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판정 받았다는 국내 의료진 공개 안해 의혹 커져종양에 의한 성장 호르몬 계속 분비는 미묘한 견해차

신장 218cm의 ‘골리앗 파이터’ 최홍만(27)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체 말단 부위가 비정상으로 커지는 ‘말단 비대증’ 논란이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어 발발하는 이 병이 무서운 것은 손,발과 얼굴 등이 커지는 표면적인 현상 때문이 아니라 당뇨 등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이 발발하기 때문이다.

최홍만측은 “내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의료계는 ‘선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최홍만의 건강 이상설,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

■ 사건의 발단

최홍만의 거인병 논란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LA에서 열린 ‘K-1 다이너마이트 in USA’에서 최홍만은 미국 프로레슬러 출신 스타인 브록 레스너와 맞대결을 펼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돌연 최홍만의 출전이 취소됐다. 이유는 경기에 앞서 미 캘리포니아 주 체육위원회(CSAC)에서 실시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촬영 검사 결과 최홍만의 뇌에 약 2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최홍만측은 이에 ‘검사 결과는 명백한 오진이다’며 CSAC가 아닌 다른 미국 내 전문의의 소견을 제출했지만 끝내 출전이 불발됐다.

바로 이때 국내 한 의료진이 본격적으로 최홍만의 건강 이상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경희대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가 “최홍만의 얼굴을 보면 틀림없이 말단 비대증이다”고 주장하면서 최홍만의 거인병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최홍만은 지난 7월 국내 기자회견에서 “내 몸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뇌에 종양이 있었던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운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홍만의 기자회견으로 거인병 논란은 잠잠해 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8월8일 KBS2 시사다큐 프로그램 ‘추적60분’이 다시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추적60분’은 캘리포니아로 직접 건너가 최홍만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은 CSAC 관계자의 말을 인용, 최홍만이 앞으로 어떤 K-1경기에도 출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홍만과 K-1측은 이에 국내 모 의료진에 검사를 받고 “최홍만의 종양이 악성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면서 “올 시즌 남은 대회를 모두 출전한 뒤 내년에 수술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 풀리지 않는 의혹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최홍만측은 국내 의료진의 검사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최홍만이 국내 의료진의 검사를 받았다는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최홍만의 매니저인 박유현씨의 주장일 뿐이다. 거듭 확산되고 있는 최홍만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최홍만측은 그동안 줄기차게 “국내 의료진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 정밀 검사를 받겠다”고 주장해 왔다.

갑자기 방침을 바꿔 국내 의료진, 그것도 공개할 수 없는 의료진에게 비밀리에 검사 받았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홍만측은 금주 내로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의인 로버트 브레이 박사에게 추가 검진을 받고 이를 종합해 최홍만의 건강 문제를 종합 발표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최홍만은 왜 국내 의료진 검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또 검사 자체를 꺼리는 것일까.

답은 최홍만이 앓고 있는 거인병 자체에 있다. 말단 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비정상적으로 끊임없이 호르몬이 분비되는 증세다.

이것이 성장판이 열려 있는 어린 시기에는 키가 무한히 자라는 ‘거인병’의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성장판이 닫힌 성인 시기에는 손 발 머리 등 신체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말단 비대증 판단 여부는 최홍만의 뇌하수체에 있는 종양이 활동성(active)이냐 그렇지 않으면 비활동성(inactive)이냐게 따라 갈린다. 즉 성장호르몬이 종양으로 인해 계속 분비되고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다.

그리고 이것은 의료진의 시각에 따라서 미묘하게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때문에 최홍만측은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의료진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릴 것으로 믿고 있는 로버트 브레이 박사의 진료를 신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국내 의료진의 지적도 문제가 있다. 최홍만의 거인병을 처음 제기한 경희대 김성운 교수의 지적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다. 김 교수는 한번도 최홍만을 직접 진찰하지 않았다.

단지 TV 브라운관에 비친 최홍만의 얼굴 크기를 보고 말단 비대증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수준이다.

■ 내년에 수술 받는 이유

최홍만은 거인병 논란으로 인해 최근 10kg의 살이 빠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역으로 최홍만의 거인병이 그만큼 자신의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반증이다.

최홍만이 내년에 받기로 한 뇌종양 제거 수술은 간단하다. 머리에 칼을 댈 필요 없이 코를 통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술 시간은 2시간 남짓이며 수술 뒤 한 달 정도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최홍만은 내년으로 수술 시기를 미뤘다.

이유는 연말까지 굵직한 K-1 이벤트들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그랑프리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12월에는 K-1최고의 축제 가운데 하나인 다이너마이트 대회 출전이 예정돼 있다.

최홍만은 K-1에서도 알아주는 간판 스타다. 그가 중도에 수술을 받아 출전할 수 없다면 흥행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

최홍만으로서도 K-1과의 계약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설령 뇌종양이 악성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쉽게 수술을 할 수 없다. 최홍만은 지난 연말 K-1과 3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80억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1년에 5회 이상 출전하기로 된 최홍만이 만약 당장 수술 받으면 계약을 지킬 수 없다. 따라서 이렇다할 일정이 없는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뇌종양 제거 수술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는 동시에 금전적인 손해를 볼 필요도 없는 최상의 결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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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