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새로운 이정표 세웠다

여성 기수 첫 100승을 돌파한 김혜선이 지난 2일 경주를 끝낸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경마는 '금녀의 벽'이 없다. 남녀 구분 없이 성 대결이 펼쳐진다.

'슈퍼 땅콩' 김혜선(25)이 여성 기수 첫 100승 등 통산 101승을 달성했다. 지난 2일 서울경마공원 2경주에서 우승한데 이어 7경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 경마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특히 첫 100승은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 따내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1,000m 단거리 경주에 나선 김혜선은 "스스로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고 말할 만큼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고, 12번으로 출발하는 코스의 약점까지 극복하며 쾌거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딕시바니'를 기승한 김혜선은 출발대가 열리자마자 뛰쳐나갔지만 빠른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첫 번째 코너에서 2명의 선수가 낙마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너에 접어들기 직전 단독 선두를 확보한 뒤 거침없이 경쟁자들과의 거리를 벌리면서 레이스를 주도했다.

결국 4마신차의 완벽한 승리로 여성기수 최초 100승을 기록하면서 6개월여의 부상 공백에서 벗어나 경기 감각을 완전하게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또 이날 7경주 우승으로 통산 101승을 기록하게 됐다. 김혜선은 올해 23승을 올리며 당당하게 남자 기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긴 공백 탓에 올해 초 복귀할 때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좀 더 쉬면서 재활에 주력해야 했지만 이달에 열릴 두바이 여성 초청 경주까지 실전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

김혜선은 "한 달 전쯤 복귀할 때는 말과의 호흡, 체력, 리듬 등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며 "복귀 이후 1승이 간절해 그 동안 기승 때마다 자세를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하면서도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말을 타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혜선은 복귀 1주일 만인 지난달 12일 9경주에서 '동해 스마트'를 타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감을 잡기 시작해 20여일 만에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김혜선은 재활 과정에서 '경마 대통령'이라 불리는 박태종(47)의 조언을 받았다. 체력단련실에서 같은 시간대에 훈련하는 동안 "선수의 개인 운동은 말을 오래 타기 위한 당연한 의무"라는 대선배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었고, 경력 25년의 최고 기수로서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복귀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졌다.

김혜선은 "부상 전에는 내 안에 갇혀 내 속도를 높이는 데만 조급했다"며 "100승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스스로 숫자를 세던 그 때는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귀 후에는 응원하는 팬뿐만 아니라 마방에서 분에 넘치는 많은 기승 기회를 주고 있는 것도 감사하게 됐다"며 말했다.

이제 김혜선은 여성 기수 첫 100승이 혼자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다가올 두바이 여성 초청 경주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창호기자 chang@hankooki.com