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시장경제 틀 구축 앞장여의도연구소장 역임한 일급 브레인…이회창 전 총재 최측근

[이 사람을 주목한다⑧]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비례대표>

바람직한 시장경제 틀 구축 앞장
여의도연구소장 역임한 일급 브레인…이회창 전 총재 최측근


지난 5월20일, MBC 100분 토론 ‘한국경제 위기인가’ 를 시청한 사람들은 한 낯선 얼굴에 주목했다. 경제 논객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근거 있는 논리로 비판하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을 각론에서 간단하게 제압해 가는 ‘신선한’ 경험 때문이었다. 다음날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선 그 낯선 인물의 지적 무장과 토론의 테크닉을 높이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얼굴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로 알려져 있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45ㆍ비례대표)이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했고, 자타가 인정하는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다.

‘100분 토론’을 시청한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은 유 의원의 목소리가 토론자를 넘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향하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다고 말한다. DJ의 경제정책을 좌파적이라며 질타하던. 그러나 사실 DJ가 아니었다면 유 의원은 조용히 학자의 길을 갈 수도 있었다.


- DJ 경제정책 '좌파'판단 후 결별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칼리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유 의원은 87~200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DJ 정부가 출범한 98년 이후에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관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DJ의 경제 정책이 좌파적이라고 판단한 유 의원은 각종 기고문과 토론회 등을 통해 ‘안티 DJ’의 길을 걸었고, 끝내 98년 말부터 대외활동금지처분을, 이듬해에는 감봉처분까지 받았다.

그 때쯤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정책자문을 해주기 위해 이 전 총재를 만났다. 그후 99년 내내 주말마다 이 전 총재를 만나 경제 이슈에 대해 정책 조언을 하다 이듬해 2월 여의도연구소장에 취임, 본격적으로 이 전 총재를 도우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대선 기간 동안 한나라당 ‘인재 풀’의 창구 역할을 맡았는데, 그 때 접촉한 인사들 중에는 4ㆍ15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들도 여럿 있다.

유 의원은 이 전 총재가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수시로 옥인동 자택을 찾아 변함없는 ‘昌사람’으로 남았다. 자신이 모시던 분이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정치권 진출이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총선 비례대표 불출마도 고려했으나, 이 전 총재의 뜻에 따라 국회를 노크했다.

유 의원의 역량을 알고 있는 당 지도부나 여러 세력에서는 그를 중용하거나 계파 모임에 합류시키고자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요청’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당을 위해서는 헌신하겠지만 특정 이해관계나 세력간 파워게임에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상임위 배분과 관련, 정무위를 희망하고 있다. 전문 분야를 활용해 국가 경제 시스템과 경제정책 등을 감시하고, 혼돈의 한국경제에 메스를 가해 바람직한 시장경제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고려에서다.

역경(易經)에 ‘뛰어난 재능을 안으로 간직하고 자신의 도리를 지키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함장가정(含章可貞)이란 말이 있다. 유 의원의 요즘 행보가 그렇다. 그 ‘때’가 언제 올 지, 유 의원의 ‘재능’이 어떻게 발현 될 지 17대 국회는 이미 열려 있다. 13대(민정당)ㆍ14대(민자당) 의원을 지낸 유수호 변호사가 그의 아버지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6-15 16:1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