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 다다른 동계올림픽 유치경쟁

7월 5일 과테말라 IOC 총회서 판가름, 평창·소치·잘츠부르크 양보없는 3파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육상 100m로 비교한다면 결승선을 딱 1m 앞둔 상황이다. 결승선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승부. 출발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좋았다. 잘츠부르크는 잘 갖춰진 동계스포츠 시설과 풍부한 국제대회 유치 경험을 통해 앞서나갔다.

50m를 넘어서자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소치가 속도를 높였다. 소치가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자 승부가 기운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지실사가 시작되자 한국 평창이 최고점수를 차지하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결국 평창과 소치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잘츠부르크가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나선 총성 없는 전쟁은 7월 5일(한국시간)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제119차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 평창 "실패는 한 차례로 충분하다"

평창은 지난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2010년 동계올림픽을 뺏겼다. 당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예상밖의 선전으로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앞섰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 밴쿠버(56표)에 3표 차로 역전패한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평창 주민들이 지난 5월 6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하이서울페스티벌 여성마라톤대회에 참석해 출발에 앞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환호하고 있다. 원유헌 기자.

평창은 6월 4일 발표된 IOC 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 보고서에서 잘츠부르크와 소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림픽 전문매체 게임즈비즈닷컴(Gamesbids.com)이 6월 27일 발표한 2014동계올림픽 유치지수 최종평가에서도 평창은 64.99점을 얻어 소치(63.17점)와 잘츠부르크(62.62점)을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결국 IOC 위원의 마음에 달려 있기에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

달력을 3년 전으로 돌려보자.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러시아 모스크바가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 누구도 파리의 올림픽 개최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최후의 승자는 런던이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당시 총회 첫날부터 쉴 새 없이 IOC 위원을 만나면서 설득해 대역전승이라는 믿기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런던의 승리가 아니라 블레어 총리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과테말라 총회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하인즈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외교 전쟁을 펼치고 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하계올림픽, 축구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4대 스포츠 빅 이벤트를 모두 유치하는 다섯 번째 나라가 된다. 또 올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성공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

■ 감동 프레젠테이션으로 승부수

“IOC 위원을 감동시켜 50표를 확보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7월 5일 새벽 개최지 결정 투표에 앞서 열리는 프레젠테이션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평창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IOC 위원의 마음을 평창으로 돌리겠다는 계획. 유치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일찌감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 ‘왜 평창인가(Why Pyeongchang)’라는 이유를 설명할 준비를 끝냈다.

프레젠테이션은 평화와 화합이라는 명분과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전이경(31) 등은 프레젠테이션에 나서기 위해 6월 15일부터 이미 수십 차례 연습을 거듭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연사로 나서 IOC 위원에게 한 표를 호소할 예정이다.

지난 2월 14일 강원도 평창 피닉스파크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칙 프레젠테이션 모습.

평창은 소치, 잘츠부르크에 이어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 프레젠테이션이 부동표를 흡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점에서 평창이 투표 직전에 IOC 위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전체 IOC 위원 111명 가운데 1차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총 102명.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3개 후보도시가 속한 국가의 IOC 위원은 투표권이 없다. 잘츠부르크에 스켈레톤 경기장을 빌려줄 예정인 독일의 IOC 위원 2명도 제외된다. 게다가 7~10명 안팎의 IOC 위원이 과테말라의 치안 불안과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할 것으로 보여 투표에 참가할 인원은 총 92~95명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어느 도시든 1차 투표에서 과반수로 예상되는 48표 이상을 얻으면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도시가 없으면 3위를 제외한 두 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열린다. 투표 결과는 로게 위원장이 5일 오전 8시 공식 발표한다.

●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 약 11조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고 좋을 게 있나요?”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일반 국민은 동계올림픽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좋지만 왜 열려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강준호 소장은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총생산액 유발 효과는 약 14조원, 부가가치 창출액은 약 7조원, 고용증대 효과는 약 15만 명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특히 스포츠와 관광산업의 발전이 예상되고, 낙후된 강원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물론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고 국가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올림픽이 끝난 뒤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8서울올림픽과 2002 한ㆍ일 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듯이 2014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홍보의 장이 되는 건 물론이고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데 한몫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올림픽이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행사였다면 한ㆍ일 월드컵은 세계가 한국을 인정하게 만든 무대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국가브랜드 인지도가 1% 상승할 때마다 약 12조원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밝혔다. KOTRA가 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2002년 7월 실시한 조사 결과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월드컵 전보다 1.2% 상승한 78.4점이었다.

따라서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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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