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의 세계 최고봉인 미PGA투어는 올해 37개의 정규투어와 4개의 플레이오프 등 모두 41개의 토너먼트를 치른다. 대부분의 대회는 세계적인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 기업명을 붙인 대회명을 사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 뷰익 인비테이셔널 등등.

반면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나 PGA챔피언십,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은 타이틀 스폰서 없이 골프장이나 투어기구 또는 협회가 직접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권위를 높이기도 한다. 또한 이 중에는 전설적인 골퍼나 유명 엔터테이너의 이름을 붙여 치르는 대회가 있다.

‘봅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이나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프리젠티드 바이 마스터카드’, ‘EDS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연간 30여 개의 대회를 치르는 미LPGA투어 역시 양상은 비슷하다. 대부분 대기업이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스폰서로 참여하는 가운데 몇 개 대회는 선수들이 호스트로 나서기도 한다.

올해 치러지는 대회 중에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주최하는 ‘긴 트리뷰트 호스티드 바이 아니카’ 대회와 멕시코의 영웅이자 세계 랭킹 1위인 로레나 오초아의 이름을 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등 2개 대회가 있다.

이렇듯 남녀 투어에서 특정 인물을 호스트로 대회명을 정하는 것은 그들이 골프계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최경주나 박세리의 이름을 내 건 대회가 만들어 질 것인가.

한국 골프는 10년 전 까지만 해도 세계 골프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세리와 최경주의 성공으로 인해 이제는 세계 남녀 골프의 중심에 우뚝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들 두 골프 영웅의 이름을 딴 대회가 만들어질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난해 10월말 국내에서 박세리가 호스트로 나선 대회가 열렸었다. 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헌액을 기념, ‘스카이72 인비테이셔널 호스티드 바이 박세리’대회가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에서 열렸던 것이다.

스킨스 게임 방식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는 호스트인 박세리 외에 아니카 소렌스탐, 폴라 크리머, 브리타니 린시컴이 출전했으며 4,000명에 가까운 갤러리들이 경기장을 찾아 대성황을 이룬 바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대회가 공식 대회가 아닌, 스페셜 이벤트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최경주는 국내에서 100억 원 규모의 ‘최경주 재단’을 출범시켰다. 최경주는 이 재단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자선 활동을 벌이겠다는 각오와 함께 향후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박세리와 최경주를 호스트로 하는 뜻깊은 대회의 창설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두 골프 영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에이전트사들은 이같은 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최경주나 박세리의 출전료는 적게는 30만~40만 달러에서 많게는 70만~80만 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호스트로 내세워 대회를 창설할 경우 대회의 권위를 높이고 팬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어 올리면서도 상당한 액수의 출전료를 절감할 수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회의 개최는 골프 팬들이나 관계자들의 입장에선 우리 골프계의 발전을 확인하는 하나의 지표이자, 선수 본인들로선 무한한 자부심과 성취감, 그리고 그간 성원해 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며 기업으로선 최대의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상징성을 두루 내포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시즌에는 이러한 ‘역사적 토너먼트’가 만들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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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윤 (주)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