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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비디오
어딜 가든 안방극장만 할까
알뜰한 추석연휴 보내기-영화의 재발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옛날 옛적 햅쌀로 밥도 짓고 송편도 하고 술도 빚고 아해들은 달맞이 가고 아낙네들은 강강술래를 하고 걸걸한 장성들은 흥겨운 농악놀이를 했을, 놀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먹을거리 풍성한 추석이다. 그런데 이런 날 꼭 해서는 안 될 몇 가지가 있다.

사고무친(四顧無親) 독수공방(獨守空房), 심심파적(심심破寂) 불온 유흥(不穩遊興) 그리고 친척지간(親戚之間) 동족상잔(同族相殘). 모름지기 추석은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즐기고 함께 베풀어야 하는 법. 자, 그럼 가족 친척들과 그리고 애인과 함께 보면 좋을 비디오를 알아보자.



- <대단한 유혹><에브리바디 페이머스>
좌충우돌 모험기와 짜릿한 부성애




대단한 유혹
에브리바디 페이머스



핵가족이 만연한 오늘날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이 드문 게 사실이다. 물론 가가호호 가정불화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됐건 추석 같은 명절이 은근히 부담이 되는 집들이 많다. 왠지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의 유흥이 어색할 때 보면 좋은 비디오 두 편을 소개한다.

영화 ‘대단한 유혹’은 속된 말로 ‘강추(강력추천의 약자)’다. 가족과 친지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단히 대동사회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추석날 들어온 굴비 한 상자인가? 백화점 상품권인가? 아니면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인가? 영화에서 말하는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축 처진 살과도 밤 세워 애욕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심적으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이다.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의 한 어촌마을. 정부보조금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 곳 주민들은 공장이라도 유치해서 생활고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런데 공장유치의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을에 의사가 상주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주민 수가 고작 120명에 불과한 이 헐벗고 가난한 어촌마을에 누가 살려고 할까? 주민들은 살기위해 처절하게 의사영입작전을 벌인다. 이들의 임무는 하나! ‘의사가 사랑할만한 마을로 대변신하다!’ 그런데 어느 날 제 발로 찾아 들어온 의사 루이스가 있었으니… 이제부터 의사 발목잡기 프로젝트가 은밀하고 기발하게 펼쳐진다.

루이스의 전화를 도청한 주민들. 그의 성적 취향과 취미, 가족사 등을 엿들으며 행동거지를 예의 주시한다. 다니는 길목에는 1달러 짜리 지폐를 놓아두고 낚시 줄에는 냉동창고에서 얼어버린 고기라도 달아준다. 그야말로 행운이 넘치는 마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점점 마을을 사랑하게 된 루이스. 하지만 이 모든 진실이 밝혀진 다음에도 이 마을을 사랑할 수 있을까? 결론은 뻔하겠지만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매력은 충분하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웃음만큼 감동적인 것은 없으니까.

‘대단한 유혹’의 주민들이 보여준 마을사랑이 결국 기적을 만들어냈듯이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결국 스타를 만들어 낸다. 바로 영화 ‘에브리바디 페이머스’의 이야기다. 부성애는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해지는 법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성애는 때로는 무식하게 용감하고 때로는 기막히게 황당하다. 하지만 역시 끝은 감동이다.

딸을 연예계 디바로 만들고 싶은 아버지 쟝. 그의 눈에는 뚱뚱하고 볼품없는 딸 마르바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상하게 세상은 마르바의 끼와 재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매번 노래 콘테스트에 나가지만 어정쩡한 무대 매너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마르바. 설상가상으로 직장에서 ?겨난 쟝은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쟝은 길에서 우연히 당대 최고의 가수 데비를 만난다. 그 순간 장에게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납치였다. 데비를 납치한 쟝은 데비의 매니저와 이상한 거래를 시작한다. 데비가 납치된 후 데비의 앨범이 불티나게 팔리게 되자 매니저가 이를 좋은 기회라고 여긴 것이다. 쟝은 그 대가로 딸의 데뷔앨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거래는 제대로 성사됐지만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데비를 납치한 쟝의 동료가 데비와 사랑에 빠진 것.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마르바는 어느 덧 데뷔무대에 서게 된다. 과연 납치까지 벌이게 만든 부성애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영화 속에서 마르바를 위해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 ‘럭키 마누엘로’를 유심히 들어보는 것이다. 평범한 남자가 영원히 평범하게 살 것 같았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는 내용인데, 마지막 가사가 이렇다. ‘내 행복의 쟁취는 내 자신의 권리!’

추석에 행복하고 싶은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싶은가? 그러면 다음 비디오들에 주목하자.


- <베터 댄 섹스><언페이스풀>
애인과 운우지정을 꿈꾸거든…


배터 댄 섹스
언페이스풀



야무지게 입을 다물어버린 송편, 다소곳이 대꼬치에 꽂혀있는 화양적, 노란 고명과 함께 뽀얗게 달아오른 닭죽. 추석 상 위에 이 같은 음식들은 분명 사심없이 놓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바라보는 이의 애간장은 타기 마련. 언제나 사심없이 나를 대하는 애인 때문에 애간장을 태웠다면 애인과 함께 이 영화를 보자. 예술성으로 영화를 선정하는 여자의 기준과 노출정도로 영화를 선정하는 남자의 기준을 대강 만족시키는 영화 두 편이 있다.

영화 ‘베터 댄 섹스’는 프랑스 영화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참고로 이 영화는 제목만 야하다)’를 떠올리는 작품이다. 두 영화는 사랑 없이 섹스를 시작한 남녀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가 정교한 심리묘사에 치중했다면(보이지 않는 에로틱함을 중시했다면) ‘베터 댄 섹스’는 눈에 보이는 성애에 보다 더 치중한다.

시드니의 파티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신과 사진작가 조시는 첫눈에 끌린다. 3일 동안만 호주에 머물 예정이었던 조시는 신과 예정에도 없던 섹스를 즐긴다. 신 역시 어차피 떠날 상대에게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터였다. 하지만 봄바람같이 스쳐지나가는 육체의 쾌락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이들의 섹스가 문득 여름소나기처럼 갑작스런 사랑이 되어버린다. 미쳐 우산도 준비하지 못하고 사랑의 소나기를 맞이한 두 주인공. 시간이 지나 어느 덧 비는 그쳤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멋지게 섹스만 하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신파같은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지? 하지만 사실 영화는 그 답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조시와 신이 끊임없이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간간히 삽입된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인터뷰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면 포인트다. 그냥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솔직한 대화를 엿듣자. 그러면 이들의 육감적 몸놀림이 더욱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자 이제는 에로틱 영화의 교과서를 한번 펼쳐볼까? 에로틱 영화의 고전은 뭐니뭐니해도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나인 하프 위크’다. 하지만 교과서는 이미 섭렵했을 테니 이번엔 그보다 완결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볼 필요가 있는 문제집을 보는 건 어떨까? 애드리안 라인의 최근 개봉영화 ‘언페이스풀’이 바로 그 문제집에 해당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쨌든 교과서가 제일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중산층 여성의 늦바람과 이를 눈치 챈 남편의 복수. 바람난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매력적인 다이안 레인이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오쟁이 진 남편은 이제는 한 물 간 듯한 리차드 기어이다. 중요한 것은 여인의 휑한 가슴에 돌이길 수 없는 바람을 일으킨 자가 과연 누구냐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 바람남은 얼마나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가? 저항할 수 없을 만큼의 육체미를 선사해주는가?

영화에서 확인해보자. 애드리안 감독 특유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연출력도 볼만하다.

이 외에도 클래시컬한 에로 영화들로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 ‘이투마마’, ‘아름다운 시절’,‘책 읽어주는 여자’ 등이 있다.


- <스쿨 오브 락><너는 찍고 나는 쏘고>
솔로의 설움 웃음으로 날려 보낸다


스쿨 오브 락

하지만 어색한 친지들도 사심없는 애인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다. 명절 때마다 고립무원하는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을 위한 경거망동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최근 출시된 코미디 영화 가운데 압권을 꼽자면 바로 이 영화 잭 블랙의 원맨쇼가 돋보이는 영화 ‘스쿨 오브 락’이다. 말이 필요 없다. 이 영화는 보고 들어야 한다. 실제로 ‘Tenacious D’라는 그룹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노래와 연주실력을 십분 발휘한다. 관객들은 AC/DC, 레드 재플린, 블랙 사바스, 딥 퍼플 등 주옥같은 록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진정한 록커가 무언지 온 몸으로 표현해주는 잭 블랙의 호연을 볼 수 있어 좋다.

배고픈 기타리스트 듀이(잭 블랙)는 호구지책으로 친구 이름을 사칭해서 초등학교 보결교사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염불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터에 하루 종일 시간 때울 궁리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음악 수업 중에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아이들로 밴드를 조직해서 락 밴드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것! 아이들의 연주실력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이제 당일 날 실력발휘만 남았는데… 중요한 순간 듀이의 사기행각이 들통나고 학부모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에게 록의 저항 정신이 전이되고 말았으니, 이제 남은 건 화끈한 공연 한 판 뿐이다.

‘스쿨 오브 락’이 재미있긴 하지만 조금 건전한 결말이 불만이라면 홍콩 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를 보면 좋다. 한 마디로 조금 삐딱하고 많이 통쾌한 영화이다. 영화는 어눌한 청부살인업자와 소심한 영화감독 지망생이 벌이는 살인 모험담이다. 일거리가 없어 빈둥대는 청부살인업자 바트는 한 고객으로부터 살인하는 장면을 찍으라는 이상한 의뢰를 받게 된다. 바트는 영화감독 지망생 추엔을 우연히 만나 동업을 제안하고 살해 장면을 프로수준으로 찍어대기 시작한다. 살인을 의뢰한 고객에게 감각적인 영상과 이펙트 강한 음향효과로 보답하는 바트와 추엔은 곧 살인청부 업계에 스타로 떠오른다. 그러던 와중에 뒷골목 조직의 거물 쌍권총 훙을 살해하라는 의뢰를 받는 바트와 추엔. 생애 첫 장면영화를 찍는 듯 비장하게 살인과 촬영에 임한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영화는 킬러라는 직업을 여느 직업과 다를 바 없이 묘사하고 있다. ‘사람을 많이 죽일 수록 할인이 많이 된다’며 살해 쿠폰을 배포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살해할 사람을 구하는 호객행위를 하는 식이다. 너무 윤리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는다면 감독의 독특한 실험들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추석에 즐길만한 영화 6편을 소개했다. 하지만 기왕 기회가 된다면 네모난 텔레비전 화면 앞에 있기 보다는 툭 터진 자연 속에서 둥근 달이라도 한번 보러 나가는 건 어떨까? 진정한 추석의 묘미는 영화보다는 삶 속에 있을 테니 말이다.



추석특집 정선영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9-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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