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주교·국가 원수 등 9개의 지위 가진 권능, '콘클라베' 통해 선출

차기 교황, 제3세계에서 나오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로마 주교·국가 원수 등 9개의 지위 가진 권능, '콘클라베' 통해 선출


4월 4일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르호홀리오 추기경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성당에서 교황을 추모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4월 8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화해와 평화의 목자’로서 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이 약 3시간에 걸쳐 엄수됐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비롯해 수백만 명의 조문객이 참배한 보기 드문 장엄한 의식이었다.

엿새 전인 4월 2일 오후 9시37분(한국 시각 3일 오전 4시37분) 교황의 선종(善終)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구촌의 시선이 쏠렸던 장례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1978년에 제264대 교황으로 즉위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역대 3번째로 긴 27년의 재임 기간 동안 동서 냉전의 종식과 타 종교와의 화해 노력, 가톨릭 교회의 과거 잘못에 대한 솔직한 사과 등 역대 어느 교황보다도 많은 업적을 쌓았다. 가톨릭 내부적으로는 보수적 전통을 고집했지만 국제 사회의 평화 진전에는 괄목할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세계인들이 그의 서거를 안타까워하고, 또 차기 교황에는 누가 선출될 것인가에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 등은 아마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의 존재 의의를 드높인 이유가 클 것이다. 종교적 경계를 넘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오른 교황 직위 등과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들을 풀어 본다.

교황의 권능과 역할
교황의 직위는 교리적으로 봤을 때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12명의 사도를 선택해 교회를 지도하게 했는데, 사도단의 으뜸이 바로 베드로였다. 베드로는 예루살렘과 팔레스티나에서 선교하다가 로마에 가서 교회를 창설했고 그곳에서 순교했다. 이런 연유로 로마 가톨릭의 수장이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교황은 베드로가 사도들의 으뜸이었듯이 세계 주교단의 단장 역할을 한다. 교황의 이런 수위권(首位權)은 그러나 다른 지역 주교들의 고유한 사목 권한 위에 군림하지는 않는다. 주교들의 사목권은 교황이 아닌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된다는 관념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주교들은 위임받은 지역 교회의 완전한 사목자로서 로마 교황과 더불어 주교단을 구성하는 주체다.

교황에게 부여된 통치권은 세계 천주교회에 대해 포괄적이고 우선적으로 미치는 최고 권능이다. 교황은 교회를 지도하는 데 필요한 입법권ㆍ사법권ㆍ행정권의 3중 통치권을 한 손에 지니며, 최종 결정권도 그의 몫이다.

현대의 교황은 로마 주교, 로마 관구 대주교, 이탈리아 수석 대주교, 서방교회의 총주교, 바티칸시국(市國)의 국가 원수 등 9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다. 1870년대 이탈리아가 통일 국가로 거듭나면서 교황의 영토는 거의 몰수됐는데, 1929년 비오 11세가 이탈리아 정부에게서 바티칸의 독립과 주권을 얻어내면서 교황은 주권국가의 수반을 겸하게 됐다.

독특한 교황선거 '콘클라베'

(사진 왼쪽부터)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디오니지 테타만치 대주교, 클라우디우 우메스 대주교

교황은 ‘콘클라베’(Conclave)라는 가톨릭 특유의 선거 방식을 통해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라는 뜻인데, 교황 선거에만 국한하자면 외부로부터 유폐된 교황 선거 장소를 의미한다. 투표권을 가진 전세계의 80세 미만 추기경단은 콘클라베에 들어서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외부와 차단된다.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은 80세를 넘어 이번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콘클라베는 교황 그레고리오 16세에 의해 1274년 제도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전의 교황 선거에서 ‘3분의 2 다수결’이라는 방식이 선거 결과를 지연시키는 폐단을 낳자, 빠른 결론을 얻기 위해 추기경들을 감금한 데서 콘클라베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오 16세 역시 이 방식에 의해 선출됐다. 요약하자면 교황은 薩璲役湧?콘클라베에 머물면서 3분의 2 다수 득표자를 최종적으로 가려내는 절차에 따라 선출된다고 할 수 있다.

콘클라베가 들어선 곳은 바티칸 궁전 안의 시스티나 성당이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번의 투표로 3분의 2 다수 득표자를 뽑을 때까지 콘클라베는 계속 가동된다. 투표 결과는 매일 두 차례 연기를 피워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알린다. 검은 연기는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았음을 뜻하고 흰 연기가 바로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 구실을 한다.

후임 교황은 누구?
27년 만의 교황 선거.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제265대 교황에 과연 누가 오를지 가톨릭계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높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행사한 정치적 영향력이 여느 정치 지도자들을 압도했던 탓도 크다.

후임 교황은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전세계 80세 미만의 추기경 117명의 손 끝에서 나오게 된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은 대략 10명 안쪽이다. 저마다 가톨릭 내부에서 특장을 인정받는 인물들이다.

우선 투표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추기경들이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에서 그를 잘 계승할 인물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요제프 라칭거(77ㆍ독일) 추기경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라칭거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전임 교황을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출신을 다시 뽑자는 전통적 입장에서 보자면 지오바니 바티스타레(70) 교황청 주교성 장관과 디오니지 테타만치(70) 밀라노 대주교 등이 유력한 후보다. 가톨릭 인구가 가장 많은 중남미 대륙을 배경으로는 브라질의 클라우디우 우메스(70) 상파울루 대주교가 단연 돋보인다.

전 세계와의 화해와 포용이라는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3세계에서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보수적인 교리 해석 성향을 보이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이런 후보로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이 맨 앞에 서 있다는 평이다. 그가 교황이 된다면 15세기 만의 첫 흑인 교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영국의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7:3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