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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0포인트 시대] 증시 향방, 외국인이 좌지우지
올 들어 2조원 순매수, 호나차익 노린 단기자금 매물 가능성도



지난 2002년 4월 증시가 6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지수가 940선을 돌파하자 시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주가도 곧 네 자리수로 발돋움하는 듯 했다. 그러나 1,000 문턱에 가보기도 전 주가는 거꾸러지고 대세 상승도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바로 외국인의 매도 공세 때문이었다.

외국인이 약 2조원 가량을 팔아 치우자, 주가는 수개월도 안돼 500선까지 힘없이 밀리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의 취약한 수급 구조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처럼 한국 증시의 향방을 외국인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매수를 지속하느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은 외국인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42.3%에 달한다. 시가 총액으로는 195조8,000억원 정도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은 지난 2000년 11조, 2003년 13조, 2004년 10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는 등 ‘바이 코리아’를 지속하고 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현재까지 순매수액은 49조7,800억원에 달한 상태다.

외국인들은 코스닥에서도 보유 비중을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외국인 보유 종목 시가 총액 비율은 2000년에 7%였지만, 계속 올라 작년에는 15%까지 늘어난 상태다. 외국인 코스닥 보유 주식수의 비율도 2000년 4%에서 2월말 현재 6.8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비중이 갈수록 커져 가는 현실에서 아무리 국내 투자자들과 기관이 순매수한다고 해도 외국인의 기조가 완전히 매도쪽으로 돌아선다면 대세 상승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차익실현 욕구 커질 수도
외국인의 매수, 매도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유동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 외국 뮤추얼 펀드 동향을 보면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큰 기조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이번만은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외국인이 최근 환율 급락으로 10%가량 환차익을 얻었고, 주가도 25% 이상 상승해 막대한 평가 차익을 얻었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1,143원, 올해는 1월 평균이 1,038원이고 2월엔 더 떨어져 올해 환율은 전년 대비 10% 정도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주가 상승까지 이어져 최소한 35%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익이 많이 나는 한국 주식을 팔아서 다른 나라의 주식을 사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윤학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가 높은 상태여서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매물이 나와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의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이를 소화할 수 있느냐가 주가 향방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최근 국내 유입된 외국인 자금 가운데는 환차익 등을 노린 투기성 단기 자금이 많아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럴 경우 어느 정도 이익을 본 후 매도로 이어질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 시장 지수 내의 대만 비중 2차 확대가 오는 5월로 예정돼 있어 4월말께 한국 비중을 다소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만은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외국인이 설사 일시적으로 매도기조로 돌아서더라도 그 규모가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크지만 않다면 대세상승 흐름은 유효할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가 나온다.

과거 외국인이 고점 부근에서 매도 공세를 퍼부었을 때 주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락 추세로 돌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12월엔 외국인이 총 2조6,000여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지만 주가는 급락하지 않고 저점 800을 지켜낸 바 있다. 적립식 펀드, 변액 보험 등 간접 투자 상품의 영향으로 수급이 탄탄해져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의해 쉽게 증시의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거 외국인은 통상적으로 주가가 900~1000 부근에 다가왔을 때 주식을 대량 팔아 왔었다. 지난 99년 지수 고점 부근에서 3조원 이상, 2002년 고점 부근에서 2조원 가량 팔아 치웠던 기록이 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900을 넘고 1,000을 돌파해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 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2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가 급등했는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처럼 순매수하고 있는 데는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 기업들의 체질 변화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1,000을 고점으로 보지 않고 더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비록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단기적으로 차익을 실현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좋게 보기 때문에 쉽게 매도 기조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 수급 동향 전문가인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자금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인터내셔널 펀드나 이머징 마켓 펀드가 최근 강하게 들어오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2조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아시아 전체에 11조원을 순매수한 것에 비교해볼 때 과다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6개국)에서 한국의 시가 총액은 4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주가가 1,000을 넘어서면서 일시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에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어 쉽게 매도 기조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 연구원은 전망했다.



정영화 기자 hollyjeogn@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3-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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