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선수
올시즌 국내 남자프로골프계의 판도가 안갯속이다.

이달 초 남서울CC에서 끝난 GS칼텍스매경오픈 까지 치러진 코리안투어는 모두 5개. 20개로 예정된 올시즌 전체 일정의 1/4을 소화했다.

예년 같으면 비슷한 시기에 전체의 판세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특히 김경태(21 신한은행)가 시즌 개막과 동시에 2개 대회를 잇달아 석권, 시즌 초반부터 독주를 거듭한 끝에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 신인왕 등 주요상을 모조로 석권했다. 소위 ‘김경태 신드롬’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골프계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영 딴판이다. 김경태가 입질만 하고 있을 뿐, 아직 마수걸이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5개 대회 우승자가 모두 다르고 따라서 대회가 끝날 때마다 상금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SK텔레콤오픈 트로피를 가져 간 최경주는 논외로 치더라고 차세대 국내 프로골프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선수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즌 개막전은 주인공은 배상문(22 한국캘러웨이)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이 공동 인증한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어 일본 돗토리현에서 열린 에머슨퍼시픽돗토리현오픈에서는 이승호(22 투어스테이지)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과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는 김형성(28 삼화저축은행)과 황인춘(34 토마토저축은행)이 각각 그린 재킷을 입음으로써 국내 프로골프계가 ‘전국시대’에 접어 들었음을 입증했다. 최경주를 제외한 이들 4명은 이미 한차례씩 우승 경험이 있는 강호들로 어쩌다 우승한 것이 아닌, 탄탄한 실력자들이다.

5개 대회가 끝난 현재 상금 순위는 총상금이 가장 많은 매경오픈서 우승한 황인춘이 1억3천 여 만원으로 1위에 올라 있고 배상문이 900여 만원 차이로 2위에 랭크됐다. 김형성은 1억원에 280여 만원이 모자란 금액으로 4위에 올라 있는 등 치열한 각축전 양상이다. 우승 없이 5, 6위에 자리한 강경남(25 삼화저축은행, 8,537만원)과 강성훈(21 신한은행, 7,437만원) 조차도 한 차례 우승만 하면 단숨에 1위 자리로 치솟을 수 있는 가시권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아직 우승은 없지만 지난해 상금랭킹 1, 2위를 차지했던 김경태와 강경남이 우승권을 맴돌며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김경태는 올초 ‘2년생 징크스’ 기미를 보이며 부진했으나 에머슨퍼시픽돗토리현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말의 쓰루야오픈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적 기량을 되찾았다. 또한 매경오픈에서도 비록 6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르는 등 조만간 또 다시 정상에 설 수 잇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자신이 올린 5승을 모두 후반기에만 기록, ‘가을 사나이’로 불리던 강경남도 올해는 시즌 초반 페이스가 괜챦다. SK텔레콤오픈과 에머슨퍼시픽오픈에서 각가 2, 3위에 랭크되는 등 좋은 컨디션을 유지, 올시즌 판도를 더욱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남자프로골프계는 당분간 절대 강자가 없는 상태에서 군웅이 할거하는 판세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변이 넓어지고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과연 올시즌 최고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박호윤 ㈜한국프로골프투어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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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