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국내 자동차시장 집중 공략일본차업계, BMW 등과 국내 중·대형 시장서 한판 승부

[자동차 특집] 수입차 무한경쟁시대-고급스러운, 아주 특별한 '전쟁'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국내 자동차시장 집중 공략
일본차업계, BMW 등과 국내 중·대형 시장서 한판 승부


수입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들의 잇따른 국내 진출로 수입차 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할 태세다. 수입차 시장을 선도해 온 BMW와 렉서스 간의 1위 쟁탈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 지고,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바짝 뒤쫓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메이커의 차량까지 국내 시장 입성해 중ㆍ대형차 시장에 파란을 예고 하는 등 파상적인 공세의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여,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더욱 곤두 세우며 대응 전략 강구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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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차 국내진출 '가속페달'

지난해 초 한국내 법인으로 혼다코리아를 설립, 국내 시장 진출 준비를 해 온 혼다는 최근 후쿠이 다케오 본사 사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혼다의 간판급 세단인 어코드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한국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미 예약 판매에 착수한 혼다코리아는 5월 20일 서울 청담동에 400여 평 규모의 전시장 1호점을 개장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 안으로 서울 3곳, 부산 1곳 등 총 4개 딜러를 개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코드는 3.0 V6 VTEC과 2.4 i-VTEC 등 2개 모델로 5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하고 VTEC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우수한 동력 성능과 연비를 확보, 배출 가스를 최소화 시킨 다이내믹 스포티 세단이라는 점이 특징. 어코드는 1976년 출시된 이후 6차례나 풀 모델을 교체하면서 세계 140여 개국에서 1,300만대가 판매된 베스트 셀링 모델로 손꼽힌다. 국내 시판 가격을 3,400만~3,900만원 대(풀 옵션)로 책정, 국산차 동급 모델 대비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1,000대로, 내년은 그 두 배인 2,000대로 잡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어코드 외에도 올 하반기에 미국 등지에서 호평을 받은 승용감각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 CR-V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니밴인 오딧세이와 고급 브랜드 아큐라 등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들여 올 계획으로, 향후 파상적인 공세가 전망된다.

일본 닛산 자동차의 국내 법인인 닛산 코리아는 내년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 7개 모델을 내세워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태세다. 인피니티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에 처음 소개된 뒤 렉서스와 途?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JD파워가 실시한 미국 고급차 시장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닛산의 대표적 고품격 브랜드. 인피니티 모델이 선보이는 것은 북미 시장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닛산의 케네스 엔버그 사장은 5월 13일 “ 한국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 중순 G35 스포츠 세단 및 스포츠 쿠페, 고급 세단인 Q45, 지난 뉴욕 국제모터쇼에서 컨셉카로 처음 공개된 M35ㆍM45 세단 등 5개의 인피니티 라인 업을 한국 시장에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시장에 브랜드 이미지 확립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 향후2~3년 내 BMW, 렉서스, 벤츠 등과 시장 점유율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닛산은 내년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FX35와 FX45도 출시할 예정으로, 인피니티가 자체 판매망을 확보해 북미 시장 이외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닛산은 특히 한국 시장을 인피니티 브랜드 세계화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구상. 한국 닛산은 판매 초기에 2~3곳의 딜러를 선정한 뒤 3,4년내 딜러망을 6~8곳으로 확충, 판매ㆍA/Sㆍ부품 공급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해 통해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혼다에 이어 닛산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일본내 3대 메이커가 모두 한국 시장에다 터를 잡게 되는 셈이다.

한편 렉서스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다소 여유로운 입장이다. 2001년 1월부터 올 4월말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9,170대인 한국토요타는 6월까지 렉서스 1만대 판매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렉서스 판매가 시작된 이래 3년 6개월 만의 실적으로 수입차 업계 최단 기록. 토요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5~6월을 고객 감사 기간으로 정하고 렉서스 구매 고객에게 다양한 감사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 2년 4만km 수준으로 제공되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2배로 연장하는 ‘더블 프리 메인테넌스 프로그램’, 4년 10만km의 보증기간을 2년 2만km 추가로 제공하는 ‘보증 기간 연장 프로그램’ 등으로 이미 실시 중이다.

또 렉서스 RX330 구매 고객에게는 등록 후 4년간 주차시 발생하는 차량 손해를 매년 1회 보상해 주는 ‘차량 손해 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히 토요타는 혼다의 공세를 감안, 당장은 렉서스 브랜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나 중ㆍ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캠리를 비롯, 일반 토요타 브랜드 모델을 국내 시장에 투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BMW 아성에 렉서스 등 거센 도전

혼다와 닛산이 가세함에 따라 토요타 렉서스와 BMW 간의 1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1위 자리는 수년간 BMW의 철옹성처럼 여겨져 왔으나 지난해 10월 렉서스가 처음으로 BMW를 누른 뒤 극심한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렉서스는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BMW 제쳤으나 1월 재고 부족으로 3위로 주저 앉은 뒤, 2~3월 다시 1위를 탈환했으나 4월에는 BMW에게 1위 자리를 내 줬다.

BMW는 18일 중형 SUV인 X3 신차 발표회를 갖은데 이어 6월초까지 7개의 신모델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BMW가 수입차 시장의 권토중래에 나서겠다는 속셈. BMW코리아는 최근 730i 출시를 통해 국내 수입 대형차 부문 베스트 셀러로 꼽혀온 7시리즈의 7개 모델을 모두 갖췄다. 730i는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배기량 2,979cc - 최대출력 231마력 – 최고 속력 237㎞/h의 주행 성능으로 국내 소비자 가격은 1억550만원 대. BMW 7시리즈는 지난 해 국내 시장에서 총 1,827대가 판매돼 BMW 등록대수 중 33%를 차지한 수입 대형차 부문 베스트셀러 차종. BMW 코리아는 6월에도 고급 컨버터블인 645Ci와 뉴 5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545i, 2004년형 신형 Z4 등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외환위기 이후 수입차 시장 1위를 고수해 온 BMW 코리아는 작년 10월부터 도요타?렉서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후 호시탐탐 정상탈환을 노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20일 스포츠 로드스터로 하드탑 오픈카인 뉴 SLK 2개 모델(SLK200컴프레서, SLK350) 신차 발표회를 갖고 선두권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벤츠측은 일본 브랜드들의 소개로 다양한 가격대가 수입차 시장에 조성될 경우 오히려 프레스티지 고객들이 벤츠 브랜드를 선호할 것으로 보고 VIP 마케팅에 한층 주력할 태세다. 벤츠코리아는 올 하반기 세단형인 E-클래스 4매틱을 비롯, C-클래스 SWB과 E55AMG 등 신모델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그 동안 고진모터임포트를 통해 수입ㆍ판매돼 온 독일 아우디도 6월중 100% 출자해 국내법인 아우디 코리아로 변신,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대대적인 세 확장에 나설 태섦? 아우디 코리아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쪽으로 4~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국내 판매 대수를 2005에년 1,900대, 2008년에 5,000대 등으로 대폭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또 재규어코리아는 JD 파워 품질 평가에서 유럽 브랜드 1위를 차지한 것을 기념해 다른 유럽 수입차를 소유한 국내 자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7월말까지 비교 시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5일간 재규어 시승기회를 주는 행사를 벌이는 등 인지도 높이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국내업계 "품질로 승부" 결연한 의지

혼다와 닛산의 국내 진출은 수입차 시장뿐 아니라 국산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혼다가 한국 시장 전략차종으로 선정한 어코드는 가격대도 국산차종과 별 차이가 없어 그랜저XG와 오피러스 등과도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 어코드의 국내판매로 국산차와 수입차 간 직접 경쟁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가 강남과 분당 지역 등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혼다 어코드와 그랜저XG간의 비교 시승회를 가질 계획을 잡는 등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선 데에는 그런 까닭이 있다.

여기에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현행 8% 관세가 없어지게 돼 일본차는 약 9.2%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는 점도 만만찮은 도전. 국산차와의 가격차가 더 줄어드는 만큼 국산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수입차 시장의 지속적인 저변 확대, 일본차 메이커의 가세, 한ㆍ일 FTA 체결 등과 맞물려 전체 국내 대형차 시장내 수입차 비중이 △2005년 25.0% △2006년 29.7% △2007년 33.6% △2008년 37.0% △2009년 38.6% 등에 이어 2010년에는 40.1%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소비자 의식 조사 결과를 보자. 1999년 2.1%에 불과했던 수입차 구매 희망률은 2003년은 8.6%로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녀 준다. 상승 추이를 지켜만 볼 수 없는 현대ㆍ기아 등 국내 메이커들의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5-19 20:49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