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영원한 우승후보' 명성 무색 충격의 연패… 팀 분위기 쇄신 시급

차범근 감독이 4월 4일 상무와의 경기에서 팀이 패하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 삼성은 K리그의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화려한 선수 구성으로 ‘한국판 레알 마드리드’라고도 불린다. 벤치에 앉아 있는 웬만한 선수들은 타 구단에 가면 붙박이 활약이 보장될 정도의 기량을 소유한 이들이다. K리그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서포터스를 보유하고 있는 최고 인기 구단이기도 하다. 수원은 지난 시즌 홈 경기에 44만6,724명의 관중을 유치했다. 14개 구단 중 평균 관중 2만 명을 넘어선 구단은 수원이 유일하다.

그런 수원이 2007 시즌 초반 위기에 봉착했다.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FC 서울과의 컵대회 2라운드에서 1-4로 역전패한 것을 시작으로 4월 1일 성남 일화와의 정규리그 4라운드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고 같은 달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 상무와의 컵대회 3라운드에서 1-2로 무너졌다.

수원 못지않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서울과 성남에게 패한 것은 ‘병가지상사’로 치부할 수 있지만 광주에게 패배한 것은 실로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선수 구성의 면면으로 따지자면 광주는 수원의 1.5군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수

광주전 패배 후 차범근 감독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서울전 패배의 심리적 부담에서 선수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차 감독은 연패의 요인을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전에서 1-4로 역전패한 후 선수들이 심리적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이 연패의 수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나서다보니 실수가 잦다. 서울전에서 내준 4골 중 두 골은 수비수의 실책에서 비롯됐는데,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골키퍼 박호진의 실수로 결정적인 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광주전 결승골도 수비수들의 판단 착오의 결과였다. 실수가 실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수원의 현실이다.

실수가 두려운 선수들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 현대 축구에서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시되는 게 ‘투쟁심’이다. 기싸움에서 꺾이고 들어가는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 외화내빈?

수원하면 떠오르는 것이 ‘스타 군단’이다. K리그 모 구단 관계자는 “수원 2군 선수 몇 명만 데려와도 팀 전력이 급상승할 것”이라며 수원의 풍족함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선수가 정상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자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곽희주, 이싸빅, 이정수 등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수비 라인이 흔들리자 수비-미드필드-공격의 3선 라인의 공조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현재로 봐서는 오프 시즌 선수 보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원은 지난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의 부실한 득점력으로 정규리그와 FA컵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 때문에 수원은 겨우내 화력 보강에 집중했다. 안정환을 7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오게 했고 2004년 챔피언 등극 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나드손도 복귀시켰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에두와 지난 시즌 대전에서 ‘연습생 신화’를 일궜던 배기종도 영입했다. 그러나 전력 누수는 엉뚱한 곳에서 비롯됐다.

물론 선수들의 부상을 예상하고 전력을 꾸리는 팀은 없다. 그러나 K리그는 물론 아시아 전체에서도 최고로 꼽힐 정도로 풍족한 인력을 자랑하는 수원이 부진의 원인을 인력난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궁색해 보인다.

▲ 스타군단=모래알?

수원의 문제점은 스타들이 즐비하지만 그들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팀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서말의 구슬을 한 줄로 꿰지 못하는’ 감독의 전술적인 책임 탓도 크지만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 개개인의 책임도 적지않다.

그라운드에서 흔들리는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팀의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은 스타들의 몫이다. 수원은 K리그 어느 구단보다 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거친 K리그의 간판들이 즐비하다. 특히 안정환, 김남일, 송종국, 이운재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로 수원은 물론 ‘한국 축구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대표팀 경기에서의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겨본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연패로 위축된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투쟁심을 발휘하며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전에서도 ‘한 수 아래’라고 여겨서였는지 모르지만 일부 선수들의 플레이는 산만했고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투지도 보이지 않았다. 느슨한 경기 운영으로 선제골을 허용한 것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8일 서울과의 빅 매치를 앞두고 있는 차범근 감독은 단기 합숙훈련으로 조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하며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즉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 올리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

물론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면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고 후배들에게 방향 제시를 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스타는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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