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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향한 간절함 '뭉칫돈 베팅'

● 프로야구 FA대박 '빛과 그림자'
올 장원삼·강민호 등 '대어' 줄줄이 대기
'심정수 60억' 역대 최고액 갈아 치울듯
부상·구설수 휘말린 '먹튀' 선수도 많아
  • 장원삼
한국시리즈가 끝났고, 2013 정규시즌 MVP 및 부문별 수상자에 대한 시상도 마무리했다. 스토브리그의 시작이다.

스토브리그를 가장 먼저 뜨겁게 달구는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FA)다. 올해는 대어가 많다. 장원삼, 강민호, 정근우, 이종욱, 이용규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많다. 몸값도 삼성이 2005년 현대 심정수를 잡기 위해 쏟아 부은 사상 최고액 60억원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로는 '돈'이다. '돈'이 있으면 능력 있는 선수들을,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들을 자유 계약 시장에서 사 올 수 있다.

1999년 도입된 FA제도는 올해로 15번째를 맞는다. FA제도를 통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팀에 공헌하지 못한 채 돈만 챙겼다'는 '먹튀'의 오명을 쓴 선수들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뛰어올랐다는 구단들의 볼멘 소리가 불거져 나왔고, 선수협의회를 만들고 집단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며 조직화에 성공한 선수들은 정당한 대우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 강민호
▶ 2004~2005년 200억원대 FA 시장은 삼성과 현대의 합작품

FA의 몸값 폭등을 주도한 장본인은 역시 돈 많은 구단들이다. 시작은 삼성이다.

삼성은 프로 출범 이후 가장 애타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소망한 구단이다. 다른 구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선수단 지원 역시 늘 최고였다. 그러나 그룹 비서실의 경영 감사까지 받고도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삼성은 선수 육성을 통한 전력 극대화에 한계를 느끼자 2000년 시즌을 위해 이강철과 김동수를 똑같이 3년 8억원에 영입하는 등 돈으로 '선수 수혈'에 나섰다. 2001년에는 FA 자격을 얻은 김기태를 4년간 18억원에 잔류시켰고, 2002년에는 KIA를 거쳐 LG에 가있던 양준혁이 FA시장에 나오자 4년간 27억2000만원에 다시 데려왔다.

이즈음 삼성과 함께 FA시장에 불을 붙인 구단은 재력이 든든한 LG, SK. LG는 2001년 해태 내야수 홍현우를 4년간 18억원, SK는 2003년 현대에서 박경완을 3년간 19억원에 각각 데려 왔다.

  • 정근우
FA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2004년에는 롯데까지 합세했다. FA들의 몸값은 수직 상승했다. 모 그룹의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는 주축 FA선수들을 잔류시킬 여력이 없어 시장에 내놓고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다. FA시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과열 조짐을 보였다.

지금도 2004년과 2005년 FA시장은 총 200억원 이상의 돈이 흘러 다닌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돼 있다.

삼성은 2004년 현대 2루수 박종호와 4년간 22억원, LG는 KIA 투수 진필중과 4년간 30억원에 각각 계약했다. '짠돌이 구단'이란 부산 팬들의 오랜 비난을 견디다 못한 롯데도 뒤늦게 FA 시장에 뛰어들어 두산 외야수 정수근을 6년간 40억6,000만원, 한화 투수 이상목을 4년간 22억원에 한꺼번에 데려 왔다.

그 해 총 201억7,000여만원의 돈이 FA 시장에 쏟아져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로 이적한 이승엽을 제외한 12명의 FA 선수들이 '대박 잔치'를 벌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FA 시장은 2005년에도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고 과열 상태를 극점까지 끌어 올렸다. 11명의 FA를 대상으로 총 202억8,600여만원을 투자했다. 삼성의 우승 욕구와 현대의 '선수 팔기'가 맞물려 시장을 주도한 결과였다.

  • 이용규
2005년 심정수는 사상 최고액인 4년 60억원, 박진만도 4년 39억원에 현대에서 삼성으로 팀을 갈아탔다. 외부 선수 영입을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쏟아 부은 삼성은 내부 단속에도 공을 들였다. 김한수를 4년 28억원, 임창용을 2년 18억원, 신동주를 3년 4억9,000만원에 각각 붙잡았다.

돈의 위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FA제도가 시행된 뒤 처음으로 2002년 우승의 기쁨을 맛본 삼성은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정상에서 멀어진 뒤 다시 FA를 잡기 위해 사상 최고액을 투자했고,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4승 무패로 꺾고 최고 자리를 되찾았다. 돈의 힘은 2006년까지 작용해 한화를 꺾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2005년을 정점으로 FA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모 그룹에서 제동을 걸었고,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LG에서 넥센으로 다시 돌아간 이택근이 4년 50억원, SK에서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이 4년 36억원에 계약하면서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올 시즌 FA로 롯데에서 KIA로 둥지를 옮긴 김주찬은 4년 50억원, 다시 두산으로 돌아온 홍성흔은 4년 31억을 받았다. 또 LG 정성훈과 이진영은 똑같이 4년 34억원에 같은 팀에 눌러 앉았다.

▶ FA의 슬픈 자화상 '먹튀'

  • 심정수/연합뉴스
'먹튀'는 FA의 슬픈 자화상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거금을 받아 즐겁고 기쁜 것도 한 때. 돈의 무게가 선수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마음의 짐으로 작용하고, 주변의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면 '돈만 먹고 튄다'는 '먹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삼성이 사상 최고액인 60억원에 영입한 심정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심정수는 OB와 두산을 거쳐 2001년부터 현대 유니폼을 입고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에는 46개, 2003년에는 53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이승엽과 치열하게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2002년 1개, 2003년에는 3개 차이로 이승엽에게 뒤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데 실패했지만 어느 팀에서나 탐내는 힘 좋은 타자였다.

삼성은 2004년 시즌을 끝낸 뒤 FA 자격을 얻은 심정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삼성에서 보여준 심정수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이적 첫 해 124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와 홈런 28개, 타점 78개를 기록한 뒤 2006년 무릎 부상 등이 겹치면서 26게임에서 나가는데 그쳤다. 2007년 재기에 성공하면서 홈런 31개, 타점 88개로 2관왕에 오르지만 삼성의 숙원인 우승을 이끌어내는데 힘이 되지 못했다. 2008년에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재발해 유니폼을 벗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힌 심정수로선 억울한 구석도 있지만 삼성의 투자 효과가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이 현실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먹튀'의 오명을 써야 했다.

  • 박진만
LG가 2001년 야심 차게 4년 18억원으로 해태에서 영입한 홍현우, 2004년 4년 30억원으로 KIA에서 데려온 진필중, 2007년 4년 40억원을 투자한 박명환도 '먹튀' 계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FA로 남아 있다. 프런트의 빗나간 선택 탓에 LG 야구는 긴 시간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먹튀'란 불명예를 쓰는 것은 구단의 가치 판단 오류가 첫째 원인이다. 현행 제도상 선수가 팀을 선택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고, 모든 것이 구단의 의지와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롯데도 2004년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두산에서 정수근을 6년 40억6,000만원, 한화에서 이상목을 4년 22억원에 데려 왔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성적이나 영향은 혹독한 마이너스뿐이었다.

이상목은 첫 해 19게임에서 3승9패와 평균자책점 5.03, 2005년에는 17게임에서 6승7패와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하면서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정수근은 '반짝 활약과 인기몰이'를 하는 듯 했지만 야구 외적인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 채 2009년 방출됐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선 단 한번도 3할대 타율을 남기지 못했다.

FA로 LA 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은 올 시즌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 뒤 금의환향했다. 이제 오승환과 윤석민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 정수근/연합뉴스
FA 자격을 얻는 것은 국내가 됐든, 해외가 됐든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돈에는 대가가 따른다. 실력으로, 성적으로 갚아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불명예가 따라 다닌다. @hankooki.com

  • 진필중
  • 박종호
  • 이종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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