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28인 분석한 책 나와… 박지성 '자기 암시' 이승엽 '인터뷰 기술'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인 박지성(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이승엽(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박주영(서울 FC), 선동열(프로야구 삼성 감독), 김인식(프로야구 한화 감독) 등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스포츠 분야에는 무수한 스타들이 뜨고 지지만 그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최고 스타로 명성과 대우를 얻은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반짝 스타로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지성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강력한 자기 암시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인생의 획을 승부처에서 “이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라는 자기 암시로 정면 돌파했다고 한다.

1999년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됐을 때 “날아가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암시를 걸었고, 일본 프로인 교토 퍼플상가에서는 “누구보다도 빨리 축구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되뇌곤 했다.

은사인 히딩크 감독을 찾아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졌고, 세계 최고 무대인 영국 프리미어그리그에 진출했을 땐 “성공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기 암시를 했다고 한다. 박지성에겐 ‘자기 암시’가 성공 비결인 셈이다.

이승엽은 인터뷰 때 성실함과 인사성으로 상대를 사로잡곤 했다. 이승엽은 올해 1월 일본 최고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할 때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련되고 성실한 자세로 호감을 사 실력과 더불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한몫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이승엽은 일본의 국민영웅 이치로(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맹활약을 펼쳤지만 ‘입’ 때문에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이 미국과 일본을 연파한 뒤에도 “아직 배울 것이 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 미.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반면 이치로는 ‘30년 발언’, 미국 야구 저평가 등으로 오만하고 성숙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이승엽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거나 일본의 텃세를 넘어설 수 있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뛴 프로생활 초창기 인터뷰 때는 시선처리와 불필요한 말 때문에 애를 먹었다.

카메라에 눈을 고정시키는 것을 어려워했고, ‘음, 음, 마~, 정말~’ 등 무의미한 말들의 나열이 많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언론에 노출이 빈번하게 된 2000년 이후에는 자연스럽고 세련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시선처리와 일목요연한 대답이 돋보여 여러 차례 마이크를 댈 필요가 없었다. 이승엽이 세계적인 선수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데는 ‘빼어난 인터뷰 기술’이 큰 몫을 한 것이다.

스포츠 전문 기자인 이상주 부장(스포츠조선)이 최근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 28명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 책 ‘이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다’(대교베텔스만)에서 밝힌 내용이다.

20년 가까이 스포츠 현장에서 발로 뛴 저자는 스포츠 스타 28인의 성공 요인을 경기력 외에 자기 암시, 포지셔닝, 시선처리, 표정관리, 긴장해소, 인터뷰, 메모, 발성, 설득, 엔터테인먼트 등 10가지 분야로 나눠 분석하고 정리했다.

WBC 이후 유명인사가 된 김인식 감독은 스포츠계에서 ‘대인관계의 교과서’로 통한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눈빛과 경청하는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오래된 친구나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도 시선을 골고루 건넨다.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초면이거나 신참 기자들은 그의 배려에 감격(?)해 팬이 되는 사례가 많다. 그는 또 자신의 말을 아끼고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데 익숙하다.

흔히 ‘김인식 리더십’으로 통하는 ‘믿음의 야구’는 그러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나온다. 2005년 11월 FA(자유계약선수) 김민재는 “김인식 감독과 야구를 하고 싶다”며 한화와 계약했다. 김 감독의 인격을 믿고 팀을 선택한 것이다.

김 감독이 1990년 쌍방울의 사령탑이 된 이후 잠시의 휴식기를 제외하고 줄곧 프로야구 지휘봉을 놓지 않은 것이나 2004년 가을 한화 감독 취임과 함께 뇌졸중으로 쓰러졌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계속 팀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쌓아놓은 ‘눈맞춤의 대인관계’ 덕분이었다.

그밖에 박찬호(미국 프로야구 샌디에이고)는 기(氣) 수련을 통해, 최희섭(보스턴 레드삭스)은 집중력에서 나오는 ‘자기 암시’로 성공을 거뒀고, 감독으로서도 스타가 된 선동열과 신세대 축구선수 박주영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즉 포지셔닝으로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박찬호는 해마다 스프링캠프나 원정을 나설 때면 명상가와 뉴에이지 운동가들이 즐겨 찾는 애리조나주의 세도나에서 기 수련을 하였다. 선동열은 국내 국보급 투수, 일본 주니치 진출,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 삼성 감독 등에서 위치에 충실한 역할 수행(포지셔닝)을 해 성공한 야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농구의 서장훈(삼성 썬디스)과 프로야구 홍성흔(두산)은 빼어난 ‘인터뷰 기술’로 정상을 지키고, 김동문과 세기의 배드민턴 커플이 된 라경민(대교 눈높이)은 ‘표정 관리’로 셔틀퀸이 되었다.

프로야구 장성호(기아)가 지난해 4년간 최대 42억원의 초대박 FA계약을 한 것은 뛰어난 협상술의 개가였으며 야구해설가 하일성씨는 감성 스피치로 인생을 바꾸었다.

모래판의 천하장사에서 K-1 전사로 변신한 최홍만은 씨름판에 이어 이종격투기에서도 테크노댄스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끼(엔터테인먼트)’가 성공에 도움을 줬고 프로야구 정수근(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도 튀는 행동이 그가 스타가 되는데 한몫했다.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관찰하고 메모하는 네덜란드식 리더십, 프로야구 이호준(SK와이번스)ㆍ정민태(현대 유니콘스) 선수는 여유와 낙천적 성격, 김호인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장은 ‘발성’에서 우러난 자신감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