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생이라는 뜻의 단어인 소포모어와 징크스가 결합한 합성어로 흔히 특정 장르나 분야에 성공적인 데뷔를 한 초년생이 이듬해에도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점을 나타내는 단어다.

지난해 국내 프로골프계를 휩쓸며 단숨에 ‘1인자’ 자리를 꿰찬 김경태(22 연세대). 그는 루키 시즌이었던 2007년 개막전 우승에 이어 개막전 포함 2연승이란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고 시즌 3승을 올리며 상금 1위, 다승 공동 1위, 평균타수 1위 등 주요 3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가 획득한 상금(4억 4,277만 6,667원)은 투어사상 최고액이며 이러한 걸출한 활약으로 시즌 MVP격인 대상과 신인상을 한꺼번에 거머쥐기도 했다.

김경태는 지난해 5월 아시안투어와 공동 인증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 아시안투어 시드를 획득했고, 11월에는 일본투어(JGTO)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조건부이긴 하나 역시 시드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김경태는 올시즌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 등 3개 투어를 오가며 활동을 하게 됐다.

이렇듯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그가 요즘 심각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있는 듯하다.

김경태는 2월 들어 출전한 3개의 아시안투어에서 모두 예선탈락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2월 첫 주 인도에서 열린 인디언 마스터스(총상금 250만달러)에서 컷오프 기준인 3오버파에 무려 11타나 못미치는 14오버파 158타를 치며 첫 단추를 잘못 뀄다. 바로 다음 주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아스트로 인도네시아오픈(총상금 120만달러)에서도 이틀간 이븐파 144타에 그쳐 1타로 ‘미역국’을 먹었다.

여기까진 그런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이 2개의 대회가 유러피언투어를 겸해 열리는 대회인지라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참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인도에서 끝난 세일오픈골프챔피언십은 총상금이 4억원에도 못미치는 아시안투어의 하급 대회에 불과한데도 또 다시 이틀만에 짐을 싸고 말았다.

코리안투어의 상금왕이자 최우수 선수인 김경태로선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는 실력 격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고 보면 더욱 김경태의 부진이 안타깝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대개의 ‘2년생 징크스’는 전년도의 성공에 따른 본인의 자만과 주위의 지나친 관심, 과도한 견제 등이 한데 어우러지며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경태의 경우는 조금 다른 듯싶다.

그를 오랫 동안 지도했던 한연희 국가대표 감독은 “대개의 한국 선수들은 이 시기가 동계 훈련을 할 때다. 체력을 보강하고 단점을 집중 보완하면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려 시즌 개막(4월)에 100%를 맞추는 게 상례”라고 말하고 “따라서 생체 리듬상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든 시기에 생소한 투어 분위기까지 합쳐져 일시적인 부진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경태의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PPW측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3개의 초청 대회에 출전했고 이어 JGTO Q스쿨에 나서는 등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라고 말하고 “여기다 아시안투어를 다니며 항공, 숙박 등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경기 외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김경태의 부진은 슬럼프의 초기 증상이라기 보다는 더 큰 선수가 되가는 통과의례나 일시적 성장통으로 보여진다. 그는 스타로서의 자만심은 찾아 보기 힘든, 성실함과 강한 의지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박 호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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