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 김경태
미PGA투어에서 최경주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면 그간 상당한 강세를 보이던 미LPGA투어에서는 로레나 오초아와 아니카 소렌스탐의 양강 체제에 밀려 올들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이 사이 세계 3대투어 중 하나인 일본 남녀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 효고현 야마노하라골프장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쓰루야오픈(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허석호(35 크리스탈밸리)와 김경태(22 신한은행)가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첫 승전보를 전해 왔다. 허석호는 최종 라운드를 일본의 이와타 히로시에 1타 뒤진 채 출발했지만 후반 역전극에 성공, 2006년 6월 미즈노오픈 우승 이후 22개월만에 JGTO 개인 통산 7승째를 올렸다.

올들어 슬럼프 기미를 보이던 지난해 코리안투어 상금왕 김경태도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당당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가 자신의 일본투어 데뷔전이기도 했던 김경태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침으로써 올시즌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JGTO에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JGTO에서 단 1승(이동환 미즈노오픈요미우리클래식) 밖에 거두지 못했던 한국 선수들은 가 좋은 출발을 보임으로써 올시즌 밝은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3월 일찌감치 시작된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JLPGA)에서는 낭보가 더 먼저 날아 왔다.

시즌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토너먼트(총상금 8,000만엔)에서 송보배(22)가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2위인 요코미네 사쿠라를 4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지난해 일본 진출 후 첫 승이다. 지난해 무려 9승을 올려 국내 ‘지존’으로 불리는 신지애(20 하이마트) 자신의 일본투어 데뷔전이었던 요코하마타이어 PRGR레이디스컵(3월21~23일, 총상금 8,000만엔)에서 연장 접전 끝에 역시 요코미네 사쿠라를 제치고 우승했다.

또, 이제는 어엿한 중견으로 자리 잡은 신현주(27 다이와)가 한국 선수 세번째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신현주는 지난 달 13일 끝난 스튜디오 앨리스 레이디스오픈(총상금 6,000만엔)에서 일본 최고 스타인 고가 미호를 1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특히 이 대회는 지난 2006년 이지희(29 진로), 지난해 배재희(24)가 챔피언에 오른 바 있어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3년 연속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 무대에서 4월말 현재 남자는 2개 대회 중 1개를, 그리고 여자는 7개 중 3개 대회에서 각각 우승, 일본 열도에 한국 골프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JGTO의 경우, 허석호와 김경태 외에도 2006년과 2007년에 신인왕에 오른 이동환과 이승호(22 투어스테이지), 그리고 노장 김종덕(47 나노소울) 등이 활약하고 있어 올시즌 심심챦게 승전보가 날아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GTO는 미PGA투어, 유러피언투어와 함께 세계 3대 투어로 공인받고 있으며 최경주도 2시즌 동안 활약한 뒤 미국에 진출한 바 있다.

여자는 올시즌 챔피언에 오른 세명의 선수 외에도 지난해에만 4승을 올리며 상금 랭킹 3위에 오른 전미정(26 진로재팬)과 2006년 3승과 함께 상금 4위를 마크한 바 있는 이지희(29 진로재팬)가 맹활약하고 있어 더욱 기대가 크다.

미PGA투어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진출한다 해도 선수층이 두터워 성공 확률이 극히 적으며 50명 가까이 진출해 있는 미LPGA투어 역시 정상권에 있는 몇 명의 선수 외에는 획득 상금 대비 투어 경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수지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남녀투어는 상금 규모는 국내 보다 3~4배 큰 반면 수준이 비슷하고 문화적인 이질감이 크지 않아 향후 더욱 많은 유망주들이 일본 무대를 노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한국 골프가 얼마 만큼 일본을 지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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