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4할타자' 프로데뷔 이후 최상의 홈런 페이스 천부적 힘·뛰어난 자질로 대기록에 도전

5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삼성전에서 3회말 개이농산 300호 홈런을 기록한 삼성 심정수가 앞서 홈런을 친 양준혁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나이 올해로 38세.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그가 나이마저 거꾸로 먹고 있다.

지난 2005년 홈런 1위에 오른 래리 서튼(당시 현대)은 35세의 ‘젊은’ 나이로 아직까지 최고령 홈런왕으로 남아 있다.

2007 시즌, 양준혁(38ㆍ삼성)이 진정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주인공이 될지 모르겠다.

1969년생인 양준혁은 현역 프로야구 3번째 고참. 그보다 위는 김동수(39)와 생일이 조금 빠른 전준호(38ㆍ이상 현대)밖에 없다. 어느덧 후배 코치들이 수두룩하지만 그의 방망이만큼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 시즌 홈런 페이스는 15년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빠른 페이스다. 지난해 126경기에서 13홈런을 때려낸 양준혁은 올 시즌엔 36경기 만에 13홈런을 돌파하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산술적으로 올 시즌 45.5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2003년 자신의 역대 최다 홈런(33개)을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경신하는 경이적인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양준혁은 지난 겨울 동계훈련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했다.

지난해에도 양준혁은 타율 3할3리로 ‘물방망이’ 팀 타선에서 돋보였지만 시즌 막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엄청난 양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몰라보게 변신한 이승엽(요미우리)의 예에서 보듯, 제구력과 구속에서 날로 발전하는 투수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필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세월을 거슬러 홈런 타자로 거듭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양준혁의 엄청난 파워 증가는 그의 경이로운 홈런 ‘질’에서 잘 나타난다.

5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삼성전에서 삼성 양준혁이 3회말 시즌 13호인 2점짜리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홈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규모가 작은 대구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5월 24일까지 그가 때린 홈런 13개의 평균 비거리는 120.3m. 올 시즌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빅 5’ 가운데 김동주(두산ㆍ125.6m)만이 양준혁보다 타구를 멀리 보냈다. 김태균(한화)이 117.7m, 이대호(롯데)는 118.8m로 ‘삼촌’ 뻘 되는 양준혁의 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홈런의 분포도 우월 6개, 우중월 4개, 중월 2개, 좌중월 1개로 ‘스프레이 홈런’을 뿜어대고 있다. 강한 손목 힘과 상체의 파워가 함께 동반된 결과다. 물론 하체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타격 시 하체가 흔들리지 않고 고정돼 있어 언제든 공을 받쳐놓고 친다. 양준혁은 의식적으로 홈런을 노리지 않고 있지만 강한 손목 힘과 상체 파워, 단단한 하체의 삼박자가 이뤄지면서 수시로 홈런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준혁은 880~900g의 비교적 가벼운 방망이를 사용한다. 대신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천부적인 힘으로 세월의 무게를 버텨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으로 양준혁과 대기록을 함께 하고 있는 장종훈(한화 코치)과의 비교를 통해 “장종훈은 철저한 노력파 선수였다. 타격 자질은 부족했지만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러나 양준혁은 원래부터 힘도 좋은 데다 타격 자질이 뛰어나 장수하고 있다”며 양준혁의 홈런이 대단한 ‘사건’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기록 제조기

‘위풍당당’, ‘만세 타법’. 그를 떠올리는 수식어는 다소 코믹한 이미지가 가미돼 있는 것들이 많다.

커다란 덩치에 스윙 후 두 팔을 쫙 펴 하늘로 치켜올리는 독특한 타법,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거침없고 당당함이 양준혁을 대표한다. 프로야구 팬들은 이제 양준혁을 ‘양신(梁神)’이라고 부른다.

양준혁의 ‘성’인 양(梁)과 타자로서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신(神)을 조합한 말이다. 야구팬들로부터 양준혁이 얼마만큼의 존경과 추앙을 받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애칭이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93년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프로야구 타자가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14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온 양준혁은 5월 24일까지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1,982개), 타점(1,229점)을 비록해 득점(1,137점), 2루타(394개), 4사구(1,164개), 루타(3,388개)에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통산 타율도 3할1푼8리로 장효조(삼성 스카우트ㆍ0.331)에 이어 역대 2위고, 현역 선수 중에서는 단연 1위다. 14년간 12시즌이나 3할 타율을 쳤고, 9년 연속 3할 고지도 장성호(KIA)가 타이 기록을 수립하기 전에 최초로 밟은 주인공이다.

2005년 타율 2할6푼1리로 부진했던 양준혁은 지난해 기존의 오픈스탠스를 클로스스탠스로 바꾸면서 타율 3할3리로 부활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에는 타구에 힘을 더 싣고 시즌 막판 체력 유지를 위해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혹독한 체력훈련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양준혁의 비결이다. 내야 땅볼을 치고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허슬 플레이는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는 양준혁만의 미덕이다.

이쯤 되니 ‘회춘’이라는 말이 새삼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꾸준함’과 ‘성실함’의 대명사가 바로 양준혁이다.

●양준혁 프로필

▲생년월일= 1969년 5월 26일

▲신체조건= 188㎝ㆍ95kg

▲출신교= 남도초-경운중-대구상고-영남대

▲가족 관계= 2남 1녀 중 막내

▲혈액형= O형

▲발 사이즈= 285mm

▲연봉= 4억원

▲프로 경력= 삼성(93~98년)-해태(99년)-LG(2000, 2001년)-삼성(2002년~)

▲투타=좌투좌타

▲올 시즌 성적(5월 24일 현재)= 타율 2할8푼6리, 13홈런 29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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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희 기자 hhs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