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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행이냐 러시아행이냐, 히딩크의 선택은?
에인트호벤과 결별… 향후 행보에 세계축구계 촉각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을 4강에 올린 이후 다시 한 번 거스 히딩크 감독(60)의 이름이 연일 외신에 오르내리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4년 만에 세계 축구계의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이유는 다음 시즌 그의 행보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2002 월드컵 직후 고향과도 같은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 감독으로 복귀해 식지 않은 명성을 자랑한 히딩크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 기착지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나 러시아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세계 언론이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전 세계 대표팀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이 보장돼 있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계약 만료 기간인 2007년까지 남아주기를 바라는 PSV 에인트호벤 구단에 작별인사를 고했고 에인트호벤 역시 후임 감독 찾기에 나서 양자의 결별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현재 겸임 중인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도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언제든 떠날 수 있어 이적에 걸림돌이 없다.

히딩크 감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느 팀이냐는 문제를 넘어, 그의 주도면밀한 준비 작업과 언론을 자신의 의도대로 활용하는 치밀함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누구인가. 낯선 한국이란 땅에 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하고 다닌 사람이다.

부임 초기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던 당시 대표팀 맏형 홍명보 현 축구대표팀 코치와의 기싸움을 벌이던 히딩크 감독은 언론에 “홍명보는 체력이 약하다”며 과감히 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제외하며 홍명보를 ‘제압’했다.

어디 그뿐인가, 월드컵 전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에서 야구 기사가 1면에 나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직격탄을 쏘아올린 사람이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이러한 능력은 이제 더욱 노련해진 듯하다. 히딩크 감독의 행보와 관련한 기사가 연일 터져나오는 이면엔 날마다 말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뉴스가 되도록 해주는 그의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고 싶어하는 쪽에서는 몸이 달 수밖에 없다.

히딩크 감독은 당초 “에인트호벤 감독을 유지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1년간 맡을 수 있다”며 입질을 시작해, “러시아로부터 러브콜이 왔다”,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 “결정은 했지만 밝힐 수 없다”는 식으로 듣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파장을 지켜보며 다음 행동을 구상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러시아서 파격 대우로 손짓

현재 히딩크 감독의 차기 이적지로 손꼽히는 곳은 러시아 대표팀 자리다.

구 소련 시절 무한한 선수자원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의 중심에 있었으나 연방국가들이 차례로 독립하고 경제력도 약화되면서 예전의 명성을 잃은 팀이다. 하지만 러시아 대표팀은 이제 든든한 후원자를 바탕으로 과거의 영광 회복을 노리게 됐고 그 작업을 히딩크 감독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후원자는 그 유명한 러시아의 석유재벌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10조원이 넘는 개인재산으로 ‘포브스’ 선정 세계 갑부 순위 25위에 올라 있는 아브라모비치는 수 년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 첼시를 잉글랜드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고 이제 다음 목표를 조국 러시아 대표팀의 부활로 삼았다.

축구계에서도 저명인사가 된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축구연맹에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장담하며 연봉 50억원 이상(추정)에 전용비행기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때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연계설을 풍겼던 러시아축구연맹은 최근 “세계적인 명장과 이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발표는 할 수 없다”며 히딩크 감독을 염두에 둔 발표를 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아직까지 향후 행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는 아마도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나는 거짓말쟁이를 싫어한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참고 지켜봐 달라”며 여운을 남겼다.

또 하나의 후보지는 바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자리. 축구의 종가이자 축구감독이라면 누구나 이 스타군단을 맡고 싶어 한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 대가로 연봉 70억원 이상이 보장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한때 스벤 예란 에릭손 현 잉글랜드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을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잉글랜드 축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스웨덴) 감독이었던 에릭손 감독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잉글랜드축구협회 내부에서 자국 감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후보군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잉글랜드 감독 후보 1위에 올라

하지만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외국인이라도 상관 없다”고 발언을 했고 잉글랜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감독 후보로 히딩크 감독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

에릭손 감독마저 “내 후임자로는 히딩크 감독이 적임자”라고 나설 정도다. 잉글랜드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주 대표팀 선수들도 “차기 잉글랜드 감독은 히딩크가 최고”라고 할 정도로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협회 내부보다는 외부의 지지자가 많다.

현재 10여 명의 후보명단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서너 명의 후보와 면담을 가졌다. 이 중에는 2002 월드컵 때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도 포함돼 있다.

이로써 외국인에게도 차기 감독 자리가 열려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

스콜라리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명성을 지니고 있으나 영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해 잉글랜드 팬들 사이에서는 다소 거부감이 일고 있다. 외국인 중에서는 사실상 히딩크의 경쟁자가 없다.

1986년부터 에인트호벤을 3년 연속 네덜란드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 차지하며 화려하게 세계축구 무대에 등장한 히딩크 감독은 일정 기간 조정기를 거쳐 98년 네덜란드를 프랑스 월드컵 4강으로 이끌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 성과로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자리를 차지했으나 이내 물러났다. 그리고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 바로 2002 월드컵 때다.

지금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 클럽 감독의 소망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쥔 히딩크 감독으로서 남은 것은 월드컵 우승이다.

2006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이끌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까지 넘보기는 힘든 게 사실. 과연 마지막 남은 소망의 실현을 위해 히딩크 감독은 어느 쪽으로 남은 축구인생을 내던질까.



입력시간 : 2006/04/04 16:37




장치혁 기자 jangta@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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