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등 성인병 있을 땐 운동 전 전문의 진단 필수걷기부터 시작, 점차 강도 높여야… 운동 직후 조심을

평소 달리기를 통해 체력을 단련해왔던 직장인 K(54)씨는 얼마 전 스포츠클리닉을 찾았다.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은 돌연사 등 오히려 화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막연히 많이 뛰면 살도 빠지고 체력도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최근 운동할 때 간혹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곤 했던 그는 찜찜한 마음에 정확한 운동 처방을 받기로 결심했다. 170cm, 78kg으로 살이 좀 찐 편이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자신했었는데, 역시 건강은 과신해서는 안 되는 모양이었다.

운동부화 체력 테스트 결과는 의외로 좋지 않았다. 부정맥이 발견됐고, 운동 강도에 비해 혈압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클리닉에서는 이에 무턱대고 달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하는 게 운동 효과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봄이 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 상태와 운동 능력을 모르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운동 효과를 보기는커녕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스포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성인병이 많은 중년 이후엔 무턱대고 아무 운동이나 쉽게 시작하는 것은 병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고, 드물지만 돌연사의 위험까지 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알고 실천해야 할 적절한 운동 요령을 알아본다.

심장질환자 돌연사 주의

1995년 겨울시리즈 슈퍼리그에 출전 중이던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센터 김병선 선수가 숙소를 나서다가 돌연사했다.

과로하면 갑자기 심장의 대동맥이 파열돼 죽음에 이르는 ‘마판씨 증후군’이 사망 원인이었다.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된 사람에게조차 과도한 운동은 몸 상태에 따라 치명적인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돌연사는 구조적 심장질환과 관련 있다. 건강을 자신하더라도 운동 중 가슴 통증이 느껴진다거나 유난스런 호흡 곤란을 느낀다면 반드시 심장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돌연사는 운동이란 자극에 그날의 컨디션, 외적 스트레스, 질환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며 “대부분 가슴 답답함이나 어지럼증, 두통 등 이상 징후를 먼저 느낄 수 있음에도, 이를 운동으로 인한 피로 증상 등과 혼동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맞춤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한 후 적절한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걷기, 등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심장 기능 강화에 효과적이다.

단, 강도가 낮은 운동을 1회 30~60분에 걸쳐 일주일에 3~5회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양의 운동을 하기보다는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야 한다. 새벽 운동이나 엎드리기 등은 심장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한다.

또한 평소 심장질환이 없었다 해도 단시간에 살을 빼기 위해 격렬하게 운동하면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과음이나 과식했을 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도 평소와 똑같이 운동해서는 안 된다.

진 소장은 “스트레스가 많고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평소의 절반으로 운동량을 줄이고 스트레칭 위주로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운동 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고, 정리 운동 역시 빼놓지 말아야 한다. 준비운동으로는 가볍게 걷기나 스트레칭, 맨손 체조 등이 좋다.

주요 성인 질환에 따른 운동 요령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경우 운동 전 운동부하검사를 받고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스포츠클리닉 최건식 박사는 “운동 요법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지만, 질환의 정도나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학적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와 운동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혈압 환자들에겐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로 일주일에 5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역기 등을 이용한 중량 운동이나 단거리 달리기 등과 같은 단시간에 큰 힘을 내는 운동은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이완기 혈압이 120mmhg 이상 되는 중증 고혈압 환자도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 먼저 혈압을 낮춘 후에 운동요법을 실시할 것이 추천된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치가 100~250mg%이면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일 경우 소변 검사를 통해 케톤의 검출 유무를 확인한 후 운동처방을 받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장시간 운동할 때에는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있어 30분마다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 시간은 비교적 혈당 조절이 잘 되는 아침이 효과적이다.

혈당이 적절하게 유지될 때는 단거리 달리기나 축구, 테니스, 농구, 헬스 등 어떤 운동을 해도 무방하지만 걷기나 조깅, 수영, 런닝 머신 운동 등의 유산소 운동이 보다 권장된다.

체지방을 분해시켜 체중을 줄여야 하는 비만 환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운동 역시 걷기나 가볍게 뛰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그러나 평지를 걷는 것은 간혹 비만한 사람에게 발목이나 무릎 또는 허리 관절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실내용 자전거를 이용하여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도 관절의 통증이 유발될 경우에는 물 속에서 걷기나 수영이 적합하다. 운동 시간은 하루 20분 이상, 일주일에 5~6회가 바람직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