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지면을 통해 ‘얼짱골퍼 최나연의 고달픈 스탠바이 신세’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올해 미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풀시드를 받지 못한 탓에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최나연(21 SK텔레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즌 초반부터 분전에 분전을 거듭, ‘신분 상승’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나연은 올시즌 7개 대회가 종료된 지난 12일 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17만4,259달러의 상금을 획득, 상금 랭킹 13위에 올라 있다. 이는 장정(6위)과 이지영(9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높은 순위다. 또한 최나연은 신인왕 부문에서 342점을 획득, 대만의 청야니(261점)를 제치고 당당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최나연의 괄목할만한 성적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다. 더욱이 앞서 말한 것 처럼 매 대회 출전이 보장돼 있지 않은 컨디셔널 시드권자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나연은 이제껏 치러진 7개 대회 중 먼데이 퀄리파잉 통과에 실패해 출전치 못한 필즈오픈을 제외한 6개 대회에서 세차례나 톱10에 진입하는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달초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는 당당히 공동 6위에 올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최나연은 골프 여제로 불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여자 백상어 캐리 웹(호주)과 같은 조로 경기를 펼치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대담한 플레이를 펼쳐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최나연은 상금과 신인왕 순위 외에도 평균타수 부문에서 71.00타로 공동 8위에 올라 있고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5위(266.5야드), 톱10율 4위(50%) 등 각 부문에서 고루 상위에 랭크되는 등 올해 루키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하와이에서 열렸던 SBS오픈에서 공동 32위를 기록, 무난한 투어 데뷔전을 치렀던 최나연은 이어 열린 필즈오픈에는 출전치 못했으나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챔피언스에서 공동 14위를 기록, 가능성을 보인 뒤 마침내 세 번째 대회인 마스터카드클래식에서 공동 5위를 마크, 첫 톱10에 입상했다. 또한 4월 들어 열린 나비스코챔피언십과 코로나챔피언십에서는 잇달아 톱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맹활약으로 인해 최나연은 올시즌 일정의 20% 남짓 소화한 현 시점에서 이미 내년도 풀시드를 사실상 확보했다. 다음 시즌 풀시드를 받기 위해선 상금 랭킹 90위 이내를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금만으로도 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최나연은 이런 여세를 몰아 시드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신인왕을 노려 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이고 있다. 최나연은 최근 통화에서 “처음에는 대회장 분위기나 코스, 또 미국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낯설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됐고 특히 한 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하고 “1차 목표가 내년 시즌 풀시드 확보였는데 생각보다 쉽게 달성한 만큼 이제는 욕심을 부려 신인왕 계보를 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딸과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부친 최병호씨도 “숙소, 교통, 음식 등 어느 하나 만만한게 없어 사실 처음에는 막막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 나이의 나연이가 잘 이겨내고 또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내 대견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하고 “고국에 있는 팬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나연이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 뿐이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금은 어엿한 투어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한희원은 루키이던 지난 2001년, 최나연 처럼 컨디셔널 시드권자 입장에서 먼데이퀄리파잉을 전전하면서도 당당히 신인왕에 오른 바 있다. 최나연도 한희원 처럼 대기 시드자의 ‘3중고’를 이겨내고 투어 신인왕에 오를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박 호 윤 (주)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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