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장 드라이버 헤드 전쟁 - 신제품 헤드 체적 460cc가 대세… 크기 한계 논란도

‘보다 더 높이, 보다 더 멀리…’

모든 골퍼들이 필드에서 드라이버로 첫 타를 날릴 때마다 항상 품는 꿈이다. 그리고 골퍼가 길다란 드라이버로 크게 휘두르는 스윙의 클라이맥스에서 ‘쨍’하며 공을 튀기는 접점의 자리에는 항상 헤드(Head)가 버티고 있다.

올해 골프 시장에서는 드라이버들이 ‘460cc’라는 고지를 놓고 뜨거운 한 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460cc’. 콜라병이나 우유팩에 담긴 용량을 가리키는 단어 같지만 골프 드라이버의 헤드 체적(용량)을 가리키는 수치다.

올들어 특히 주요 골프 브랜드 신제품들마다 모델 이름에 ‘460’이라는 수식어가 공통적으로 치장돼 있다. Ti460, R7 460, X-460, SQ460 등등. 모두 드라이버 헤드 체적이 460cc나 될 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숫자인 셈이다.

골프장에 들어선 골퍼가 1번 홀 첫 티오프 때마다 잡는 골프채. 공을 멀리 쳐 보낼 수 있다는 장타를 과시하고, 골프 실력을 상징하는, 골퍼들의 ‘제1 병기’인 드라이버.

최근 드라이버 시장에서 ‘대형 헤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주요 브랜드가 헤드 460cc짜리 드라이버를 일제히 내놓았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라도 460cc에 근접할 만큼 헤드 크기가 부쩍 커지고 있는 양상.

빅 헤드, 트렌드에서 대세로 자리매김

460cc짜리 대형 헤드를 갖춘 드라이버의 등장이 올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년 전인 2004년 클리블랜드가 런처460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것을 비롯해 일부 메이커들이 간간이 ‘빅 헤드’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코브라가 역시 460cc인 ‘SZ460’을 출시했고 종전 최고 454cc에 머물던 캘러웨이도 올해부터는 ‘X-460’모델로 신제품의 체적을 늘렸다. 또 테일러메이드의 ‘R7 460’, 코브라의 ‘킹코브라스피드’, 나이키의 ‘SQ플러스’와 ‘투어’ 등으로 빅 헤드 물결에 합류했다.

일본제인 던롭 역시 ‘올뉴젝시오’로 올해부터 460cc 트렌드에 가세하는 등 이미 골프 시장과 필드에서 빅 헤드 트렌드는 바람 단계를 지나 대세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 드라이버의 헤드는 왜 커지기만 할까? 한마디로 헤드가 클수록 공을 ‘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안전하게’ 페이웨이로 보낼 수 있어서다. 때문에 골프 사상 드라이버의 헤드 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커져만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이버 헤드가 크면 클수록 공을 더 확실하게 멀리 보낼 수 있다는 근거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의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스위트 스팟이란 드라이버 헤드에서 직접 공과 접촉하는 면(페이스ㆍFace)의 가운데 부분. 이 부분에 공이 맞아야 공은 가장 큰 탄력을 받아 높이, 그리고 멀리 뻗어나간다.

하지만 필드에 나선 골퍼들은 실제 스윙에서 헤드의 스위트 스팟에 정확하게 공을 갖다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OB(Out of Bounds)가 나고, 공이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뻗어나가다 마는 것들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헤드가 커지면 스위트 스팟의 면적 또한 함께 커진다.

한국캘러웨이 김흥식 부장은 “골퍼의 스윙에서 약간의 미스나 실수가 있더라도 스위트 스팟이 크다면 그만큼 공이 빗나갈 확률도 적어진다”고 말한다. 즉 드라이버의 헤드가 커질수록 골퍼에 실수에 대한 관용성(Forgiveness) 또한 커지는 것이다.

공의 비행 궤적을 크게 뒤바꿔 놓을 만한 커다란 실수가 아니라면 스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실수로 공이 약간 빗맞았어도 타구는 라인에서 멀리 정확히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한계 '500cc'주장, 협회선 크기 제한

그렇다고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가 무제한 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헤드가 큰 만큼 스윙을 할 때 공기 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헤드의 무게 또한 늘어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헤드의 재질을 달리하고 표면을 더욱 얇게 처리해 크기를 늘릴 수도 있지만 이 때는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도가 문제가 된다.

때문에 과학적으로 헤드가 커질 수 있는 최대 한계치는 500cc라는 주장이 아직까지는 설득력있게 들린다. 이론상으로 드라이버의 헤드 체적 500cc까지는 무방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면 골프채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굳이 과학적 물리적 근거를 따지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헤드 체적 460cc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는 비교적 간단한데 골프 규정에 어긋나서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460cc를 드라이버 헤드의 최대 허용 한계로 정해놓고 있다.

세계 골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협회는 2004년을 기점으로 드라이버 헤드 크기 제한에 나섰다. 헤드의 소재 개발이 발전해 반발력이 날로 커지고 헤드 크기 또한 커지면서 골퍼들의 비거리가 부쩍 늘어나게 되자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대한골프협회 김동욱 전무는 “대부분의 골프 코스가 250야드를 기준으로 벙커나 해저드 등을 설계해 놨는데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늘어나 이 거리를 훌쩍 뛰어넘게 되면 골프 경기의 재미가 사라진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골프 규칙에서 헤드 크기 확대에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드라이버 헤드 크기 경쟁은 460cc라는 종착점에 와 있는 셈이다.

인터뷰
고유현 테일러메이드 마케팅 본부장
"뉴 R7의 샤프트는 기술력의 결정판"

“지난 2년간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던 R5 드라이버의 명성을 R7에서도 그대로 이어나가겠습니다.”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영업 및 마케팅 본부장인 고유현 상무는 “올해 새로 내놓은 신제품 ‘R7 460’과 ‘R7 425’의 혁신적인 기술이 필드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뉴R7 모델의 기술 결정력은 헤드보다는 샤프트에 있습니다. 일본 후지쿠라사와 공동개발한 Reax 샤프트는 속력이 붙어도 원형 단면을 그대로 유지, 임팩트 시 파워를 손실없이 전달해 주도록 설계됐습니다.” 고 상무는 “이제 드라이버 헤드가 좋으면 공이 멀리 나간다는 편견은 버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번 신제품에는 테일러메이드만의 고유한 무게이동 기술(Movable weight tech)이 적용됐다.

425 모델 경우 2g과 12g짜리 스크류(나사)가 각각 2개씩 솔 뒤에 박혀 있는데 골퍼 각자의 스윙 습관과 컨디션에 따라 무게 중심을 바꿀 수 있도록 고안됐다. 고 상무는 “이런 장점 때문에 R7 425 드라이버 한 개를 갖고 있다는 것은 곧 6가지 이상의 드라이버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표현한다.

또 이처럼 스크류를 4개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크라운(헤드 윗부분)을 0.6mm 초박형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인 덕이다. 종전 0.8mm보다 0.2mm나 줄인 것. 그럼에도 종전 400cc였던 R7 드라이버의 크기는 425cc와 460cc로 훨씬 커졌다.

아무래도 크기가 큰 460cc는 초심자와 여성, 425cc는 선수들이나 숙련자들에게 인기를 끌 전망.

“테일러메이드는 거의 5년째(214개 대회 연속) 미국 PGA 무대에서 프로 선수들이 즐겨 쓰는 드라이버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R7 드라이버를 사용한 골퍼가 우승한 대회만도 81개가 넘지요.” 고 상무는 “위창수도 최근 말레이시아오픈 대회에서 세계 최초로 425드라이버를 사용해 우승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의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프로페셔널 하게 수행해내는 것이 제가 맡은 임무라고 봅니다.”

존슨앤존슨, 질레트 면도기, 리바이스 등 다국적기업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아온 고 상무는 “우선 내부 체제 정비를 완료한 뒤 본격적으로 회사의 중장기적 자산 관리에도 신경쓰겠다”고 프로페셔널한 포부를 밝혔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