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대 · 신체 조건 무시한 무리한 운동은 毒… 돌연사 원인 될 수도

개그맨 김형곤씨의 갑작스런 죽음은 운동의 아이러니다. 건강에 좋다는 운동이 오히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격언은 운동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특히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신체 조건을 잘 모른 채 무턱대고 하는 운동은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이 소리없이 다가오는 저승사자, 바로 돌연사다.

운동 중 돌연사는 평범한 일반인들은 물론 운동 애호가, 심지어는 직업적인 운동 선수까지도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200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 도중 카메룬 국가대표팀의 비비앵 푀 선수가 갑자기 쓰러져 숨진 사건은 세계 축구팬들의 기억에 생생한 돌연사 사례다.

이후 비슷한 사고가 빈발하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독일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 32개국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대회 개막 전 심장 기능 정밀검사를 실시한다는 특단의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돌연사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적절한 운동마저 하지 않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곽이섭 동의대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운동과 돌연사의 상관관계, 예방법 등을 살펴 본다.

갑작스럽고 무리한 운동 치명적

운동과 담 쌓고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운동에 나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운동 중 돌연사라는 불운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심장이 약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운동 중 돌연사의 직접적인 사인은 주로 심장마비인 경우가 많지만 뇌출혈에 이은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운동을 하게 되면 혈관 수축에 따른 혈압 상승으로 심장에 부담을 준다. 그 결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혈관이 터지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고 김형곤씨의 경우 대부분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사망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다.

체중 감량 이전에 생긴 동맥경화 증세에 무리한 운동과 직업적인 스트레스 등이 더해지면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돌연사의 원인 중 70~8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은 운동으로 인한 돌연사가 운동 중보다는 운동 후 회복 시간에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운동 중에는 근육 수축이 이뤄져 각 신체 조직에 공급된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반면, 운동 후에는 근육 수축이 중지되면서 혈액이 심장으로 빨리 되돌아가지 못해 심장에 피가 모자라는 허혈 현상을 불러온다.

허혈 현상이 무서운 이유는 급격한 혈압 하강으로 뇌에 대한 혈액 공급, 즉 산소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환자와 관상동맥질환 가족력 보유자, 45세 이상 남성, 조기 폐경 여성 등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들도 심장질환에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죽음의 그림자도 경고 신호는 준다

운동 중 돌연사를 미연에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돌연사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이지만 ‘경고음’에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심장마비 돌연사의 사전 증상으로는 호흡 곤란과 맥박 이상, 가슴에 느껴지는 압박감과 통증, 눈의 통증 등이 주로 꼽히고 현기증이 동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사전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돌발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은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심장초음파, 심전도, 혈액검사, 콜레스테롤 수치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만으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은 낮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가져 건강 상태를 꾸준히 챙기는 게 중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운동을 하더라도 혈관이 수축되는 추운 날씨나 아침 시간을 가급적 피하고, 충분한 준비운동을 통해 심장이 갑작스런 압박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곽이섭 동의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게서 운동 중 돌연사의 위험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 유발성’ 고혈압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은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콩, 달걀과 같은 단백질을 섭취한 뒤 운동할 때 일어나는 운동 유발성 알레르기 쇼크사도 최근 보고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축구가 돌연사 위험 가장 높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안전한 여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사와 연계해 운영하는 공제보험 제도를 보면 운동별 위험도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나타나 있다.

각 운동 종목을 위험도 순으로 3단계로 나눈 이 제도에 따르면, 게이트볼 당구 줄넘기 등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은 가장 위험이 적은 A유형,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수영 등산 등은 그보다 위험이 높은 B유형으로 분류돼 있다.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분류된 C유형의 운동은 럭비, 미식축구, 철인3종, 익스트림 스포츠, MTB(산악 자전거), 스킨스쿠버 등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종목들이 거의 다 들어 있는 B유형 중에서 돌연사의 위험이 가장 큰 스포츠로는 축구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실제 축구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경기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빈발하는 편이다.

여기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마라톤도 위험한 운동이기는 마찬가지. 최근 크게 늘어난 동호인 숫자만큼이나 뛰는 도중 쓰러져 돌연사하는 사례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