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이종현 '19살 괴물 센터' 떴다정확한 슛·속공 '골밑 평정'… 프로챔피언 모비스 제압 이변양팔 길이 220cm 탄탄한 체구… 아직 성장기… 가능성 무궁무진프로·국제 무대 활약은 미지수

'괴물 센터' 고려대 이종현이 22일 막을 내린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팀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이종현은 서장훈(39), 김주성(34·동부), 하승진(28·KCC), 오세근(26·KGC)의 뒤를 이를 빅맨으로 한국 농구의 보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한국 농구에 또 한 명의 걸출한 센터가 등장했다. 서장훈(39), 김주성(34ㆍ동부), 하승진(28ㆍKCC), 오세근(26ㆍKGC)의 뒤를 이을 빅맨이다.

고려대 1학년생 이종현(19)이 그 주인공. 고등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농구계는 206㎝ㆍ106㎏의 탄탄한 체구를 앞세운 새내기 대학생의 활약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3 프로-아마 최강전은 이종현의 독무대

이종현은 경복고 시절인 지난해 4월 아마농구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 신기록을 작성했다. 계성고와의 연맹회장기 남고부 준결승에서 무려 42리바운드를 낚아챘다. 프로 농구와 마찬가지로 아마 농구도 40분 경기다. 이종현은 1분당 1개 이상 꼴로 리바운드를 잡았다.

대학에서도 괴물 같은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이승현(21ㆍ197㎝)과의 완벽한 콤비 플레이로 강한 고려대를 만들었다.

그 동안 대학 농구는 경희대의 독주 체제였다. 김민구, 김종규, 두경민의 삼각 편대를 깰 수 있는 팀은 없었다. 하지만 이종현의 등장 이후 경희대-고려대의 '2강 체제'가 형성됐다. 준비된 스타, 이종현이 대학 농구 흐름을 바꿨다.

2013 프로-아마 최강전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비슷한 체구의 형님들을 눌러버리는 모습에 관중이 열광했다. 기본적으로 골 밑에서의 움직임이 좋다. 로우 포스트에서 던지는 슛도 정확하다. 여기에 육중한 몸을 이끌고 속공 플레이까지 가담한다. 가끔 선보이는 엘리웁 덩크 역시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종현의 가치는 프로농구 챔피언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오리온스, KT를 잇달아 완파한 뒤 모비스 형님들을 상대로 27점 2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은 이종현 앞에서 레이업을 하다 블록 당했다. 함지훈은 외국인 센터도 막기 버거워 한다는 훅슛의 정확도가 뚝 떨어졌다. 결국 고려대가 모비스를 73-72로 제압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이종현은 이제 겨우 1학년이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농구인들은 "농구를 알고 한다. 공의 흐름을 읽으면서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한다"며 "얼마나 더 성장할 지 기대가 된다. 좋은 센터가 나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양팔 길이가 220㎝나 되는 이종현은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만수'의 애정 어린 조언

관건은 졸업 때까지 얼마나 많은 무기를 장착하느냐다. 좋은 하드웨어(신체조건), 소프트웨어(머리)를 갖고 있지만 서장훈, 김주성처럼 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이종현과 비슷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프로에서 와서는 꽤 많은 실패를 맛봤다. 외국인 센터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대1 능력, 미들슛 능력"을 주문했다. 고려대에 패한 직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국내 경기에서 (이)종현이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프로에 와서 외국인 센터와 경쟁하거나, 국제대회에서 뛰었을 때 평가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센터들과 마찬가지로 드리블, 슛 모두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오늘 (이)종현이가 1대1을 통해 득점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스텝을 활용해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국내 선수들끼리의 경쟁에서는 잘해 보이지만 국제대회에서는 힘들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