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웨스틴 조선·그랜드 하얏트, 차별화로 승부수롯데·힐튼 등 비즈니스 호텔도 고객유치에 총력전

[호텔대전] 강북 3강, 강남 불똥에 '맞불'
신라·웨스틴 조선·그랜드 하얏트, 차별화로 승부수
롯데·힐튼 등 비즈니스 호텔도 고객유치에 총력전


“앞으로 10년 후 신라호텔이 과연 어떤 호텔로 고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지, 중장기적인 계획과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상의 고품격 호텔이라는 지금의 이미지가 10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33) 호텔신라 경영전략 담당 상무보. 그는 이미 깊이 생각을 한 듯, 서슴없이 말을 꺼냈다. 평소 호텔 경영과 관련 의문점이 있을 경우 담당 실무직원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직접 묻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던 이 상무보는 이날 따라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긴 지 올해로 꼭 3년째를 맞는 이 상무보는 부친인 이 회장이 3년 전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화두로 던졌듯, 호텔 신라의 중장기 발전 계획의 그림을 그려 보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만큼 일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은 신라에서도 자타가 인정할 정도다.

- 신라, 토종브랜드 고품격 이미지 선도

‘강남대전’의 여파는 시내중심 비즈니스 호텔가에도 또 하나의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인 강북권의 신라, 그랜드하얏트, 웨스틴조선 등 3개 호텔은 고 품격 호텔 이미지로 3강 체제를 구축하며 국내 호텔 업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하루 평균 객실료와 투숙률 등을 산출해 평가하는 객실수익률(yield rate)에서 웨스틴조선이 현재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신라와 하얏트는 식ㆍ음료 연회부문에서는 우세를 보이고 있다. 또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롯데와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로 최상의 고 품격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는 신라는 물밀듯이 국내 진출에 나서고 있는 외국계 유명 체인 호텔들의 공략에 맞서기 위해 우선적으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에 돌입한 상태다. 신라는 기존 사업부문의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개ㆍ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대대적인 외관 리모델링 작업을 끝내고 5월 1일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샤넬,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부티크를 재단장 해 고품격 스타일로 일본 쇼핑 여행객들을 끌어 들인다는 전략이다. 또 5월부터 지하 아케이드를 시작으로 연회장과 레스토랑, 로비, 객실 등 호텔 전부문 노후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개ㆍ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10년 만에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에 착수하는 셈이다. 기존 식당 등에 최고의 식자재 와 엔터테인먼트, 패션 요소를 가미해, 단순히 ‘먹거리’ 중심의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고품격의 ‘문화의 장’으로 차별화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또 올해 말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겔랑과 손잡고 고품격 스파 시설을 오픈하는 등 앞으로 2년간 재단장할 계획이다.

- 하얏트, 비즈니스 호텔로 역량 집중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도 전통적인 비즈니스 호텔로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얏트는 올해 초 기존의 비즈니스 센터를 기존의 3배로 확장, 9개 회의실과 4개 컴퓨터 룸을 갖춘 250여 평의 아시아 최고 규모인 ‘ 비즈니스&미팅 센터’를 개관했다. 9개의 회의실은 전형적인 ‘ 보드 룸’ 형식의 회의실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라운지 형식의 룸으로 구성돼 다양한 형태의 미팅이 가능하다. 특히 각 방마다 전자 칠판, LCD 프로젝터, PDP 기능을 하나로 모은 최신 기술인 월 디스플레이(Wall Display)와 PDP, DVD 등을 설치, 세계 어느 곳이든 최대 4곳까지 동시연결 화면을 통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최첨단 화상회의 시설을 갖췄다. 여기에다 2개 국어 이상 가능한 상주 직원이 통ㆍ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이와 함께 남산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하얏트는 최근 조망권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602개의 객실 벽 이노베이션을 1년간에 걸쳐 완료했다. 방마다 객실 유리창을 통 유리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조망권 확보에 신경을 썼다. 신라호텔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등 곳곳에 이부진 상무보의 의욕이 묻어 난다면, 하얏트는 하얏트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세계 공통된 서비스 체계를 통해 하얏트 마니아들을 최대 만족시키겠다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조선, 디지털 하우스로 새단장

올 10월로 창립 90주년을 쨈?웨스틴 조선호텔은 지난 10년간 1,000 여억원을 투자해 대단위 객실과 외관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453개의 객실에 각각 2억원 이상의 돈을 들인 셈이다. 웨스틴은 호텔 객실을 ‘집 밖의 집(Home Away Home)’이라는 목표로 올해 초 ‘ 디지털 하우스’로 재단장했다. 객실에 데스크톱 컴퓨터와 복사기 겸용 팩스, 휴대 전화 등을 놓아 사무실과 휴식 공간의 벽을 없애고 신형 PDP TV도 배치했다. 외국인 투숙객들의 특성과 선호도에 맞춰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에선 유일하게 객실마다 개별 냉난방 시설도 갖췄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커피숍 등 식ㆍ음료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개ㆍ보수에 돌입할 계획이다.

금융월간지 ‘아시아 머니’로부터 서울의 최고 호텔로 선정되는 등 시내 중심타운에 위치해 해외 뱅킹 파이낸스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텔로 꼽히는 웨스틴으로서는 제한된 공간과 식ㆍ음료장의 수익률 등이 최대의 우선 과제다. 특히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32) 웨스틴조선호텔 상무가 호텔 객실 인테리어와 레스토랑 리노베이션 작업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그의 활약이 주목되고 있다. 이석구(55) 웨스틴 조선호텔 대표는 “ 호텔도 사람처럼 끊임없이 가꿔야 한다”며 “ 지난 10년이 객실과 외관을 위한 ‘편안함과 멋을 위한 리노베이션’이었다면 지금부터는 ‘ 맛의 리노베이션’으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롯데 등도 영업망 재정비에 박차

순수 국내 로컬 호텔인 롯데호텔은 최근 일본 리가로얄 호텔그룹, JR호텔그룹과 제휴계약을 체결하고 체인 호텔급 서비스망을 구축, 앞으로도 일본 여행객들을 더욱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도 힐튼 인터내셔널의 고객 확충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고객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이들 호텔은 ‘ 강남대전’의 여파를 염두에 두고, 영업력을 확충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황은 갈수록 드세질 전망이다. 프레이저 스위트, 한 스위트 등 서울 도심의 외국인 장기 투숙객들을 위한 호텔형 레지던스가 최근 곳곳에 들어서면서 비즈니스 호텔들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5-12 21:20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