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L 2013-14시즌 개막… 빅4 열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3~14 시즌이 17일(한국시간) 오후 리버풀과 스토크시티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약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인 선수로는 김보경(카디프시티)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지동원(선덜랜드)이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에도 '빅4'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아스널, 첼시의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무리뉴 친정 복귀… 신구 조화 안정적

'스폐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돌아왔다. 2004~07년까지 첼시를 맡아 리그 우승과 컵대회 우승을 두 차례, FA컵과 커뮤니티 쉴드 우승을 각각 한차례 일궈냈던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떠나 친정 팀으로 복귀했다.

첼시는 무리뉴 감독의 가세로 그 어느 해보다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 2009~10 시즌 이후 맨체스터 지역의 두 팀에게 밀려 우승 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던 첼시는 올 시즌이야말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한다는 각오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무리뉴 감독은 벌써부터 화끈한 언변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스스로를 '스폐셜 원'이라 칭했던 무리뉴 감독은 복귀 기자회견에서 "이제 너무 행복하다. 해피 원이라 불러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첼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에서 안드레 쉬를레를 데려오며 미드필더를 강화했다. 여기에 네덜란드의 신성으로 불리는 마르코 판 힌켈도 합류했고, 임대를 떠났던 루카쿠와 데 브뤼네도 원 소속 팀으로 복귀했다.

페르난도 토레스, 뎀바 바가 지키고 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가 약간 불안하지만 에당 아자르, 오스카, 후안 마타 등 젊은 미드필드진이 막강한 모습이다. 여기에 베테랑 존 테리, 프랭크 람파드 등이 자리하고 있어 신구 조화도 안정적이다. 또한 계속해서 웨인 루니(맨유)와 사무엘 에투(안지)의 영입설이 흘러나가고 있다.

화끈한 영입으로 유럽 정상까지 겨냥

지난 시즌 맨유에 밀려 우승 컵을 놓친 맨시티는 새롭게 마누엘 폐예그리니 감독이 사령탑을 잡았다. 막강한 오일 머니를 자랑하는 맨시티는 웬만한 팀들보다 두터운 더블 스쿼드를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무려 1억 파운드(약 1,700억원)를 투자해 스테반 요베티치와 페르난지뉴, 헤수스 나바스, 알바로 네그레도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카를로스 테베스가 유벤투스(이탈리아)로 떠났지만 여전히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칠레 출신으로 지략가로 명성을 떨친 페예그리니 감독은 강한 압박을 비롯해 쇼트 패스 위주의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호한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등 작지만 빠른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상대 중원을 휘저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중원 사령관인 야야 투레의 엄청난 존재감과 함께 페르난디뉴가 가세해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맨시티의 목표는 단순히 리그 우승만이 아니다. 만치니 전 맨시티 감독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도 경질됐던 가장 큰 이유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맨시티는 강력한 더블 스쿼드를 갖춘 만큼 단순히 잉글랜드를 넘어서 유럽 축구 정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트 퍼거슨' 모예스, 영입 지지부진

지난 27년 동안 맨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12~13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신임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 부임했지만 올 시즌 맨유가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의문 부호가 따르고 있다.

모예스 감독 체제 속에서 벌써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위건과의 커뮤니티 쉴드에서 판 페르시의 2골에 힘입어 2-0의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많다. 맨유의 주축 공격수인 웨인 루니와의 불화설이 퍼지면서 끊임없이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발단은 모예스 감독이었다. 모예스 감독은 루니에 대해 "로빈 판 페르시의 백업이다"는 말로 루니를 자극했다. 루니는 위건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불화설과 이적설이 점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맨유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선수 영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중원 강화를 위해 데려오려고 했던 티아구 알칸타라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빼앗겼고, 어떻게든 영입하겠다고 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잔류를 선언했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에 대한 영입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맨유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우승 경험이 풍부한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등 베테랑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승 DNA'를 갖춘 선수들이 있기에 초반 일정만 무사히 넘긴다면 우승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수아레스 영입 무산… 중앙 수비 보강 절실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아스널에게 이번 시즌은 조금 남달랐다. 긴축 재정으로 인해 파브레가스, 판 페르시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아스널은 2013~14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도 모처럼 미소 지으며 "7,000만 파운드(약 1,200억원)를 들여 빅 스타들을 영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예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활발한 영입을 벌이고 있는 맨시티와 첼시 등 라이벌 팀들의 행보를 보면서 더욱 박탈감이 커져가고 있다. 올 시즌에도 기존의 시오 월컷, 미켈 아르테타, 올리비에 지루 등 주축 선수들에게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스널은 리버풀의 악동 루이스 수아레스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리버풀 측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루이스 구스타보(바이에른 뮌헨), 요앙 구르퀴프(올림피크 리옹) 등 영입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적 시장이 닫히는 다음달 2일까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의 보강이 절실한 시점이다. 매년 유망주들을 앞세워 기대 이상을 거뒀던 아스널은 마지막으로 우승 컵을 들어올렸던 2004~05 시즌(FA컵 우승)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