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PGA투어에 ‘최경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경주(38 나이키골프)는 올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1월11일~14일, 하와이)에서 나흘 내내 단 한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기염을 통했다.

미국 진출 이후 통산 8승째다. 더욱이 지난해 2승을 올리며 투어 상금 랭킹 5위, 세계 랭킹 9위 까지 올랐던 최경주는 시즌 벽두부터 승전보를 전해 옴으로써 올해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이같은 최경주의 분전도 분전이거니와,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한국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최경주가 우승한 소니오픈에서 미PGA투어 2호인 나상욱(24 코브라골프)이 4위에 올라 한국 골프의 우수성을 떨쳤다. 한국 선수 2명이 우승과 4위에 나란히 랭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오픈 바로 다음주에 열린 봅 호프 크라이슬러클래식(1월17일~21일 캘리포니안주 팜스프링스)에서는 투어 2년차인 앤서니 킴(23 나이키골프)이 5일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합계 22언더파 338타로 공동 3위를 마크했다.

앤서니 킴은 투어에서 차세대 기대주로 한껏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시즌 첫 출전한 대회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할 만큼 좋은 경기를 함으로써 올시즌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같은 대회에서 위창수(36 테일러메이드)는 공동 22위를 차지했고 올시즌 처음으로 투어 풀시드를 받은 양용은(36 테일러메이드)도 29위 랭크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특히 양용은은 소니오픈에서도 공동 20위에 오른 바 있어 기량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또 지난해 Q스쿨을 통과, 투어 첫 시즌을 맞은 재미교포 박 진(31 스릭슨)도 2개 대회 연속으로 컷오프를 통과함으로써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이렇듯 미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 전사’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최경주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펑겨다.

우리는 이미 ‘박세리 효과’를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98년 박세리가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 아무도 기대치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 2승 등 4승을 올리며 단숨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 한 것을 계기로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 많은 선수들이 줄을 이어 미국으로 진출했다. 박세리의 미국 진출 10년만인 올해는 무려 40명이 넘는 선수들이 미LPGA투어에 활약하고 있을 정도다.

박세리의 성공은 다른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됐고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여자골프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런 긍정적 현상이 최경주에 의해 미PGA투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 ‘외로이’ 투어 생활을 했던 최경주는 늘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국 말로 수다를 떨며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로 많은 후배들의 미국 진출을 기대하고 있음을 나타냈었는데 이제 서서히 그 바람이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올해 5명으로 늘어난 투어 후배들에게 최경주는 주저하지 않고 함께 연습라운딩을 하거나 많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투어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독사 보다 더 날카로운 눈매, 탱크 같은 우직함, 몸에 밴 성실함, 독실한 신앙심 등 여타 선수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을 두루 갖춘 채 듬직한 맏형 역할을 해내고 있는 최경주는 투어에 함께 뛰고 있는 것 만으로도 후배들에게는 큰 힘을 주고 있는 셈이다.

박세리가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화를 이끈 것처럼, 현재 미PGA투어에서 강하게 불어 닥치고 있는 ‘최경주 효과’로 남자 골프도 비약적 기량 향상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 호 윤 (주)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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