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로 제2전성기 연다변화에 능동대처, 새로운 투자처 발굴 등 사업다각화에 전력

[종합상사 다시 뛴다·下] 미래 비전
글로벌화로 제2전성기 연다
변화에 능동대처, 새로운 투자처 발굴 등 사업다각화에 전력


산업연구원(KIET) 국제산업협력실의 사공목 연구위원은 종합상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전문가다. 그는 최근 종합상사들을 찾아 다니면서 발품을 제법 팔았다.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업계의 현주소를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종합상사의 발상지인 일본의 실정에 대해서도 꽤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미래상을 찾기 위해서다. 그곳 회사들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요즘 부활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한ㆍ일 종합상사의 행태 비교’라는 그의 논문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일본 종합상사들은 종래의 무역 중심 기능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추세다. 국제 사회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등 ‘국제 사업 창조자(Global Business Creator)’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회사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에서 글로벌화의 비전은 쉽사리 읽혀진다. ‘건전한 글로벌 기업’(미쓰비시상사), ‘글로벌 마케팅 기업’(미쓰이물산), ‘국제 종합 기업’(이토추상사) 등이 그런 예다.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 종합상사들은 ▲정보기능 확대 ▲영업활동 수직통합 ▲신 시장 개척 ▲금융기능 확충과 선행투자 등 4가지를 기본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이 새로 뛰어든 사업은 매우 다양하다. 금융ㆍ물류ㆍ보험ㆍ소매ㆍ서비스 등 이른바 ‘신(新)영업부문’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중소ㆍ벤처기업 관련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직접 투자 등 자금 지원뿐 아니라 판로 개척, 사업 파트너 소개, 전문 인력 파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 덕분에 일본 종합상사들의 수익성은 최근 급속하게 호전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들도 2000년대 이후 들이닥친 시련의 계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중이다. 각자 처지에 따라 사업 전략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생존을 위한 변화의 추구다.

SK네트웍스, 데이터베이스 활용한 통합마케팅
SK네트웍스는 ‘통합마케팅을 추구하는 종합상사’라는 지향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설정한 ‘통합마케팅’의 개념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고객과 상품, (유통)채널을 통합 관리하는 마케팅이라는 의미다.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고객들의 소비 패턴은 곧 효과적인 마케팅의 기초 정보가 된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정보통신, 에너지, 무역, 패션,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보유한 SK네트웍스는 통합마케팅에 따른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 내수시장 진출 및 확장 전략도 관심을 모은다. 1단계는 중국 시장에 대한 교두보 확보다. 먼저 국내서 성공한 자동차정비 프랜차이즈 ‘스피드메이트’ 사업과 패션 사업 등을 중국 일부 지역에서 펼쳐 나갈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복합주유소, 고속도로휴게소 사업 등을 추가해 중국 시장 전역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마지막 3단계에 이르러서는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 세계적인 통합마케팅 회사로 우뚝 선다는 포부다. 정만원 사장은 “2010년까지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회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대 종합상사,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
현대종합상사는 안정적인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제조업과 유통업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조선 사업과 디지털가전 사업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외식ㆍ패션 등 전형적인 내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회전초밥 전문점 ‘미요젠’과 독일식 하우스 맥주 전문점 ‘미요센’은 바로 이 회사의 외식 사업 전초기지다.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모델과 거래선의 다변화 등 기존 무역 분야의 변화는 물론, 의식주의 웰빙 흐름에 맞춘 내수 사업도 적극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철강 자재인 쉬트파일 등의 리스 및 유통 사업 확대와 아울러 리모델링 건설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과거의 모토를 꾸준히 계승한다는 구상이다. 경영 전략의 큰 틀도 수출, 자원개발, 해외투자 사업 등을 선도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철강 금속제품 등을 취급하는 상품 사업그룹 ▲자동차부품을 위주로 한 OEM 사업그룹 ▲전자 섬유제품 등의 브랜드 사업그룹 ▲산업설비ㆍ방위산업 제품 등의 프로젝트 사업그룹 ▲해외투자ㆍ자원개발을 수익원으로 하는 투자 사업그룹 등 5가지로 재편돼 있다.

LG상사, '선택과 집중' 전략
LG상사의 사업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압축된다. 핵심 역량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사업에 투입해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 요지다. 이 같은 전략 아래 회사가 힘을 쏟는 분야는 플랜트 등의 대형 프로젝트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다.

이 회사는 오거나이징(organizing)과 위기관리 능력을 최대 강점으로 자부하고 있다. 향후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자원개발 및 산업재 유통 전문상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2007년께 ‘복합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목표로 내건 삼성물산이 가장 주력하는 분야 역시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중동, 동유럽, 옛 소련 지역 등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발굴 중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의 필수 요소인 금융 능력에서도 삼성물산은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바야흐로 종합상사의 제2막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인공은 같지만 무대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들이 써나가는 새로운 신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5-19 13:4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