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욕심에서 벗어나면 골프장의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가끔 라운드 도중 조용히 노래를 흥얼댈 때가 있다. 하지만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제대로 모른 채 아무런 의미 없이 뭔가를 중얼거릴 뿐이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내기 골프를 하거나 누군가를 간절히 이기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다. 애써 태연하거나 무심한 척 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의도한대로 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심하게 책망할 뿐.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쉽사리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는 없다. 마음을 온통 스코어와 승부욕에 빼앗겼으니 잘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골프는 점점 엉망이 된다.

큰 내기를 한 적은 없지만, 라운드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거나 플레이에 흥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조그만 내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돈 잃고 속 좋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날은 저무는데 주머니는 텅 비었고, 동반 골퍼를 멋지게 이기고 싶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속이 쓰릴 것이다.

며칠 전 직원들과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 토요일 오전에 끝나는 1박 2일 가을 워크샵을 다녀왔다.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주변 골프장을 예약하고 후배 직원 세 명과 함께 골프를 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부터 구력이 꽤 되는 필자까지 골프 실력에 차이가 있어서 일반적인 내기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대 1 게임을 제안했다. 각 홀마다 세 사람의 스코어 중 한 사람이라도 필자보다 좋다면 필자가 세 명 모두에게 정해진 액수를 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모두에게서 상금을 받기로 했다. 이날 경우처럼 어느 한 사람의 실력이 다른 동반자와 차이가 좀 있을 때 동반자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게임이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사람을 공격하니 공격하는 세 사람은 위험을 나누면서 힘을 모을 수 있고, 또 반대로 방어하는 한 사람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으니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경우는 후배들과 라운드를 할 때 가끔 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골프를 한 골퍼도 만만한 게임은 아니다. 뜻대로 잘 풀린다면 구력이 높은 선배 골퍼로서의 우월감을 조금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형편없이 지게 된다면 톡톡한 망신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매 샷은 긴장의 연속이다.

전반을 시작하고 한참 동안 막상막하의 박빙이 이어졌다. 첫 홀은 비겼고 두 번째 홀에서는 필자가 이겨 지갑을 열지 않고 게임을 시작했다. 이후 상당수의 홀을 지날 때까지 도무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잠시 쉬었다 시작한 후반에서야 몇 홀을 내리 이겨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겨났다.

"이런~"

그제야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억새풀의 멋진 조화가 눈에 들어오고, 노을 져가는 가을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산이 엄청난 위용을 드러낸 채 서 있었고 자연 그대로를 잘 살린 멋진 골프장이 거기 있었다.

"다타호신(多打好身) 소타호심(小打好心), 다타호타(多打好他) 소타호낭(小打好囊)이라고 했다. 많이 치면 몸에 좋고 적게 치면 마음이 좋고, 많이 치면 동반자가 좋아하고 적게 치면 호주머니가 두둑해진다." 라운드 중 한 선배가 되뇌던 말이다. 작은 내기를 하더라도 승부는 즐기되 골프의 더 큰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계절을 느끼고 필드를 즐길 수 있는 골프는 조그만 욕심에서 벗어났을 때 찾아오더라.



현공. WPGA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