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서산골프장에서 열린 HSBC챔피언스 대회에 참가한 필 미켈슨이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초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지난 8월 이후 세 번째 중국 행이었다.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중국을 갔던 것은 무섭게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 골프계와 연계해 한국-중국 양국의 동반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자 함이었다.

8월초에는 광저우에 있는 중국 골프채널, 추석 즈음에는 심천의 미션 힐스 골프장을 방문했고 이번에는 상하이의 서산골프장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 대회를 참관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 골프의 잠재력은 엄청난 것 같다.

사실 현재의 중국 골프는 미약하기 그지 없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은 200여 개 남짓이고 프로골퍼 숫자도 남녀 합쳐 봐야 300~400명 정도다. 골프용품 시장 역시 아직 동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력도 우리나 일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골프계의 눈은 중국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가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면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일천한 역사임에도 골프전문 방송인 ‘중국골프채널’이 ‘성업중’이다. 하루 종일 미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서 벌어지는 수준 높은 경기를 방송하고 있다. 골프전문 채널이 있다는 것은 중국인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 국영 CC TV 중 1개 채널도 온종일 골프 프로그램을 트느라 바쁘다.

심천의 미션 힐스 골프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스다. 무려 12개의 코스(218홀)가 있다. 세계 최대 코스로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 세계 유명 골퍼들에게 각 코스의 설계를 맡겨 이름을 붙여 놓았다.

니클러스 코스, 엘스 코스, 올라사발 코스, 오자키 코스, 소렌스탐 코스 등등. 이 곳에서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국제투어연맹 주최의 골프 월드컵 대회가 열린다. 상금은 무려 500만 달러다. 글로벌 기업인 오메가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상금 규모 면에서 미PGA투어급이다. 아직 우리나라조차 쉽게 마음 먹을 수 없는 세계적 이벤트를 유치해 10년간 잔치를 벌인다.

상하이의 서산골프장은 올해로 벌써 세 번째 HSBC챔피언스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타이거 우즈도 출전했던 세계적 이벤트다. 역시 5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유러피언투어 중 최대 규모다.

금년엔 우리의 최경주를 비롯, 필 미켈슨, 어니 엘스,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톱 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대회가 열린 코스도 손색이 없지만 메인 호텔 역시 ‘라스베이거스 급’이었다. 출전 선수의 수준, 상금 규모, 부대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초특급 대회라 칭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이런 근사하기 이를 데 없는 이벤트의 중심에 중국 선수나 협회가 위치하진 않는다.

양웬총이란 선수는 아시안투어 상금 랭킹 톱3 안에 드는 걸출한 선수이고 장 나 라는 선수는 일본여자투어에서 상금 랭킹 4위에 올라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이들이 ‘중국의 최경주’, ‘중국의 박세리’이긴 하나 극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면 국제 무대에 이름을 내놓을 만한 선수가 없다.

그럼에도 중국이 자체 골프 수준을 훨씬 앞질러 세계 골프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근본 이유는 무섭게 커가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과 무한해 보이는 시장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거대 기업들이 중국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싶어하고 그 매개 중의 하나로 골프를 선택하고 있다. 골프 마케팅은 중국 시장을 파고 들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일본은 그간 한국 골프계를 애써 무시해 왔다. 우리 수준이 일본의 그 것에 모자란다는 것이 이유였다. 몇 년 전부터 여자 프로들간 한일전이 열려 오곤 있지만 여전히 변변한 교류가 없다. 몇몇 기량 좋은 선수들이 일본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도다.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한국 골프계는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머지 않는 장래에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과 중국이 함께 하는 공동 투어 창설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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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phy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