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분의 1' 골퍼들의 로망기록자 평균 구력 24년…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아프로대회서 성공땐 '잭팟'… 벤츠·벤틀리 등 억대 경품

김세영(미래에셋)이 지난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13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 라운드 17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13 한화금융 클래식(총 상금 12억원, 우승 상금 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만화 같은 승부가 펼쳐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 챔피언이자 작년 이 대회 우승자인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이 김세영(미래에셋)의 홀인원 한 방에 다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김세영은 마지막 4라운드 두 홀을 남겨두고 유소연에 3타나 뒤졌지만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잡아내면서 1타 차로 추격했고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168야드 거리에서 6번 아이언을 잡고 친 볼은 홀 앞 1m에 떨어진 뒤 홀 컵으로 들어갔다.

김세영의 홀인원에 상승세가 꺾인 유소연은 대회 2연패의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 1만2,000분의 1

홀인원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친 공이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짧은 파4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파3에서 홀인원을 작성한다.

미국의 골프 전문지인 골프 다이제스트가 수학자 프랜시스 샤이드에게 의뢰, 1952년 이후 통계를 취합해 발표한 홀인원의 확률은 프로 선수는 3,000분의 1,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분의 1이다. 아마추어의 경우 1주일에 1회 라운드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57년 동안 골프를 쳐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팀 2명이 한 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1,700만분의 1, 한 골퍼가 한 라운드에서 두 번의 행운을 잡을 확률은 6,700만분의 1이다.

내셔널 홀인원 레지스트리 통계에 따르면 홀인원 기록자의 평균 구력은 24년, 핸디캡 14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5%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4%로 그 뒤를 이었다.

▲홀인원의 진기록

공식적으로 첫 홀인원으로 인정받은 골퍼는 영국의 톰 모리스다. 그는 1868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당시 17세 나이로 홀인원의 기쁨을 맛봤다. 모리스는 프레스토 위크 골프장 8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두 홀 연속 홀인원을 작성한 진기록의 주인공도 있다. 영국의 존 허드슨은 1971년 로열노위치 골프장에서 열린 마이애미 인터내셔널 대회 중 11번홀(파3ㆍ195야드)과 12번홀(파4ㆍ311야드)에서 2홀 연속 홀인원을 한 적도 있다. 11번홀에선 4번 아이언을, 12번홀에선 드라이버를 잡고 일을 냈다. 특히 12번홀에선 앞 조 선수들이 퍼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 온을 시켜 홀인원을 했다.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는 2주 연속 홀인원을, 해롤드 스나이더(미국)는 하루에 세 번 홀인원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에선 이소영(안양여고), 백규정(CJ오쇼핑), 김현지(LIG손해보험)가 차례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여자오픈 대회 사상 하루에 홀인원 3개가 쏟아진 것은 처음이었다.

▲배보다 배꼽

홀인원은 평생 한 번을 하기도 힘들다. 프로 선수들도 연습 라운드에서는 홀인원을 하지만 대회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프로 대회의 홀인원 경품은 고가다. 지난 달 양평 TPC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MBN 김영주 골프 여자오픈 2라운드에선 최유림(고려신용정보)이 '대박'을 터뜨렸다. 180야드 16번홀(파3)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홀로 사라졌다. 이 홀에는 최고급 승용차인 BMW 750Li가 홀인원 상품으로 걸렸다. 이 차의 가격은 1억8,000만원이다. 최유림은 홀인원 한방으로 우승자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됐다. 이 대회에서 KLPGA 투어 역대 최소타로 우승한 김하늘(KT)이 가져간 상금은 1억원이었다.

김세영도 한화금융 클래식 홀인원으로 두둑한 가욋돈을 챙겼다. 우승 상금 3억원에, 홀인원 부상으로 걸린 벤츠 SUV(약 1억5,000만원)까지 받았다.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배경은(넵스)은 '홀인원의 여왕'이다. 2009년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홀인원으로 BMW 750Li를 받은 배경은은 지난해 현대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도 제네시스 승용차를 가져갔다.

반면 홀인원을 하고도 벤틀리(2억7,700만원)를 받지 못한 '비운의 골퍼'도 있다.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에 출전한 국가대표 서연정(대원여고)은 홀인원을 했지만 아마추어 규정 탓에 최고급 자동차를 수상하지 못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