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고종수, 이천수, 박주영 모두 백넘버 10번그라운드에 별들 수두룩 K리그 부활의 노래 기대

‘반지의 제왕’이 돌아왔다.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안정환(31)이 K리그 수원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무려 6개월이 넘는 긴 방황의 끝이었다. 안정환의 복귀로 2007 정해년을 맞는 프로축구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축구관계자들은 침체돼 있던 K리그가 다시 한번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수원삼성 복귀

안정환의 컴백은 적잖은 산고 끝에 이뤄졌다.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뒤스부르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팀을 물색했다. 물론 유럽 빅리그의 팀을 찾았다. 하지만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만큼 상종가를 치지 못했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몇몇 유럽 구단의 관심을 잠시 받았지만 곧바로 흐지부지됐다.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환은 지난 8월 “K리그로 U턴은 결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유럽과 일본 J리그 진출이 여의치 않자 안정환은 국내 복귀를 결심하게 됐고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던 수원 삼성이 안정환을 영입하게 됐다.

K리그 흥행 기폭제 기대

안정환의 수원행은 단순히 개별 프로구단의 전력 보강 차원이 아닌 K리그 전체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안정환이 스타군단 수원에 합류함에 따라 수원은 올 시즌 최다 관중은 물론, 역대 최다 관중 기록 수립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안정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안정환의 영입 효과는 즉각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수원은 2007시즌 연간 회원권을 지난 1월 9일 팔기 시작했는데 이틀 만에 총 1만장의 회원권 중 3,000장이 넘는 판매 호조를 보였다. 매진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수원 구단의 설명이다.

K리그는 한 명의 슈퍼스타가 얼마나 전체 흥행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지를 2005년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2005년 혜성처럼 나타난 박주영으로 인해 FC서울은 물론 전체 K리그의 흥행이 수직 상승했다. K리그 각 구단은 FC서울이 원정으로 치르는 경기에서도 박주영 마케팅을 이용해 관중들을 끌어모았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안정환 효과가 2005년 박주영에 버금가는 흥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기적의 골든골을 뽑아낸 주인공, 그리고 2006 독일월드컵 토고전 역전골의 주역이라는 점은 팬들의 뇌리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거기에 수려한 외모의 안정환이 뿜어내는 특유의 스타성은 더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강력한 흥행 카드다.

사상 최고의 스타파워

안정환의 복귀로 인해 K리그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스타 파워’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을 때이다. 하지만 당시 4강을 일군 주역들이 하나둘 해외 리그로 떠나면서 K리그의 열기는 빠르게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송종국(페예노르트)을 필두로 박지성, 이영표(이상 PSV에인트호벤),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등이 2002한일월드컵 이후 유럽 빅리그로 진출했고 또 다른 주역들인 황선홍과 홍명보는 곧이어 은퇴를 선언했다. 4강 신화의 주역들 중 국내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7시즌을 맞는 시점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국내 리그를 채웠다.

이동국과 이천수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고 이미 송종국과 김남일 등 월드컵 스타들은 2005년부터 국내 리그에서 활약했다. 이름 석자만 대면 알 만한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대부분 K리그에서 뭉친 것이다. 여기에 잊혀진 스타가 되어버린 ‘앙팡테리블’ 고종수마저 올 시즌 대전 시티즌으로 이적하면서 부활이 점쳐지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정도만을 제외한 한국 축구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오랜만에 국내 리그에서 자웅을 가리게 된 셈이다.

새로운 관전포인트=10번 전쟁.

스타들의 맞대결 구도는 그 어느 시즌보다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안정환의 가세로 K리그는 ‘스타 대 스타’의 전쟁으로 한 시즌 내내 쉼 없는 관전포인트가 생겨나게 됐다.

특히 ‘등번호 10번 전쟁’으로 불리는 K리그 스타 플레이어들의 자존심 경쟁이 눈길을 끈다. 수원과 대전에 각각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안정환과 고종수는 모두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부여받았다. 여기에 기존 K리그 최고의 스타인 이천수와 박주영이 모두 No.10이다. 안정환-고종수-이천수-박주영으로 이어지는 ‘10번 전쟁’에 벌써부터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들떠 있다.

나이와 공백기간 극복이 과제

서른 줄에 접어든 안정환의 기량은 확실히 전성기를 넘겼다. 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떠올린다면 아직도 한국 최고의 공격수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공격수로서 안정환의 센스에 대해서는 베어벡 감독도 인정했다. 베어벡은 안정환이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한국이 낳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라며 과감하게 발탁했다. 비록 안정환이 독일월드컵 직후 장기간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서 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베어벡 감독은 안정환을 뽑을 수 없어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K리그로 복귀한 안정환은 얼마나 많은 골을 잡아줄 것인가.

차범근 감독은 “안정환은 최전방 공격수보다 처진 스트라이커가 제격이다”면서 볼 관리 능력과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차 감독이 안정환에게 기대고 있는 부분은 바로 골결정력. 어느 상황에서도 골을 터트릴 수 있는 전천후 골감각을 갖고 있는 안정환이기에 차 감독은 지난 시즌 수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결정력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31세의 적지 않은 나이는 체력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정환은 히딩크호 시절부터 “전·후반 내내 적극적인 수비가담이 전제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안정환이 수원에서 붙박이 선발로 나서기 위해서는 체력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또 6개월의 공백 기간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특별한 부상이 아닌 상태에서 안정환처럼 긴 기간동안 정상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선수는 드물다. 안정환이 나이와 공백 기간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풀어낸다면 99년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K리그 최우수선수(MVP) 등극이라는 영광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한 안정환(가운데) 선수가 배번 10번 유니폼을 들고 차범근(왼쪽) 감독, 안기헌 단장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범 기자 kik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