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받고 있는 PGA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
지난 2000년 12월 어느 날. 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PGA웨스트 코스에서 최경주를 만났다. 필자는 당시 모 신문사의 특파원(골프전문)이었고 최경주는 미 PGA투어 진출을 위해 두 번째로 Q스쿨 문을 두드렸을 때다.

마지막 날 마지막 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2001년 시즌 시드자격(비록 풀시드는 아니었지만)을 획득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 정말 다시는 이 곳에 오지 않겠다. 반드시 PGA투어에서 성공해서 대한민국 골프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

6라운드 108홀,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피날리는 승부를 마친 뒤끝에 뱉은 이 말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독사 눈매의 강한 인상, 전라도의 특유의 억양이 살아있는 가운데서도 말끝이 똑똑 떨어지고 논리가 정연한 그의 말솜씨는 여느 선수들의 상투적 소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코리안 탱크’라는 별명의 그는 미 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됐다. 아시아권 선수로는 최다승이다. 세계랭킹은 10위. 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미국 무대에서 벌어들인 돈은 총 1,614만 9,654달러. 백 수십 년 미 PGA투어 역사를 통틀어 스믈 아홉 번째에 해당한다. 물론 1위는 타이거우즈(7,658만 달러), 2위는 비제이 싱(5,410만 달러)이 랭크되어 있지만 최경주는 투어 진출 7년 만에 유수의 스타들을 발 아래 깔고 있다. 호주의 간판스타 아담 스콧이 바로 앞에 있고, 앞으로 60만 달러 정도만 추가하면 한 때 세계랭킹 1위였던 데이비드 듀발(현 25위)을 제칠 정도다.

그런 그가 지난 달 23일 또 한 가지 역사에 남는 일을 했다. ‘최경주 재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그는 이 재단을 통해 본격적인 자선활동에 나설 것이라 한다.

최경주는 이전에도 불우한 이웃을 돌보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수 민족 청소년센터 지원과 어린이 암 환자 돕기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최경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라는 것을 캐치 프레이즈로 하는 자선활동을 하게 된다.

최경주가 출연한 자산을 토대로 다양한 기금 마련 사업을 벌여 폭넓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성공한 골퍼답게 ‘KJ 주니어 골프팀’도 구성해 꿈나무들을 발굴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기도 하다.

최경주의 호적상 나이는 올해로 만 37살.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두세 살이 많다는 게 정설이다. 이렇듯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도 성장,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며, 그래서 그가 밝힌 목표대로 조만간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설사 내년 시즌 성적이 올해만큼이 아니더라도, 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그는 이미 ‘메이저 챔피언’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껏 골프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그는 앞으로 자선활동을 통해 또다시 골프 업적 이상의 것을 보여줄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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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윤 (주)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phy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