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장 드라이버 헤드 전쟁헤드 크기·반발계수·소재만으론 기술적 한계점 봉착, 볼·그립 스피드 측정 후 개인별 최적의 클럽 스펙 제시

헤드 사이즈 460cc도 맥시멈, 반발계수(COR) 허용치도 0.830 이내, 나무와 스테인리스에서 카본과 티타늄으로 이어지는 소재 분야도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드라이버 시장. 보다 나은 비거리를 위한 드라이버 대결의 다음 전장은 어디일까?

헤드 크기와 반발계수에서 이미 제한을 받고 소재도 티타늄으로 굳어진 드라이버 시장에서 메이커들은 여전히 새로운 기술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언뜻 더 이상 경쟁을 펼칠 요소가 소진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대결은 게속되고 있는 것. 샤프트에서의 차별화나 고객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피팅(Fitting) 시스템 도입, 패션 색상 적용 등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신시장들이다.

가장 두드러진 노력은 고객별 맞춤 서비스(Customization) 제공. ‘킹코브라 스피드메탈 시리즈’ 드라이버를 새로 선보인 코브라는 전국 대리점에 측정기기를 설치했다.

소비자의 볼 스피드를 측정, 그에 맞게 샤프트의 경도(플렉스)와 위치, 길이, 헤드 로프트, 킥포인트(샤프트의 가장 크게 휘어지는 부분) 등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새로 도입한 ‘볼 스피드’개념이 담겨 있다. 골퍼의 스윙궤도 등 스윙 스타일이 임팩트 직후 볼의 초속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이론이다.

코브라의 이홍우 과장은 “초속이 빠르냐 느리냐는 비거리 예측보다는 골퍼의 스윙 특징을 파악하는데 이용된다”며 “같은 헤드 스피드라도 궤도와 스핀량에 따라 볼의 초속이 달라 그에 맞춘 클럽이 최대의 비거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타이틀리스트' 리사이클공
국내에 선보여

우리와 달리 미국 골프장에서는 캐디(경기 보조원)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 골퍼들은 우리보다 공을 더 쉽게 잃어 버린다. 공이 날아가는 것을 능숙하게 예측하고 추적(?)하는 캐디 없이 공을 쳐야 하고 그렇다고 다른 골퍼가 공을 찾아주지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골프장에서는 단 한 번 사용됐지만 골프장에 그냥 버려진 골프공들이 제법 많다. 이런 공들은 수거돼 재가공되는데 보통 'Used & Refinished Ball'이라 불린다.

재가공 볼 중에서도 가장 지명도 높은 공 중 하나는 '타이틀리스트'이다. 볼의 명가로 이름나 있는 이 브랜드 볼은 최고 품질의 골프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1년간 미국 골프장에서 수거돼 외국에 수출되는 공만 2,000만개.

최근 한국에서도 타이틀리스트의 재가공볼이 선보였다. 한 국내 업체가 미국 골프공 재가공처리 회사인 링크초이스로부터 한국에 6만여 개(5,000박스)를 들여온 것.

재가공 공정은 수거된 골프공을 우선 세척, 등위별로 분리 선별한다. 이 중 최상급 공만을 골라 색을 다시 입히고 코팅한 후 'Used & Refinished Ball'라는 로고를 입히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대신 제품가격은 새 제품의 절반 수준.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광성티앤티의 안창수 대표는 "해외 웹사이트나 골프 잡지 등을 통해 재가공 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골퍼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02)318-1412

PRGR도 피팅마케팅에 주력하고 나섰다. 올 초 ‘T3’ 드라이버를 선보이면서 ‘그립 스피드’라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스펙 선택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이 이론은 손목의 릴리스 타이밍을 수치화한 것으로 헤드 스피드보다 진보된 이론이라고 강조한다. 그립 스피드는 일정 범위 내에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혈액형처럼 개개인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한다.

김성남 PRGR 팀장은 “백스윙 때 꺽었던 손목을 다운 스윙 때 풀어주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른데 이 차이가 헤드 스피드, 구질, 볼 초기속도 등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개개인에 맞는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PRGR은 대리점마다 그립 스피드 측정 장비를 설치했다.

브리지스톤의 골퍼스 독(Golfer’s Dock) 또한 피팅을 강조한 서비스다. 최근 선보인 이 서비스 역시 헤드 스피드와 궤도 탄도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클럽 스펙을 제시해주는 것은 동일한데 이동식 피팅센터인 피팅밴에서 시타 후 바로 맞춤 클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석교상사의 홍우정 과장은 “그동안 클럽 메이커가 제공하는 기성품만 사야했던 골퍼들이 이제는 자신의 체형과 스윙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클럽을 구입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던롭 또한 ‘던롭임팩트 월드(DIW)’ 시스템을 도입, 상급자의 주문형 클럽에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버 경쟁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으로는 샤프트의 중요성이다. 헤드 크기나 반발력만으로 비거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신 스윙의 축인 샤프트의 탄력 여부가 ‘새로운 전장’으로 부각된 것. 샤프트의 개선으로 얼마든지 거리감이나 방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테일러메이드는 올해 신모델 ‘R7 드라이버’에서 일본 후지쿠라와 공동 개발한 ‘Reax 샤프트’를 채용했다.

보통 골퍼가 다운 스윙하면 원래 단면이 원을 그리고 있던 샤프트가 속력이 붙으면서 계란 모양으로 변형되는데 이 샤프트는 최대한 원 모양의 단면을 유지한다. 테일러메이드의 김상동 대리는 “그만큼 안정감을 높여주고 임팩트 시 최대한의 파워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클리블랜드도 샤프트를 경량화, 기능화시켰다. 4축으로 이뤄진 샤프트는 어떤 방향으로도 힘이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장재희 팀장은 “이는 샤프트의 고급화 추세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해석한다. 코브라 또한 볼 스피드에 따른 3종의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선보였고 PRGR도 헤드 스피드를 감안한 7종의 맞춤형 샤프트를 내놓고 있다.

골프채도 패션 제품처럼 색채와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것도 새로 생겨난 추세다.

던롭은 헤드 밑부분에 붙어 있는 배지 색깔을 빨강, 녹색, 은색 등 여러 가지로 다변화했다. 또 파란 색깔의 샤프트를 장착한 ‘코브라’나 헤드에 노랑색을 사용한 나이키의 ‘SQ플러스 드라이버’ 등도 모두 패션성이 가미된 사례로 꼽힌다.

인터뷰
신두철 한국클리브랜드골프 사장
"샤프트 경량화·기능화로 운동에너지 효율 높여"

“이제 골프 드라이버 시장에서 디자인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클리브랜드는 신제품 하이보어 드라이버로 그 경쟁의 선봉에 서 있는 셈이지요.”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하이보어 드라이버를 내놓은 한국클리브랜드골프 신두철 사장은 “하이보어는 460cc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드라이버 헤드 용량의 경쟁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돌파구”라고 자신했다.

하이보어의 헤드 체적 역시 460cc. 하지만 크라운 부위를 압축한 듯한 디자인을 감안하면 실제 체적은 520cc나 된다. 이 드라이버를 쓰는 골퍼는 520cc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헤드 용량 확대 게임은 이제 끝났지요. 앞으로는 어떻게 정해진 범위 내에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기술을 가져 오느냐가 시장에서 성패의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신 사장은 “하이보어에서처럼 헤드 디자인의 혁명은 앞으로 벌어질 드라이버 경쟁의 방향을 예고해 준다”고 풀이한다.

신제품 하이보어 역시 샤프트도 개선됐다. 더 경량화, 기능화시켰고 어떤 방향으로라도 힘이 균일하게 전달되는 기술이 적용된 것.

무게 중심선을 헤드 중심과 일치시킨 것도 하이보어만의 특징. 무게 중심선이 헤드 중앙과 일치하기 때문에 스위트 스팟(유효타구면)이 이전보다 20% 넓어졌다. 백스핀이 덜 먹게 돼 공이 더 멀리가고 공에 힘을 전달하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신 사장은 “이들 기술 때문에 그만큼 골퍼가 실수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며 “골퍼 입장에서는 비거리가 더 느는 셈”이라고 말한다. 클리브랜드는 이와 함께 고전적 모델을 선호하는 골퍼들을 겨냥해 Ti460 드라이버도 신제품으로 함께 출시하고 있다.

“이달 초 판매를 시작한 하이보어 드라이버가 미국 시장에서 5만개 이상 팔려나갔습니다. 한국에서만도 1,000개 이상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 사장은 “하이보어 드라이버가 2006 드라이버 시장에서 새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