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전략 구체화 하겠다"소장 개혁파의 브레인, 당 정체성·개혁이론 토대 제공

[이 사람을 주목한다⑤] 한나라당 박형준 당선자 <부산 수영구>
"문화국가전략 구체화 하겠다"
소장 개혁파의 브레인, 당 정체성·개혁이론 토대 제공


요즘 한나라당에서 가장 주목받는 초선은? 소장파 뿐만 아니라 중진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러브 콜을 받고 있는 박형준(44) 당선자다. 박 당선자는 소장 개혁파 모임인 ‘수요 조찬 모임’에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가 하면, 당내 최대 세력인 ‘국가 발전 전략 연구회’의 재선ㆍ3선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달 29∼30일 당선자 연찬회에서 제기된 중도 보수, 발전적 보수, 선진화 등은 모두 박 당선자의 작품이다. 연찬회 마지막날 전체 회의에서는 선배 의원들을 앞에 두고 “ 당 강령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며 질책성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박 당선자가 ‘한나라당 맨’으로 4ㆍ15 총선에 얼굴을 내밀 때만 해도 그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박 당선자의 이력이 한나라당과는 ‘코드’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당선자는 유신 말기에 고대 교지인 ‘ 고대 문화’ 편집장을 하면서 데모에도 열심히 참여했고, 그러던 중 80년 5월에 최루탄을 맞고 눈을 크게 다쳐 오랜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했고, 80년대 후반엔 ‘ 창작과 비평’, ‘ 현실과 과학’ 등 진보적 학술지를 통해 일찍부터 ‘소장 논객’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박 당선자는 당시 학술 운동의 주류였던 맑스주의에 비판적 입장에 서고, ‘ 다원적 참여 민주주의론'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통해 노동 계급론 대신 ‘ 지식 근로자'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개량주의자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당당했다. 91년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93년 김영삼 정권 초기 박세일 당선자(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천거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으로 위촉됐고, 박 전 수석과 함께 교육개혁ㆍ세계화 등 청와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 당 제2창당 작업에 깊숙이 관여

박 당선자는 지난해 1월 동아대 교수 자격으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한나라당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소장파 인사들과 교류가 시작됐다. 박 당선자는 당시 “한나라당이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 대세론’에 안주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비판하면서 당 체질개선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워크숍 이후 당내 소장파들의 자문에 적극 응하면서 이들의 당 개혁 주장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지난 3월 입당한 뒤에는 한나라당 강령 전문(前文)에 ‘ 발전적 보수 계승’ 개념을 넣는 등, ‘ 제2창당’ 작업에도 깊이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에 대해 “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객관적으로 중도 우파 등 중도의 지형을 넘어서기 힘들다”면서 “ 좌파 정당이나 진보적인 세력에 참여하기보다는 발전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에 참여해서 그 정당을 제대로 변화시키는 것이 내 생각에도 맞고 내 역할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또 박 당선자는 상임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며 “ 논문(IT 자동화에 대한 연구)을 쓰면서 문화 도시, 문화 국가 전략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문화를 기능적인 문제로서가 아니라 21세기 국가경영의 핵심적인 분야의 하나로서 접근하고 구체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18:3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