을 걸어온 이중재 전 의원의 장남이자 자타가 인정하는 금융행정 전문가다.

이 당선자도 경기중ㆍ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밟는 등 학창 시절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랄까. 그는 화려한 공직생활을 접고, 야당 경제통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한때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던 서울 강남에서 당당하게 금배지를 달며 ‘가문의 영광’을 연출했다.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0년간 재정경제부(옛 재무부 포???에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그이지만 ‘야당 의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적잖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85년 12대 총선 당시 민한당 후보로 강남에 출마한 이 전 의원이 여당(민정당) 후보를 물리친 뒤 여권 내에서 “이중재 아들 때문에 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돌연 재무부에서 관세청 교수연수원장으로 ‘?겨 난’데 대해 지금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정의감과 실력, 그리고 선 굵은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며 공직생활 도중 ‘골수 야당 의원의 아들’로서의 어려움을 보기 좋게 극복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우루과이라운드(UR) 금융부문 협상의 실무책임자로서 해박한 영어와 금융지식을 발판으로 말끔하게 처리했으며, 외환위기 전에는 한보그룹 등 부실기업 정리를 도맡았다.

특히 이 당선자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노무현 정부의 경제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헌재 경제 부총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지 궁금하다. 이 부총리의 고교 후배이기도 한 이 당선자는 IMF 위기 당시 이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금감위의 구조개혁기획단 국장으로 제2금융권(보험ㆍ상호신용금고ㆍ종금)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 "짜고 매운 맛 보여주겠다"

이 당선자는 벌써부터 “소금은 짠 맛이 나야 소금”이라며, 야당 의원으로서 여당 및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데도 ‘코드정치’에 몰두하느라 시급한 민생 현안들을 돌보지 않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당선자의 일화와 관련해서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있는 결혼식이 지금까지도 관가의 화제로 전해진다. 1977년 8월,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에는 신랑측의 경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 신부측에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여당 의원이 각각 자리를 잡았고, 유신반대의 기수였던 변형윤 서울대 교수가 주례를 맡았던 것. 이는 이 당선자의 장인이 당시 울산의 갑부로 조흥은행장을 맡고 있던 고태진씨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전 의원의 고향은 전남 보성이었다.

“아버님은 정치를 하려는 저를 처음에는 말리시다가 당선이 확정된 뒤 ‘낮은 자세로 열심히 국민에게 봉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 당선자는 “당내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경제살리기에 앞장서는 한편 한나라당을 개혁적ㆍ합리적 보수세력의 구심점으로 재건해 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4-27 21:40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