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리조트 발돋움·지역경제 살리자" 재벌·지자체 건설 나서올해 스노우파크·하이원 문열어… 2008년까지 5곳 추가 예정

스노우파크와 하이원, 그리고 곤지암리조트와 태백서학리조트···.

최근 신문 지상에 새롭게 오르내리는 단어들이다. 처음 들으면 눈과 관계가 있는 리조트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사실은 모두 신설될 스키장들의 이름이다.

국내 스키장 오픈이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올 겨울 시즌 2개의 신규 스키장이 문을 열고 2008년까지 모두 5개의 새로운 스키장들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 겨울 시즌까지 국내 스키장은 모두 12군데. 올 시즌엔 한솔그룹 계열의 스노우파크와 강원랜드의 하이원 스키장이 새로 개장했다. 2002년 시즌 GS강촌리조트 스키장이 오픈한 지 4년여 만에 신설 스키장이 생겨나는 셈이다.

한때 스키장 오픈이 붐을 이뤘던 시기는 10년 전. 1995년 강원권에 휘닉스파크와 현대성우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절정을 이뤘다. 스키장 오픈 러시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96년에는 수도권에 지산 포레스트리조트 스키장도 가세했다.

이 중 실질적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오픈한 스키장은 강촌리조트 한 곳뿐. 따라서 최근의 스키장 오픈 러시는 무척 이례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건설 경기가 활황이어서일까. 그렇지 않다면 스키를 즐기는 인구가 최근 급속하게 늘어나기라도 한 것일까. 혹은 스키장이 돈을 잘 버는 업종이라서? 한동안 잠잠했던 스키장 경쟁이 다시 점화된 셈인데 이유가 분분하다.

오크밸리
지난 시즌까지 국내 스키 시장은 연 인원 500만 명 규모. 이 중 스키를 즐겨 탄다고 할 수 있는 인원은 어림잡아 100여 만 명. 스키 시즌이면 스키장 슬로프는 스키어들로 넘쳐 나고 주변 콘도는 주말이면 방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외견상 ‘돈 되는 장사’로 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겨울 시즌이 지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방은 텅텅 비기 일쑤고 초록빛 잔디가 물든 슬로프에 사람들의 모습은 간간이 보일 뿐이다. 그나마 여름 휴가철과 주말에는 사람들로 다시 북적댄다. 하지만 1주일 중 주말을 뺀 5일은 대부분 한적하기 그지없다.

스키장경영협회 이보섭 사무국장은 “스키장 가동 기간은 연간 평균 70일 정도로 잡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1년 365일 중 겨울 두 달 남짓한 기간만이 성수기란 얘기. 스키장들은 ‘겨울철 두 달 동안 벌어 1년을 버틴다’는 얘기를 한다.

때문에 스키장들의 영업 수지 현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강원권의 대형 스키장들은 지난 시즌에만 수십 억대부터 1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마다 누적 적자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적은 돈’이 결코 아니다.

특히 진부령의 알프스리조트 스키장은 급기야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부도가 난 데 이어 경영 부실이 심화돼 올 시즌은 스스로 개장을 포기한 것.

또 다른 수도권의 한 스키장도 몇 년 전부터 여러 개인 업주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을 해 오는 등 스키장 운영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특히 스키어들에게는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알프스 스키장이 당장 문을 닫은 것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광활한 면적의 부지를 사용해야 하는 스키장은 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하 1,000억원 이상의 초기 비용이 대지 구입 및 시설 투자비로 들어간다. 하지만 1년 매출은 대형 규모의 스키장이라 해도 불과 몇 백억원대.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업종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여건에서 스키장이 새로 들어선다니 조금 의아해질 만도 하다. 그런데 올해부터 새로 들어서는 스키장은 예전의 스키장 오픈과는 약간은 궤를 달리 한다. 바로 재벌 그룹이 운영하는 기존 리조트에서 새로 스키장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스키장 개장에 나선다는 점이다.

특히 재벌 계열사가 운영하는 리조트들은 최근 스키장 추가 신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솔그룹 계열 한솔개발이 운영하는 와 LG그룹의 곤지암리조트가 이에 해당하는 케이스. 모두 콘도미니엄 숙박시설이나 골프장 등 리조트 시설을 갖춘 곳에 들어선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브랜드전략팀 김정익 팀장은 이에 대해 “이미 다양한 리조트 시설을 갖춘 곳에 스키장을 추가로 건설함으로써 고객들이 4계절 이용할 수 있는 종합 휴양 리조트 시설로 발돋움하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한다. 즉 리조트로서 스키장을 빼고는 사실상 갖출 것은 다 갖췄는데 그동안 없던 스키장만 추가로 신설했다는 것.

골프장으로 유명한 곤지암리조트나 강원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강원랜드는 기존의 카지노 시설을 갖고 있지만 카지노 이외의 일반 고객을 유치하는 데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족들이 즐겁게 찾아 올 수 있는 종합 리조트 공간 구축이 강원랜드의 비전이기도 하다. 강원랜드 박도준 홍보팀장은 “스키장이 들어서면서 다른 리조트 시설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기대되는 효과”라고 소개한다.

신설 스키장들은 기존 스키장에 비해 또 다른 경쟁력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강원 원주에 자리한 는 스키장 조성으로 콘도 960실, 63홀의 골프 코스, 각종 부대 시설 등을 두루 갖춘 종합 명문 리조트로의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41만 평의 부지 위에 초보자 2개 코스, 중급자 5개 코스, 상급자 2개 코스와 시간당 9,200명을 수송하는 초고속 리프트를 구비한 것과 원어민 강사에게 스키 강습을 받는 어린이 스키강습 프로그램과 전문화된 유아 놀이방 등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하는 것도 서비스 차별화 전략.

또 제2영동고속도로가 건설 예정이라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에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고객들의 이용 편의를 위하여 서울/경기 주요 9개 노선에 대해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것은 파격적인 유인책이다. 다양한 개장 행사와 공연, 이벤트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것도 추가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은 월드컵 공인 슬로프를 3개 보유할 정도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슬로프 면적만 94만7000여㎡(18면), 슬로프 총길이 21㎞(표고차 660m), 콘도 403실, 노천스파, 곤돌라 3기와 고속 리프트 5기, 컨베이어벨트 11기, T바 1기 등의 시설을 갖춰 국내에서는 용평, 무주에 이어 3번째 규모이다.

스키장에 철도를 타고 간다는 것 또한 강원랜드가 내세우는 매력 1호. 12월 8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정선 고한역까지 스키 전용열차를 각각 운행한다.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갈 때 겨울 폭설이나 교통 체증으로 차가 막히거나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한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상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 내에 스키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오픈할 스키장 건설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앞장 서고 있다. 태백관광공사가 주도하는 태백서학리조트와 강원도관광공사가 계획중인 스키장 등이 관련 사례.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 또한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정선군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 곤지암리조트는 벌써 10여 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서 숙원사업으로 스키장 건설을 추진해 왔다.

이들 지방자치단체 혹은 지방공기업이 스키장 건설과 유치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때문이다. 스키장으로 인해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씀씀이도 커지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재정에서 스키장 운영을 어느 정도 감당할 경우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키장경영협회 이보섭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주5일 근무가 더 확산되고 경제적 여유가 늘어나면 스키 인구의 저변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스키장 건설이나 운영은 수익을 많이 보려는 기업으로서라기보다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레저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차원에서 바라볼 사안”이라고 평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