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최고치 돌파, 1000포인트 초읽기잇따른 장밋빛 전망, 박스권 탈피 기대 속 경계론도

[특집] 증시 대세상승론, 허구와 진실
5년 만에 최고치 돌파, 1000포인트 초읽기
잇따른 장밋빛 전망, 박스권 탈피 기대 속 경계론도


여의도가 들끓는다.

주가가 조정 다운 조정 없이 980선 부근까지 오르자,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한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낙관적 전망도 앞 다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지수 1000에 근접해 있는 현 주식 시장이 ‘꼭지’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과연 증시가 어디를 향해 가는 지, 지금이 주식투자 적기인 지 전문가들 견해를 통해 꼼꼼히 짚어 봤다.(편집자주)

‘좀 오르다 말겠지…어어, 계속 오르네’
최근 5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급등한 주식 시장을 바라보면서 애타는 개미들이 많다. 지난해나 2002년도처럼 900선 중반까지 오르다 말겠지 하고 뒷짐지고 있었더니 자꾸 오른다고 하소연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초조해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 객장에 가 보면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다는 사실이 쉬 체감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객장이 다시 붐비면서 주식 시장에 대한 뜨거워진 열기를 실감케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대부분 장밋빛이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980선을 육박하자, 하반기나 돼야 지수가 1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던 증권사들이 일제히 달성 시기를 2월 말~3월 초로 앞당기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지수 목표치를 980에서 1080으로 높여 잡는 등 목표치 상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모습들은 과거 주식 시장이 고점에 가까웠을 때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시장에 장밋빛 낙관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주식 시장이 지난 10여년간 갇혀있던 500~1000 박스권을 뚫는 새로운 전환점에 있다는 견해도 맞서고 있다.

증시 기술적 지표 과열 신호 보내
최근 주식 시장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보다는 코스닥의 투기적인 종목들이 급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기적인 종목들이 순환매를 보이며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주식 시장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따른다.

장득수 태광투신 주식 운용 본부장은 “현 주식 시장은 우량주부터 바닥을 딛고 올라 왔다기 보다는 투기적 주식, 저가주가 시장을 이끌고 올라 온 결과”라며 “이미 많이 오른 코스닥 종목들의 경우 하락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많이 오른 종목들을 살펴 보면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관련 장비주, 줄기 세포 관련 바이오주 등 다소 투기적 성향을 보이는 주식이 많다. 이런 종목들은 실적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로 코스닥 종목 가운데 올 들어 2월15일까지 이상 급등 종목으로 지정 예고된 종목이 무려 202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 급등 종목은 단기 과열에 유의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월 한달간 지정 예고된 종목은 총 175건으로 지난해 동월에 비해 무려 11배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과열 여부 진00000000단에 쓰는 기술적 지표 중 하나인 ADR(advance decline ratioㆍ상승과 하락 종목의 비율) 지표도 15일 현재 130%로, 과열 국면임을 시사하고 있다. 통상 ADR 지표는 120%가 넘어설 때 과열로 해석된다.

증권 시장 분위기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도 경계 요인이다. 최근 내놓은 증권사들의 전망을 보면 대부분 1000을 넘어서는 강세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는 ‘모두들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지나치게 낙관론이 팽배해있을 때 주가는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증시 과거와 달라.. 코리아 리레이팅?
이 같은 증시 과열 양상에도 불구하고 ‘봄날’을 기대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많다. 과열은 일시적 양상이며,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란 견해다. 특히 증시가 지난 10여 년간 계속됐던 500~1000 박스권에서 상향 돌파해 새로운 고점을 쓰게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絹湧?낙관하는 근거로는 먼저 해외 증시가 좋다는 점을 들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의 글로벌 트레이딩 전략가 매리 바텔스는 “세계 증시가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회복 고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세계적인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한국의 증시도10년 여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한 것으로 판단했다.

풍부한 유동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올초 코스닥 등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저금리에 지친 자금이 은행 예금을 떠나 증시로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붐을 이뤘던 적립식 펀드가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최근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와 백화점 매출 확대 등 소비 심리가 살아 나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주가 상승으로 차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소비를 늘리면서 나타나는 경기 선순환도 ‘부효과’로 꼽힌다.

무엇보다 지금의 경기 상황이 과거 고점인 1,000선에 도달할 때와 다르다는 것이 리레이팅(재평가)론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다. 증시가 1,000을 돌파했던 지난 1994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8.3%에 달했던 반도체 경기 호황기였고, 지난 99년도 IT산업이 활황이었고 경제 성장률도 10.9%에 달했다. 이와 달리 지금은 경제 성장률이 겨우 3%대로 전망되고 있으며, IT경기 또한 바닥에서 막 탈피하려는 국면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과거엔 주가 고점기에 경기가 호황기였지만, 지금은 회복 초기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환율과 유가 북핵 등도 이미 증시에 반영된 낡은 악재라,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예로 북핵 문제가 불거진 14일 이후에도 주가가 쉼 없이 상승한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정부가 강력한 벤처 기업 활성화 대책을 세우는 등 ‘경기 부양’기조로 돌아선 것을 호재로 꼽고 있다.

대세상승론.. 중요한 것은 매수 ‘시기’
현 국면이 과열이냐 리레이팅이냐 의견은 엇갈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 시점이 ‘매수’에 적합한 시기냐 여부다. 한국 증시가 리레이팅(재평가)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인 것이고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매수시기를 늦춰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식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야 한다’는 것은 정석으로 통한다. 이는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투자에 있어서는 대부분 해당되는 말이다. 이는 바닥에서 사서 꼭지에서 파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욕을 버리고 합리적 선에서 이익을 취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주가가 증권사들의 낙관적 전망대로 1200~1300선에 오른다고 해도 현 지수대(970~980)는 어깨 부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은 ‘매수’ 시기를 논하기 보다는 오히려 ‘매도’ 시기를 논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D증권사 한 영업점 직원은 “큰 손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하는 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 스미스바니도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정”이라며 현 수준에서는 차익 실현을 권고하고 있다. 그 근거로 씨티그룹은 정부 정책들이 ‘부양’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자금 공급이 늘었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재정 확대도 미미한 수준이며, 연기금의 주식투자 유인책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지나치게 주식을 매수한다면 증시에서 버블이 커질 수 있으며, 이 버블이 터지는 순간 ‘내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시장이 800선에서 조정을 받으면 한국 증시는 지난 20년에 비해 매우 높은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숲보단 나무를 봐야 할 때’
‘나무보다 숲을 보라’는 격언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무를 봐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종합 주가 지수가 1000을 가고 코스닥 지수가 600을 가더라도 종목별 상승폭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는 내내 지지부진한 종목이 있는 반면, 5년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들도 많다. 종목별 차별화가 심한 양상이다.

그렇다면 현재 잘 나가는 종목이 좋을 까. 아니면 실적 우량주로 말을 갈아타는 것이 좋을 까. 여의도 증시 전문가들 상당수는 현재 투기적으로 움직이는 종목보다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상승 움직임이 둔했던 실적 우량주가 낫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새로운 매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수 시장에서 테마주와 성장주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스타 지수 편입 종목 등 우량주들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며 “2~3월 본격적인 어닝 시즌과 함께 실적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적 우량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달부터 다음달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같은 실적 우량주들이 빛을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도 “코스닥의 투기적인 종목들 보다는 레인콤과 같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주와 삼성전자 같은 블루칩 등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정영화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2-22 19:43


정영화 객원기자 hollyje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