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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이젠 '색깔'을 보여다오
가나·시리아전 등서 한국축구 고질적 문제만 드러내
'생각하는 축구' 아직 공염불… 코칭스태프도 취약







파주 NFC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핌 베어백 감독과 홍명보 코치가 몸을 푸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이 한국 축구 사령탑에 앉은 지 3개월여 만에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색깔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베어벡 감독, 지난 11일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5차전에서의 졸전은 ‘베어벡호 비관론’에 불을 지폈다.

시리아전에 앞서 8일 치른 가나전에 주전 대부분을 벤치에 앉힌 채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했던 베어벡 감독은 경기 후 “시리아전은 성격이 다른 경기”라며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의 공언대로 시리아전에는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이영표(29ㆍ토트넘)와 피로 누적을 호소했던 설기현(27ㆍ레딩)을 비롯한 대표팀의 정예 멤버들이 나섰지만 결과는 1-1 무승부.

이날 경기의 더욱 큰 문제점은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는 데 있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대표 선수로서 필요한 5대 조건’과 ‘생각하는 축구’를 운운하며 한국 축구의 변화를 주창했지만 3개월 동안 실제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시리아전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드러난 ‘베어벡호’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 세대교체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베어벡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내뱉었던 것이 ‘세대교체’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 움직임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고작해야 가나와의 평가전에 23세 이하의 아시아게임 멤버들을 대거 출전시킨 정도다. 안전운행을 선호하는 베어벡 감독의 취향 탓이다.

베어벡 감독은 ‘미래의 한국 축구의 힘이 될 것’이라며 대표팀 예비 명단에 젊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키고 있지만 정작 경기에 내보내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히딩크호’ 시절부터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던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보다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래서야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할 방법이 없다.

가나전에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 테스트했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벅찬 상대였다. 가나는 한국전에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축이었던 마이클 에시엔(첼시), 설리 문타리(우디네세), 스티븐 아피아(페네르바체) 등을 비롯한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휘슬이 울리기 이전 이미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경기였고 A매치에 처음 나선 선수들이 감당해낼 수 없는 상대였다.

대표팀 선배들도 시리아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였다”, “우리가 나섰다고 해도 경기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나전에 나선 선수들의 대부분은 오는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 나설 이들이다. 경험을 쌓게 해줄 작정이었다면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중동 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쌓게 하기 위해 시리아전에 내보냈어야 옳지 않았을까. 시리아는 한국 원정길에 최소 인원인 15명이 참가했고 이중 대부분은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었다. 한국전 베스트 11 중에도 7명이 23세 이하 선수로 구성됐다.

▲ 색깔이 없다

베어벡호는 ‘생각하는 축구’를 발표하며 야심차게 출범했다. 베어벡 감독은 ‘투지만을 강조해서는 세계 축구 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통할 수 없다”며 “경기 중 필드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지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부르짖었다.

베어벡호의 모토는 ‘생각하는 축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5경기에서 ‘생각하는 축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일 열린 이란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표팀은 이날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였고 설기현의 선제골로 앞서가며 1-0으로 승리하는가 했다. 그러나 종료 직전 수비수 김상식의 어설픈 플레이로 어처구니 없는 동점골을 헌납하며 패배했다. 베어벡 감독은 이날 패전으로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김상식의 플레이는 “필드에서 발생한 상황에 지능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베어벡 축구’의 요체와 정반대되는 플레이의 결정체라고 할 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11일 시리아전에서 내준 동점골은 중앙 수비수 김상식과 김동진의 어설픈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김상식과 김동진은 동점골을 내준 후 불과 4분 만에 똑 같은 실수를 저질러 상대 공격수에게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를 내줬다. 수문장 김영광의 선방으로 실점을 모면했지만 한국 축구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생각하는 축구를 주창하고 있는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매번 반복되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는 축구를 찾아볼 수 없기는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리아는 한국을 상대로 수비진을 두텁게 하고 역습을 노리는 ‘뻔한 전술’로 임했다. 누구나 예상한 모습. 그러나 대표팀은 시리아의 밀집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베어벡 감독이 ‘5대 조건’의 하나로 역설한 ‘빠른 패스’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창조적인 플레이와 공격진의 약속된 플레이가 결여된 탓이기도 했다.

‘3기 소집 훈련’에서 베어벡 감독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 세트 피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 득점의 1/3이 세트 피스에서 나온다며 소집 기간 내내 집중적으로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의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가나전은 물론이고 시리아전에서도 ‘골 비슷한 장면’조차 만들지 못했다.

▲ 전권 위임, 문제는 없나

‘베어벡호’가 보여주고 있는 어설픈 모습에 축구팬들이 들끓고 있는 것은 그가 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은 성인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23세 이하 대표팀까지 책임지고 있다.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은 물론, 내년 벌어질 2008 베이징올림픽 지역 예선, 아시안컵 본선까지 그가 지휘봉을 잡는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우겠다’고 호언한 그지만 현재 그가 보이고 있는 모습만으로는 ‘과연 한국 축구를 그에게 맡겨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베어벡호의 코칭스태프 구성을 살펴보자. 빈약하기 그지 없다. 베어벡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조차 없는 실정이다. 총 4명의 인원이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까지 책임지고 있다.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11월에 대표팀은 한시적으로 이원화된다. 11월 15일 이란과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5차전은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게임 멤버를 이끌고 나서고, 14일 열리는 일본과의 올림픽 대표팀 평가전 지휘봉은 홍명보 코치가 잡게 된다. 그나마 부족한 코칭스태프가 둘로 갈리게 되는 것이다.

‘베어벡호’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의 보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창출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 다양한 코칭스태프를 활용했다. 베어벡 감독은 당시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고 박항서 경남 감독, 정해성 제주 감독이 뒤를 받쳤다. 김현태 제주 코치는 골키퍼 코치로, 최진한 전 전남 코치는 트레이너로 코칭스태프에 가담했고 압신 고트비 대표팀 코치는 비디오 분석관으로 대표팀과 상대팀의 전력을 낱낱이 분석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 등 ‘파트 타이머’들도 필요에 따라 적극 활용됐다.

베어벡 감독은 12월 도하에서 ‘중간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다면 감독직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기에 앞서 효율적인 코칭스태프 구성과 운영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입력시간 : 2006/10/26 16:01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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