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역사교과서 왜곡까지…과거사 겹치며 갈등 증폭

[우리땅 독도] '우정의 해'에 뒤통수 때린 日風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역사교과서 왜곡까지…과거사 겹치며 갈등 증폭

국회의원 33인이 공동서명한 '일본의 독도관련 망언규탄 및 대한민국 독도영유권 수호 결의안'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을 찾은(왼쪽부터) 노현송, 최성(열린우리당), 이성권(한나라당), 손봉숙(민주당) 의원이 항의서한이 담긴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교정상화 40년. 우정의 해.

올해 뜻 있는 행사들로 술술 잘 풀릴 것 같던 한일 양국 관계가 독도와 교과서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다 ‘광복 60주년’과 ‘을사조약 100주년’ 등 좋지 않던 과거사까지 일시에 부각되는 양상이어서 정면충돌의 조짐마저 빚고 있다.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에다 4월 5일로 예정된 일본 보수 우익 단체 교과서에 대한 문부과학성의 검정 결과 등을 둘러싼 갈등이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4ㆍ2 전당 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을, 한나라당은 행정도시법 통과에 따른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미묘한 시기이다. 하필 이 때 몰아 닥친 ‘일풍(日風)’으로 국회의원 181명으로 구성된 한일의원연맹(회장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을 중심으로 해 강진이 일어나고 있다.

여야 의원 5명으로 구성된 항의 방문단을 보낸 한일 의원연맹은 3월 14일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를 통과시킨다면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사실상의 침략 행위로, 이후 사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또 문희상 의원은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 발언, 역사교과서 왜곡 개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이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일한의원연맹’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막후 조정자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강경 목소리가 계속 전개될지는 사실 미지수다. ‘북핵 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긴밀한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높은 벽에 가로막힌 양국 관계를 원만히 소통시킬 ‘일본통 의원’들이 누구인지 주목되고 있다.

우선 올해로 창설 30년을 맞는 ‘한일의원연맹’은 그간 김종필 – 박태준 – 김윤환 등 내로라하는 정계 인물들이 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양국간의 현안이 돌출될 때마다 배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멤버들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대 때 외교안보위원장을 지내고 참여정부 첫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여권 실세인 문희상 의원이 지난 2004년 7월 회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일본측이 크게 반겼다”면서 “이는 의원연맹이 양국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할 때, 영향력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양국간 공감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일본통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소속으로, 주로 일본에서 유학·특파원 등 개인 이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항의 방문단에 나섰던 3선의 한나라당 권칠현 의원(의원연맹 한국측 간사장)도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 출신으로 현역 의원 중에서 가장 고참급 ‘지일파’(知日派)로 통한다. 권 의원은 일측 간사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 운영위원장인 가무라 토시오 의원 등과 친소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인 열린우리당 홍재형 의원(왼쪽)을 단장으로 한 '독도 교과서 항의단' 5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 밖에 유학파 중에는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와세다大), 우리당 강창일 의원(동경대)·노현송 의원(와세다大)이 대표적이다. 또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을 지냈던 우리당 조배숙 의원, 한명숙 의원(오차鍮訣勣?, 기독대학 객원 연구원을 거친 임종인 의원 등이 있다. 언론사 출신으로는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지낸 사회문화위원장 이낙연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이윤성, 전여옥 의원도 기자로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

소장급 의원들 중에는 우리당 김부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대표적이다. 두 의원은 16대 때 한일미래연구회 등을 만들어 고노 타로, 야마모토 이치다 의원 등 젊은 의원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 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의원연맹 내 21세기위원회를 꾸려 가고 있다. 이 밖에도 작고한 김윤환 의원의 동생인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 재일 한국인의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기춘 의원, 체육 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양국간 냉각 기류에 훈풍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정치인이다.

각종 현안에 강력 대처 천명
이처럼 한일의원연맹을 중심으로 양국간 갈등 관계를 조정하려는 시도가 있는 가운데, 우리당은 당내에 ‘일본역사교과서왜곡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최근 현안에 강력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임채정 의장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오만방자한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일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국회 차원의 대응을 위해 국회 내 ‘주권을지키기위한특별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정부의 외교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자유로운 독도 왕래와 독도 생태 보존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독도보존과이용에 관한 특별법’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한일간 창구역을 맡는 의원들의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정쟁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조정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서도 4월 임시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여당, 주권 지키기와 정략적 발상은 별개라는 야당의 시각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현재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는 집권 자민당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한일의원연맹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지일파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실제로는 일본 정치권에 깊이 자리잡지 못하는 ‘스킨십’ 차원의 교류 수준이란 진단도 있다.

이래 저래 ‘일풍’(日風)은 당분간 복잡한 양상을 띠며 정치권 안팎으로 굴곡 깊은 자국을 남길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입력시간 : 2005-03-23 19:41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