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호의 '원 팀'에 녹아든 신세대 국가대표팀말리전 결승골 주역 손흥민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뿐" 겸손기성용 2차례 평가전 풀타임 소화… 그라운드에서 진심어린 사과골 결정력 부족 여전히 숙제… 박주영 '마지막 카드' 주시

지난 1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말리의 경기에서 손흥민과 기성용이 프리킥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최상의 전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홍명보호가 차근차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늘 강조하는 '원 팀(One Team)' 속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신세대들이 하나 둘 녹아 들고 있다. "내가 월드컵을 경험해보니 한 선수에 집중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히며 팀워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홍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몸과 마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한국적인 정서에서 살짝 비껴나 있던 손흥민(21ㆍ레버쿠젠)에 이어 SNS 파문을 일으켰던 기성용(24ㆍ선더랜드)도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8ㆍ아스널). 아직 언제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홍명보 감독이 지난 15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평가전을 끝낸 뒤 " 역시 우리 팀에 남아 있는 일원 중 하나"라고 밝힌 만큼 이미 대문은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스스로 함께 호흡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 손흥민, 나보다 팀 먼저 대표팀에 융화

손흥민을 바라보는 홍명보 감독의 마음은 한결 같다. 동료들과 어우러지며 뛰어난 재능을 활짝 꽃 피우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독일 생활이 몸에 밴 손흥민은 대표팀 소집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선후배들과도 약간은 서먹한 모습이었다.

박주영
그런 손흥민도 이젠 홍명호의 '원 팀' 속에 완전히 융합했다. 말리전을 3-1로 승리하는데 기여한 손흥민은 경기 후 "내가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팀이 잘 해서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며 한결 어른스러워진 태도를 보였다.

홍 감독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말리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대표 팀의 공격 라인에 숨통을 열어주자 "지금 갖고 있는 재능이나 컨디션은 어떤 선수 못지 않게 좋다"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세계 축구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로 꼽힌다. 지난 16일 스포츠 전문 매체인 블리처 리포트는 저평가 선수 25명 중 손흥민을 21위에 올려 놓았다. 손흥민을 '위험한 스트라이커'라 부르면서 "만약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정규 리그 33경기에 나가 12골을 뽑아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해 여름 이적 시장에선 잉글랜드 클럽의 구애를 받기도 했지만 독일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며 레버쿠젠에 새 둥지를 틀었고,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다.

▶ 기성용, 진심 어린 사죄는 그라운드에서

기성용은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대표팀과 관련해 부적절한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홍명보호가 출범했지만 이적 문제까지 겹쳐 곧바로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홍 감독이 직접 영국을 찾아가 면담하고,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확인하자 지난 12일 브라질, 15일 말리와의 평가전을 맞아 다시 대표팀에 불렀다. 먼저 축구 팬들과 최강희 감독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과할 것을 제안했고, 기성용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결국 최강희 감독이 '공개 사과'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밝혀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2차례의 평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간접적으로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홍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최근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언젠가 팬들도 마음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기성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평가였다.

▶ ,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

6월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그 동안 8경기에서 2승3무3패를 기록하고 있다. 수비 조직력은 어느 정도 안정돼 가고 있지만 여전히 골 결정력은 문제를 안고 있다. 홍 감독은 "팀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라고 말한다.

강한 조직력은 신뢰와 소통에서 생긴다. 이번 평가전에서 홍 감독은 희망을 봤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부분보다 팀 플레이가 잘 이뤄진 것에 만족한다"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힐 정도다.

이제 공격력 보강을 위해 남은 마지막 퍼즐은 이다. 홍명보호에서 손흥민(3골), 구자철, 이근호(이상 2골)가 득점을 쌓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믿음직스런 스트라이커라 부르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다. 그래서 홍 감독은 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은 홍명보 감독과 인연이 많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함께 했다. 아시안 게임 때는 소속 팀이었던 AS 모나코가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올림픽 때는 병역 회피 논란에 휘말리자 '내가 대신해서라도 군에 가겠다'며 '바람막이'를 자처할 정도였다.

홍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전력 극대화라는 명분에 맞춰 여론의 흐름이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재평가해야 할 선수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창호기자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