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재현 각오 다지며 장도에… 아드보카트 감독 "선수들 재능·가능성 믿는다"

“독일월드컵이 다가왔다. 이제는 전쟁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아드보카트호가 지난 27일 장도에 오른 뒤 2006 독일월드컵 1차 캠프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둥지를 틀고 유럽 현지적응 훈련에 마지막 비지땀을 쏟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을 전쟁에 비유하면서 한국팀의 2002년 4강 신화 재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6월 13일(이하 한국시간) 토고와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운명의 월드컵 본선에 들어가는 아드보카트호는 스코틀랜드에서 노르웨이(6월 2일)와 가나(6월 4일)를 상대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그리고 개막을 나흘 앞둔 6일 격전지인 독일(쾰른)에 입성한다.

전쟁을 앞둔 ‘아드보카트호 전사’들도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야전사령관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코치인 동시에 맏형 격인 홍명보 코치는 “2002년 4강 신화가 행운이 아님을 증명하겠다. 독일월드컵에서 우리가 16강 이상을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태극전사의 주장이자 철벽 수문장인 이운재는 “팀원들 간 단합과 투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겠다. 세 번째 나서는 월드컵으로 경험, 순발력, 노련미 등 모든 면에서 자신 있다”고 밝혔다.

아드보카트호의 플레이메이커이자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을 좌우할 핵심 선수로 꼽히는 박지성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1차적으로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것이다. 훈련기간이 한·일월드컵때보다 짧지만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선수들의 사기는 더 없이 높다”고 말했다.

포백라인의 핵인 이영표도 “2002년의 성과를 재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지금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모든 면에서 4년 전보다 낫다”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동국의 부상 중도하차로 아드보카트호의 원톱 책무를 맡게될 안정환은 “동국이가 빠져 아쉽지만 그의 몫까지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기대주’ 박주영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처음 나서는 월드컵인 만큼 지금까지 인정 받았던 내 능력을 후회없이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2002년보다 훨씬 많은 게 큰 장점이다. 2002년 대표팀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팀 분위기도 활기차고, 도전적이다. 해 볼 만하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어게인(AGAIN) 2002. 유럽 출정의 나팔은 울렸다.

태극전사에 바란다
박항서 경남FC감독
"체력·조직력 극대화로 6월의 꿈 쏴라"

아드보카트호가 2006 독일월드컵을 향해 전장으로 나섰다. 그동안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진출까지 적잖은 후유증을 겪었고, 본선 진출 확정 이후에는 전임 감독이 중도하차 하는 등의 시련도 겪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새롭게 대표팀을 맡으면서 어수선했던 한국축구는 다시 희망을 찾게 됐다.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의 축구, 그리고 선수들의 뛰어난 투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축구팬들은 다시 한번 2002년 4강 신화 재현의 꿈에 부풀어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그동안의 국내 일정을 접고 격전지나 다름없는 유럽현지에 캠프를 차렸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는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추스려야할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2002년과 비교해서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월드컵을 5개월 정도 앞둔 1월에 열린 골든컵에서 엔트리의 90%이상을 선발한 상태였다. 그리고 5개월 이상의 장기간 훈련을 통해 팀을 완벽하게 정비할 수 있었다.

특히 본선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랑스 등 세계 최강팀들과의 평가전 선전을 통해 어느 팀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상태였다.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예전과 비교되지 않는다. 그동안 짬짬이 대표팀 소집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인 소집훈련은 지난 5월15일부터 채 한 달에 지나지 않는다.

아드보카트호는 유럽 캠프훈련을 통해 체력과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해외파나 국내파 모두 2002년과 달리 그동안 소속팀에서 리그일정을 소화하고 온 터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체력과 조직력 향상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비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2002년에 비해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2002년 4강을 이뤘던 주축선수들이 대거 현 대표팀에 포진해있고,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것은 큰 힘이다. 큰 무대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장인 아드보카트 감독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그동안 나름대로의 계획 속에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그동안 한국축구대표팀에서 잘 사용하지않던 포백 수비라인을 들고 나온 것도 상대팀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마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전지 훈련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결속력과 자신감이다. 이런 측면에서 6월 초 있을 노르웨이와 가나와의 두 차례 마지막 평가전이 중요하다.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끌어 올려야 한다. 단순한 평가전 차원을 떠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유럽현지 훈련동안 선수들의 정신력도 중요하다.

스코틀랜드나 독일은 국내 환경과는 또 다르다. 기후,문화, 음식 등 모든 게 낯설기 마련이고 젊은 국내파 선수일수록 외로움을 탈 수도 있다. 선수들 스스로 잘 극복해야 한다. 항상 국민들의 기대치를 생각하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